부천에 열린 모두의 애니

세계 각국의 애니메이션 103편이 부천에 모였다. 제2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2026이 ‘Everyone’s Animation, 모두의 애니메이션’을 슬로건으로 2026년 10월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 동안 부천시 일대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는 영화 상영에 머물지 않고 개막식과 공연, 특별 전시, 체험 부스와 굿즈 행사까지 아우르며 애니메이션을 여러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창작 과정과 작품 세계를 살피는 전시부터 신진 작가와 대학이 참여한 인공지능 융합 콘텐츠까지 함께 소개되면서 행사장은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창작 과정을 보여준 특별 전시
행사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창작자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특별 전시 Ani 마스터전이 마련됐다. 전시장에는 2027년 극장 개봉 예정인 ‘Project D’ 관련 전시와 단편 제작 지원 선정작이 소개됐으며, 한지와 향, 거울을 활용한 몰입형 기획 전시도 구성됐다.
Ani 마스터전은 사전 예약이 필요한 전시로 운영됐다. 관람객이 작품의 결과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재와 공간 연출을 통해 창작 세계에 접근하도록 꾸민 점이 특징이었다.
Ani 드림전 Innovation Nest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웹툰 분야의 신진 작가를 비롯해 국내외 초대 작가들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다. 가톨릭대학교와 중부대학교가 함께한 AI Flix와 JB Frame도 참여해 인공지능과 콘텐츠가 결합한 전시를 선보였다.
Ani 마스터전과 Ani 드림전 Innovation Nest는 2026년 11월 1일까지 이어진다. 두 전시는 전통적인 창작 방식과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부스와 굿즈로 넓어진 축제
축제 공간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스와 굿즈 행사도 마련됐다. 비아프레임 부스에서는 네 컷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고, 굿즈 부스에서는 여러 상품이 무작위로 들어 있는 미스터리 럭키백이 판매됐다. 럭키백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과 이전 연도 굿즈 등이 포함됐다.
BIAF 캐릭터인 뿌꾸와 사진을 찍는 행사도 진행됐다.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촬영한 관람객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주말에는 CGV에서도 관련 행사가 이어졌다. 영화 감상 외에도 사진과 캐릭터, 기념 상품을 통해 축제를 기억할 수 있는 장면들이 행사장 곳곳에 더해졌다.
밴드 더더가 연 개막 무대
개막식에 앞서 오후 4시 40분부터 밴드 더더 THETHE의 사전 공연이 펼쳐졌다. 더더는 약 50분 동안 대표곡을 엮은 무대와 애니메이션 주제가 커버 공연을 선보이며 개막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식전 행사인 스몰 리셉션도 진행됐다. 행사장 테이블에는 간식과 음료가 준비됐고, 참석자들은 개막을 앞두고 자리를 함께했다. 이어진 포토타임에는 축제 관계자와 경쟁 부문 심사위원, 내빈 등이 참석했다. 포토월에는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와 홍보대사 효정도 함께 섰다.
축사와 개회 선언
개막식은 전년에 이어 배성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부천시장과 운영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제28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회가 공식 선언됐다.
피에르 모르코스 주한 프랑스문화원장도 축사를 전했다. 특별상을 받은 미쉘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무대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국내외 영화인과 문화예술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일정이 차례로 진행됐다.
국제 경쟁을 심사할 얼굴들
개막식에서는 BIAF 2026 경쟁 부문의 작품을 심사할 심사위원들이 소개됐다. 국제 경쟁 장편 부문에는 한국의 SF 소설가 천산란,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엘레아 고베 메벨렉,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서 활동한 오오츠카 마나부가 참여했다.
국제 경쟁 단편 부문 심사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창작자 조슬린 샤를, 아일랜드 애니메이션 감독 존 켈리, 한국 애니메이션 감독 정유미가 맡았다.
국제 경쟁 학생 부문과 TV 앤드 커미션드 부문, 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보솔 감독, 한국판 ‘도라에몽’을 비롯한 여러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한 채민지 성우,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 작품에 참여하고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친 마이크 누엔이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코코믹스 음악상 심사는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과 영화와 음악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음악가 이민휘가 맡았다. 창작과 연출, 문학, 성우 연기, 음악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이 심사에 참여하면서 경쟁 부문을 여러 관점에서 살필 수 있는 구성이 갖춰졌다.
홍보대사 효정의 특별 공연
BIAF 2026 홍보대사인 오마이걸 효정의 특별 공연도 이어졌다. 효정은 ‘알라딘’의 주제가와 신곡 ‘미완성일지도’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애니메이션 음악과 대중가요가 연결된 공연은 개막식의 문화 축제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줬다.
기억과 가족을 그린 개막작
제28회 BIAF의 개막작으로는 레아 넬슨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탱글스 Tangles’가 선정됐다. 이 작품은 레아 넬슨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며, 작가 사라 리빗의 그래픽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90년대 샌프란시스코다. 예술가의 꿈을 키우던 사라는 어머니 미지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자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어머니의 기억이 점차 사라지는 시간을 따라가며 가족의 사랑과 돌봄, 상실을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흑백 손그림을 중심으로 한 화면은 유머와 슬픔을 함께 담아내며 기억과 가족의 의미를 섬세하게 전한다. 가족이 질병과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의 표현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막작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103편이 펼친 모두의 애니메이션
BIAF 2026에서는 개막작을 포함해 모두 103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아카데미 공식 지정 영화제인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국제 경쟁 상영과 전시, 공연, 체험 행사를 함께 운영하며 애니메이션을 폭넓게 접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모두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슬로건은 상영관 안팎의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전문 창작자의 작품과 신진 작가의 시도, 전통적인 손그림과 인공지능 융합 콘텐츠, 경쟁 영화와 대중적인 체험 행사가 한 축제 안에서 관람객을 맞았다.
화려한 개막 공연으로 출발한 축제는 가족과 기억을 다룬 ‘탱글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 세계를 펼쳐 보였다. 부천의 문화예술 기반 위에서 이어진 닷새간의 행사는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만을 위한 장르가 아니라 세대와 국경을 넘어 모두가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라는 점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