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품은 여주 오곡잔치

남한강의 붉은 노을과 장작불에서 익어가는 군고구마 향이 어우러진 제26회 2026 여주오곡나루축제가 2026년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신륵사관광지 일원에서 열렸다. 여주의 농산물과 나루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준 이번 축제에는 행사 기간 내내 많은 방문객이 찾아 가을 축제의 활기를 더했다.
올해 행사는 천년 나루의 숨결 여주 오곡으로 빚는 화합의 잔치를 주제로 진행됐다. 남한강변의 가을 풍경을 바탕으로 여주의 역사와 농업,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주시가 주최하고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이 주관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했다. 여주에서 열리는 축제 가운데 가장 큰 행사로 꼽히는 여주오곡나루축제는 2026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부터 2027년 문화관광축제 예비축제에 선정됐다.
방문객이 중심이 된 축제
올해 오곡나루축제는 무대와 의전, 초대가수 중심의 형식에서 벗어난 3무 축제를 내세웠다. 공연을 바라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방문객이 행사에 직접 참여하도록 구성한 것이 핵심이다.
축제장은 여는마당과 잔치마당, 오곡마당, 나루마당으로 나뉘었다. 각 공간에는 여주의 농경문화와 나루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담겼다. 프로그램의 수를 단순히 늘리기보다는 대표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공간과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넓혀 방문객이 천천히 축제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여는마당에서는 지역 농민이 중심이 돼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는 쌍용거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풍년을 기원하고 수확에 감사하는 풍년기원제와 감사제도 진행됐다. 조선시대 조포나루의 진상 문화를 황포돛배 연출과 전통 공연으로 재현한 황포돛배 진상식은 여주가 지닌 역사적 배경을 축제의 장면으로 풀어냈다.
진상 행렬로 되살린 나루 역사
대표 프로그램인 진상 퍼레이드는 여주의 쌀과 농산물을 임금에게 바치던 옛 역사를 현대적인 행렬로 표현했다. 세종대왕과 원경왕후를 본뜬 대형 인형이 앞장섰고, 취타대와 풍물패, 여러 나라의 교류단이 뒤를 이었다.
행렬은 방문객과 함께 행사장을 이동하며 축제 공간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방문객은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관람객에 그치지 않고 행렬과 어울려 축제의 한 장면을 완성했다. 전통적인 진상 문화와 현대적인 축제 방식이 한 공간에서 이어진 순간이었다.
남한강 노을과 본두리 낙화놀이
해가 기울자 신륵사관광지 일대는 낮과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남한강 위로 번진 붉은 노을이 강변과 축제장을 물들이면서 여주의 가을 풍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강변의 노을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강변에는 남한강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설화를 토대로 만든 소원지길이 조성됐다. 남한강과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나루 포토존도 마련됐다. 축제 프로그램과 강변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밤에는 여주시 가남읍 본두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불꽃놀이인 본두리 낙화놀이가 펼쳐졌다. 낮에는 낙화 순례 걷기가 진행됐고, 저녁에는 불꽃이 수면에 비치는 낙화놀이가 이어졌다. 어두워진 남한강과 가을밤의 불빛이 겹치며 축제장의 정취를 더했다.
장작불 군고구마의 풍성한 나눔
방문객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군고구마 기네스였다. 초대형 장작불 군고구마통에서 여주 고구마를 구운 뒤 방문객에게 무료로 나눠 주며 풍요와 나눔이라는 축제의 의미를 전했다.
장작불 주변에는 갓 익은 고구마를 맛보려는 방문객들이 모였다. 구운 고구마 향이 행사장에 퍼지는 가운데 여주의 대표 특산물인 고구마를 알리고 판매하는 자리도 함께 운영됐다. 지역 농산물을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체험과 장터를 연결한 구성이다.
잔치마당에서는 대형 가마솥에 지은 여주 햅쌀밥에 나물을 얹은 가마솥 여주쌀 비빔밥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맛볼 수 있었다. 여주쌀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는 지역 농산물의 특성을 방문객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단체가 참여한 먹거리장터도 열렸다. 여주쌀로 떡메를 쳐 인절미를 맛보는 떡메체험과 여주 축산단체가 참여한 무료 시식회가 마련돼 다양한 지역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여주 오곡으로 빚은 가양주
축제 기간에는 제6회 여주 오곡으로 빚은 가양주 품평회도 함께 열렸다. 품평회에는 300건이 넘는 참가 신청이 접수됐다. 처음으로 통합대상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 원이 걸리면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현장에서는 출품작 시음회가 열렸으며 막걸리 빚기 체험과 모주 시음 등 무료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여주의 오곡이 술로 빚어지는 과정을 체험하고 여러 출품작을 접할 수 있도록 품평과 체험을 함께 구성했다.
가족이 함께한 전통놀이
오곡마당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됐다. 짚풀 미끄럼틀과 움집을 갖춘 짚풀놀이터에서는 어린이와 가족들이 볏짚을 활용한 놀이 공간을 경험했다.
콩주머니 던지기와 널뛰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도 이어졌다. 고추장 만들기와 포도즙 짜기를 비롯한 농촌관광체험이 마련됐고, 곤룡포와 당의를 입어보는 전통복식체험과 조선놀이터도 운영됐다.
방문객들은 여주의 농촌문화와 전통생활을 놀이와 체험을 통해 접했다. 어린이에게는 직접 만지고 움직이는 놀이터가 됐고, 가족에게는 전통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
농가와 방문객을 이은 나루장터
나루마당에서는 여주 농가가 직접 참여한 농산물 직거래장터인 나루장터가 열렸다. 생산자가 직접 선보이는 여주 농산물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었으며, 무료 택배 서비스가 운영돼 방문객의 장보기 부담을 줄였다.
남한강 황포돛배 유람선과 강변 나루주막, 바비큐 체험장, 여주쌀 홍보관도 방문객을 맞았다. 농산물 판매뿐 아니라 남한강과 나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배치돼 축제의 주제를 공간 전반에 이어갔다.
질서와 환경을 함께 살핀 운영
사흘 동안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일부 방문객은 주차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주차 관리가 이뤄졌고 행사는 큰 혼란 없이 진행됐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도 방문객들이 질서를 지키며 프로그램과 장터를 둘러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축제 운영에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방식도 적용됐다. 먹거리 부스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친환경 운영 체계를 도입했으며, 무장애 동선을 점검해 관광약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안전관리와 인파 관리 매뉴얼도 보완해 많은 인원이 모이는 축제 현장에 대응했다.
여주의 가을을 담은 사흘
2026 여주오곡나루축제는 여주의 풍성한 농산물과 조포나루의 역사, 남한강의 노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쌍용거 줄다리기와 진상 퍼레이드, 본두리 낙화놀이 같은 전통 프로그램부터 군고구마와 여주쌀 비빔밥, 농산물 직거래장터까지 지역의 특징을 체험과 먹거리로 보여줬다.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고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이 함께한 사흘은 여주의 가을과 오곡의 풍요를 나누는 축제로 마무리됐다. 남한강변의 노을 아래 이어진 행렬과 장작불, 낙화의 불빛은 제26회 여주오곡나루축제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