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책으로 물든 하루

책과 쉼이 만난 양주 북피크닉
양주시가 덕계동 회천느티나무공원에서 진행한 2026 책 읽는 테마공원 북피크닉은 독서와 체험, 공연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독서문화 행사다.
행사 주제는 SLOW, BOOK. 느린 하루, 책과 함께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누리는 취지를 담았다. 일반적인 도서관 공간을 벗어나 자연과 놀이터가 있는 공원으로 독서 무대를 넓힌 점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는 체험 부스와 작가와의 만남, 그림책 프로그램, 북피크닉, 책 뮤지컬 등 여러 일정이 준비됐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움직이며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성인들도 작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그림책을 감상하며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 분류법을 배우는 체험
체험 부스에서는 KDC 코드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참가자들은 도서관의 책이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되는지 살펴봤다. 평소 책장에서 접하던 분류 기호의 의미를 활동을 통해 이해하면서 도서관과 책의 구조를 한층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자리였다.
책을 자주 읽는 어린이에게는 익숙한 도서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됐고, 분류 체계를 잘 몰랐던 참가자에게는 원하는 책을 찾는 과정과 도서관 책의 배열 원리를 알아보는 기회가 됐다. 책을 읽는 행위뿐 아니라 책이 독자에게 전달되고 정리되는 방식까지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구성된 체험이었다.
손으로 완성하는 다채로운 활동
현장에는 독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러 만들기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줄 마술을 배우며 동작을 직접 따라 해 봤다. 눈앞에서 달라지는 줄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마술을 익히는 과정에 어린이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나만의 도장을 만드는 체험도 진행됐다. 참가자가 직접 만든 도장은 책이나 그림, 편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완성품을 단순히 받는 방식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거쳐 자신만의 물건을 완성하도록 한 활동이었다.
가방이나 소지품에 달 수 있는 키링 만들기도 준비됐다. 독서 행사라고 하면 책을 읽는 시간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날 행사는 여러 제작 활동을 함께 배치해 어린이들이 흥미에 따라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가 직접 키운 감자를 활용해 얼굴 엽서를 만드는 체험도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재료의 모양을 살펴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얼굴을 꾸몄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서로 다른 표정과 구성이 나타나면서 개성이 담긴 엽서가 완성됐다.
이 밖에도 종이접기와 가방 만들기가 운영됐다. 가방 만들기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장식하고 꾸미며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책을 접하는 시간과 손을 움직이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어린이들이 각자의 속도로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안효원 작가와 나눈 글쓰기 이야기
작가와의 북토크에는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의 안효원 작가가 참여했다. 대화의 주제는 내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하는 이유였다.
안 작가는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도 한 사람이 직접 겪은 경험과 감정은 그 사람만의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글을 능숙하게 쓰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다뤄졌다.
참가자들은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개인의 경험이 글이 되는 과정과 기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글로 남기는 문제를 살펴본 시간이었다.
이혜령 작가의 그림책 낭독
그림책 모임 진행자를 빌려드립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치유의 그림책』의 이혜령 작가가 그림책을 읽었다. 작가의 목소리와 표현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면서 혼자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은 글과 그림에 집중했다. 익숙한 그림책도 읽는 사람의 목소리와 속도, 표현에 따라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같은 이야기를 접해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장면을 기억하고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다는 그림책의 특성도 자연스럽게 확인됐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그림책을 들으며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돗자리 위에서 즐긴 느린 독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에는 북피크닉 세트를 활용해 공원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이어졌다. 행사에는 책과 돗자리가 준비돼 참가자들이 공원에 자리를 잡고 편안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었다. 제공된 음료를 마시며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실내 좌석이 아니라 잔디가 있는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책을 읽는 방식은 이날 주제인 느린 하루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게 했다. 프로그램을 서둘러 따라가기보다 책을 읽고 쉬면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북피크닉의 중심이었다.
참가자들은 독서와 체험을 번갈아 즐겼다. 준비된 명화 키트를 완성한 뒤 다시 책을 펼치거나, 책을 읽던 어린이가 놀이터로 이동해 몸을 움직이는 장면도 이어졌다. 활동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공원에 마련된 놀이터 역시 행사 공간의 특징을 살렸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다가 뛰어놀고, 다시 돗자리로 돌아와 쉬었다. 종일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독서 행사가 아니라 책과 자연, 놀이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책 뮤지컬로 완성한 행사
행사의 마지막은 책 뮤지컬이 장식했다. 참가자들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책 낭독을 들은 데 이어 다양한 체험과 공연까지 관람하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책은 이날 행사에서 읽는 대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작가의 말과 그림책 낭독으로 전달됐고, 만들기 활동과 뮤지컬을 통해 다른 형태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됐다. 어린이에게는 독서를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성인에게는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책의 매력을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양주시의 2026 책 읽는 테마공원 북피크닉은 공원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독서와 체험, 놀이와 공연을 연결한 행사였다. 회천느티나무공원에서는 돗자리 위에서 책을 읽는 가족과 체험 결과물을 완성하는 어린이, 낭독과 공연에 집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어우러졌다.
도서관 분류 체계를 배우는 프로그램부터 키링과 도장, 엽서와 가방 만들기, 작가 북토크, 그림책 낭독, 명화 키트, 북피크닉과 책 뮤지컬까지 하루 동안 이어진 구성은 책을 여러 방식으로 경험하게 했다. 양주시가 마련한 독서문화 행사가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책 가까이에서 쉬고 배우는 자리로 펼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