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대문 너머 책의 숲

가을이 깊어가는 2026년 10월, 경기도 평택시 세교도서관에서 책과 그림을 함께 만나는 전시가 열렸다.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 원화전시와 그림책학교 2학년 2교시 김순헌 작가 도서전시가 마련돼 그림책 속 장면과 이야기를 차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는 기능에 더해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문화 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원화를 따라 한 권의 그림책을 감상하고, 자료실에서 새로운 작품을 발견한 뒤 실제 책 읽기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파란 대문 너머의 골목 풍경
세교도서관 입구에서는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의 원화가 방문객을 맞았다. 이 책은 허은미 작가가 글을 쓰고 한지선 작가가 그림을 그린 작품으로, 오래전 골목길과 집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따뜻한 일상을 담고 있다.
전시장에는 그림책 속 장면들이 액자에 담겨 한 줄로 배치됐다. 관람객이 책장을 넘기듯 작품을 차례로 바라보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구성이다. 책에서는 빠르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장면도 원화 앞에서는 세부 표현과 색감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이야기는 좁은 골목길의 계단을 하나씩 올라 파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파란 대문 안에는 작은 마당과 빨래, 복숭아나무와 감나무, 장독대가 자리한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햇살이 스며드는 다락방이 나타나고, 창밖에는 정겨운 동네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날 익숙한 아파트 주거 공간과 달리 작품 속 골목에는 이웃의 생활과 아이들의 웃음이 가까이 맞닿아 있다. 그림책은 이제 쉽게 보기 어려운 골목과 마당, 대문 안의 생활상을 따뜻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별다른 놀잇감이 없어도 친구들과 골목을 뛰어다니며 웃고 떠들던 당시의 모습도 작품의 정서를 이룬다.
부드러운 수묵화 같은 표현 위에 파란 대문과 꽃, 나무의 색채가 더해지면서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 보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과 정겨움이 중심을 이루며, 한 장면씩 이어지는 그림은 지나간 시간과 생활의 기억을 되짚게 한다.
원화에서 그림책 읽기로
『파란 대문을 열면』 원화전시는 그림을 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도서관의 대출 기능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시장에서 접한 장면을 책으로 다시 읽으면 골목길과 마당이 있는 집, 당시 동네의 생활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경우 작품 속 과거의 주거 환경과 현재의 생활환경을 비교해 볼 수 있다. 파란 대문, 작은 마당, 나무와 장독대, 다락방처럼 지금은 일상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요소가 대화를 이끄는 소재가 된다. 그림 속 작은 부분을 함께 찾아보는 과정도 작품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
전시 감상과 도서 대출, 가정에서의 독서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그림책 한 권을 둘러싼 생각을 나눌 수 있다. 도서관에서 본 원화의 여운을 책 읽기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 공간과 자료실의 기능이 맞물린다.
어린이자료실의 김순헌 작가전
『파란 대문을 열면』 원화전시를 지나 세교도서관 1층 어린이자료실로 이동하면 ‘그림책학교 2학년 2교시 김순헌 작가 도서전시’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며, 도서관 이용자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어린이자료실 안쪽에는 김순헌 작가의 그림책 『치코』가 전시됐다. 책 표지에는 손글씨처럼 표현된 제목이 담겨 소박하면서도 독특한 인상을 준다. 공간 중앙에는 책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놓였고, 양옆에는 도서가 보기 좋게 배치됐다.
전시대에 함께 놓인 작은 화분은 자료실 한편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꾸민다. 책 표지의 차분한 분위기와 간결한 전시 구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이용자의 시선을 작품으로 이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전시지만 책 한 권과 작가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됐다.
자료실에서는 익숙한 제목이나 평소 관심을 두었던 분야의 책을 먼저 선택하기 쉽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을 따로 소개하는 전시는 이용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책을 접하도록 돕는다. 어린이 독자에게도 책의 내용뿐 아니라 책을 만든 작가와 작품 세계에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은 벌레 치코가 살린 숲
김순헌 작가의 『치코』는 2025년 제31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작품은 불에 타 황폐해진 숲에서 홀로 흙을 돌보는 작은 벌레 치코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가 떠난 숲에 남은 치코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흙을 가꾸고 씨앗을 심으며 생명을 되살리기 위한 행동을 이어간다. 치코의 작은 움직임은 점차 주변의 다른 벌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여러 존재가 함께 힘을 모으면서 숲은 다시 생명력을 찾아간다.
작품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보다 점과 선을 중심으로 표현됐다. 단순해 보이는 화면 안에 불탄 숲의 쓸쓸함과 생명이 되살아나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겼다. 작은 벌레 한 마리의 꾸준한 노력이 숲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는 서사가 그림의 흐름과 함께 전개된다.
『치코』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생명도 저마다 역할을 지니며, 자연 속 생명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치코가 흙을 돌보고 씨앗을 심는 행동은 작은 실천이 주변의 참여를 이끌고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서전시를 통해 작품을 발견한 이용자는 자료실에서 책을 직접 읽거나 빌리며 전시에서 소개된 내용을 더 깊이 살펴볼 수 있다. 작가 소개에서 독서로 이어지는 구성은 자연과 생명의 의미, 꾸준한 행동의 가치를 그림책의 언어로 만나게 한다.
책과 그림으로 채운 10월
세교도서관의 두 전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파란 대문을 열면』은 사라져 가는 옛 골목길과 집, 그 안의 생활을 통해 정겨운 기억을 보여준다. 『치코』는 황폐해진 숲을 되살리는 작은 생명의 행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꾸준한 실천이 만드는 변화를 전한다.
한쪽에서는 파란 대문과 골목의 추억이 펼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작은 벌레가 다시 일으키는 숲의 생명력이 이어진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이용자들은 액자 속 원화를 천천히 살핀 뒤 자료실의 도서 앞에 머물며 작품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차분한 도서관 분위기 속에서 그림과 문장이 나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두 전시는 관람에서 독서로 이어지는 도서관의 장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원화로 만난 작품을 책으로 다시 확인하고, 도서전시에서 발견한 책을 직접 읽으며 이야기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방문한다면 옛 생활환경과 현재의 차이,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그림책을 매개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함께 만나는 북큐레이션
세교도서관에서는 두 전시와 함께 북큐레이션 ‘안녕, 책 누군가에게 건네는 인사’도 진행됐다. 여러 주제의 책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평소 접하지 않았던 도서를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원화전시와 작가 도서전시, 북큐레이션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이용자와 책을 연결한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에 들어가고, 작가의 책을 새롭게 발견하며, 주제별로 선별된 도서를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2026년 10월 세교도서관은 이 같은 전시를 통해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을 넘어 그림책의 장면과 메시지를 함께 경험하는 문화 공간으로 꾸며졌다.
세교도서관 이용 정보
| 시설명 | 세교도서관 |
|---|---|
| 위치 | 경기도 평택시 은실고가길 180 |
| 김순헌 작가 도서전시 | 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
| 전시 장소 | 세교도서관 1층 어린이자료실 등 |
| 관람 대상 | 세교도서관 이용자 누구나 |
10월 중 세교도서관 방문을 계획한다면 도서관 휴관일과 운영 일정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시된 그림을 차례로 살펴보고 관련 도서를 읽을 시간을 고려하면 책과 그림이 이어지는 구성을 보다 여유롭게 경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