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질문을 확장하다

작품이 되기 전의 질문을 만나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2026년 융복합전 《확장팩: 아티스틱 리서치》가 열린다. 전시는 2026년 8월 2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이어지며, 김보경·이소요·전혜주·정찬민·정혜정·조혜진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주최하고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 기획전은 완성된 작품만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작품의 출발점이 된 관찰과 조사, 자료 수집, 현장 탐구의 과정까지 전시의 중요한 부분으로 다룬다. 관람객은 작품을 본 뒤 어떤 궁금증이 이 작업을 시작하게 했는지, 작가가 발견한 자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시각예술로 바뀌었는지를 따라가게 된다.
전시 제목의 ‘확장팩’은 기존 게임에 새로운 이야기와 지역, 공간을 더하는 요소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전시장에서는 일상적인 기록과 사물, 생물 표본, 특허 문서, 역사적 시각 자료, 바다와 해양생물에 관한 연구가 작가의 시선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로 확장된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아티스틱 리서치’도 작품과 조사 자료를 차례로 살펴보면 예술가가 질문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장과 관람 정보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앙로 140 수원컨벤션센터 지하 1층에 있다. 신분당선과 버스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으며, 수원컨벤션센터 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다. 주차요금은 30분까지 900원이고, 이후에는 10분마다 400원이 부과된다.
| 전시명 | 2026 융복합전 《확장팩: 아티스틱 리서치》 |
|---|---|
| 전시기간 | 2026년 8월 28일부터 12월 20일까지 |
| 관람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입장마감 | 오후 5시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다음 날 휴관 |
| 관람료 | 무료 |
| 장소 |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
| 참여작가 | 김보경, 이소요, 전혜주, 정찬민, 정혜정, 조혜진 |
| 주최 | 수원시립미술관 |
| 전시문의 | 수원시립미술관 전시문의 031-5191-4195 |
입구에는 전시의 구성과 참여 작가를 설명하는 안내 책자가 마련돼 있다. 작품만 먼저 감상한 뒤 설명을 읽고 다시 바라보면 조사 과정과 조형적 표현의 관계를 비교하기 쉽다. 전시 중간에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조성돼 있다. 무료 전시이지만 일반 전시장과 같은 공공장소 예절을 지켜 관람해야 한다.
진동하는 데이터 파동과 입자
첫 번째 부분의 제목은 ‘진동하는 데이터: 파동과 입자’다. 전혜주와 정찬민의 작업이 배치돼 있다. 두 작가는 관찰과 기록을 통해 모은 데이터를 일정한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평소에는 쉽게 인식하기 어려운 대상을 눈앞의 작품으로 옮긴다.
전시장 입구에서 먼저 시선을 끄는 정찬민의 공기 조형물은 작가가 지인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 습관과 시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조사 대상은 각자가 가장 만족한다고 여기는 생활 습관과 그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작가는 수집한 시간을 공기 조형물의 부피가 차오르는 시간으로 전환했다.
조형물은 공기가 들어가면서 스스로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바람이 빠지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작품의 변화는 멈춰 있는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특정 행동의 가치를 먼저 판단하기보다, 저마다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와 그 시간을 바라보려는 작업의 배경이 담겨 있다.
전혜주는 생태 법칙과 인간의 감각만으로는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미시세계를 관찰한다. 표본 채취와 도표, 그림 등 여러 참고 자료를 연구의 기반으로 삼아 생태 현상을 작품의 구조와 움직임으로 바꾼다.
벌의 날개 진동 주파수를 모방한 장치도 그 과정에서 나온 작업이다. 장치가 작동하면 꽃가루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쌓인 꽃가루는 점차 경계선을 형성한다. 관람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진동의 수치가 장치의 움직임을 거쳐 물질적인 흔적으로 남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데이터가 소리나 숫자에 머물지 않고 공간을 나누는 선으로 바뀌는 장면이 첫 번째 부분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구역에서는 전혜주가 생태를 탐구하며 관찰한 미시세계와 정찬민이 일상의 시간을 조사한 결과가 서로 다른 형태로 제시된다. 한쪽은 벌의 진동과 꽃가루의 움직임을 다루고, 다른 한쪽은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시간을 공기 조형물의 변화로 표현한다. 두 작업 모두 보이지 않거나 쉽게 지나치는 정보를 수집한 뒤 관람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기록에서 내러티브로 종과 형
두 번째 부분은 ‘기록에서 내러티브로: 종과 형’이다. 이소요와 조혜진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 구역은 기록이 모든 정보를 완전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작가들은 문헌과 문서에 남은 설명을 읽고, 기록 사이의 여백을 시각적·조형적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소요의 작업 공간에는 생물 표본과 자료를 연구하는 과정이 드러나 있어 과학 연구실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나타난다. 작가는 생물 표본의 문화사를 다루며 현대 지식체계 안에서 과학적 표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구한다. 생물을 채집하고 분류하며 이름을 부여하는 과정이 시대의 지식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이소요의 작품 가운데 일부는 조선의 실학자 정약전이 남긴 《자산어보》에서 출발한다. 활자로 구성된 1차 문헌에서 생물 형태를 설명하는 문구를 분석하고, 분류의 근거가 되는 형태를 신체에서 직접 찾아 조형물로 제시한다. 문자로 전해진 생물의 특징이 입체적인 형태로 바뀌면서 문헌의 설명과 실제 신체 구조 사이의 관계가 드러난다.
이 작업은 기록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기록에 쓰인 표현을 다시 읽고 형태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관람객은 오래된 문헌 속 문장이 오늘날 전시장에 놓인 조형물로 이어지는 과정을 확인하게 된다. 활자로 남은 지식이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형상으로 전환되는 지점이 두 번째 부분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다.
조혜진은 사회적 필요에 따라 사물이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조각의 형식을 포착한다. 전시장에는 특허 관련 문서와 여러 물건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연작이 놓여 있다. 작가는 실용신안등록문서를 작성한 출원자의 서술과 묘사에 집중한다.
실용신안등록문서에는 물건의 쓰임과 구조, 기존 사물과 다른 점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가 담긴다. 조혜진은 이 설명을 따라가며 일반적인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물의 계보를 발견한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물건이 문서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그 묘사가 실제 형태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입체 작업으로 보여준다.
이소요가 생물에 관한 역사적 문헌과 표본의 의미를 탐구한다면, 조혜진은 특허 문서에 기록된 생활 사물의 제작과 변이를 살핀다. 대상은 서로 다르지만 두 작가 모두 문자로 남은 기록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기록에서 빠진 형태와 문장 사이의 빈틈은 조형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응시의 축 아칸서스와 따개비
마지막 부분은 ‘응시의 축: 아칸서스와 따개비’다. 김보경과 정혜정의 작업을 통해 문명과 제국을 중심에 놓았던 시선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다. 땅을 가로지르는 아칸서스와 바다를 이동하는 따개비가 새로운 관찰의 축으로 제시된다.
김보경은 근대 전축 아카이브의 시각 자료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현대 도시에서 직접 체득하기 어려운 역사와 현상, 시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는 이미지에 관심을 둔다. 기록 속 이미지는 평면에만 머물지 않고 입체와 매듭, 콜라주 등 여러 형식으로 이어진다.
평면 자료가 공간을 차지하는 입체 작업으로 변화하고, 매듭과 콜라주가 서로 연결되면서 과거의 이미지가 현재의 전시장 안에 다시 놓인다. 관람객은 하나의 역사적 자료가 작가의 조사와 조형 과정을 거쳐 여러 형태로 확장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혜정은 바다와 해양생물에 관한 조사와 현장 답사, 연구를 바탕으로 비인간 존재의 시점을 탐구한다. 인간의 이동과 문명을 중심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대신, 바다에서 살아가거나 이동하는 존재의 관점에 주목한다.
정혜정의 작품이 놓인 공간은 바다를 경유하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는 개인의 체험을 설명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해양생물과 바다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간 안에서 마주하도록 만든 전시 구성이다. 김보경이 육지의 역사와 잔존 이미지를 다룬다면, 정혜정은 바다와 해양생물을 통해 인간 바깥의 시선을 제시한다.
아칸서스와 따개비라는 두 대상은 땅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관찰의 기준이 된다. 이 구역은 익숙한 문명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식물과 해양생물의 이동, 흔적, 생존 방식으로 시선을 옮긴다. 세 번째 부분에 이르면 전시는 개인의 생활 습관과 미시생태에서 시작해 생물 문헌과 생활 사물의 기록을 지나 역사와 해양의 범위까지 확장된다.
여섯 작가를 잇는 전시 구조
전시는 세 부분을 통해 서로 다른 연구 방법을 연결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진동과 시간처럼 눈에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 데이터를 움직임과 물질로 바꾼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문헌과 특허 문서에 남은 언어를 입체적인 형태와 사물의 계보로 발전시킨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역사적 이미지와 해양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시선을 땅과 바다의 다른 존재로 확장한다.
- 진동하는 데이터: 파동과 입자에서는 전혜주와 정찬민이 관찰과 조사로 수집한 데이터를 작품으로 구조화한다.
- 기록에서 내러티브로: 종과 형에서는 이소요와 조혜진이 문헌과 문서의 여백을 시각적·조형적 이야기로 전환한다.
- 응시의 축: 아칸서스와 따개비에서는 김보경과 정혜정이 육지의 역사적 이미지와 바다의 비인간 존재를 통해 시선의 중심을 이동시킨다.
작품의 의미가 처음부터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작가 소개와 조사 배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명을 읽은 뒤 작품을 다시 보면 재료와 움직임, 배치가 조사 내용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완성품과 연구 과정을 함께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람 뒤 이어지는 활동
전시 관람을 마친 뒤에는 참여 작가 6명을 상징하는 도장을 찍고 색칠할 수 있는 연계 활동이 마련돼 있다. 완성한 활동지는 전시장에 걸어둘 수 있다. 이 활동은 각 작가의 작업을 상징적인 이미지로 다시 확인하도록 구성됐다.
전시장 전체는 자료 조사와 예술적 표현이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공기 조형물의 팽창과 수축, 꽃가루가 만드는 경계, 생물 문헌에서 추출한 형태, 특허 문서와 사물, 근대 아카이브 이미지, 해양생물 연구가 각기 다른 공간을 이룬다. 다양한 재료와 조사 방식이 이어져 규모가 큰 전시 안에서도 구역별 성격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확장팩: 아티스틱 리서치》는 예술가의 호기심이 조사와 기록을 거쳐 작품으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다. 관람객은 결과물만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가 무엇을 관찰했으며 어떤 자료를 선택했고 이를 어떤 형태로 바꾸었는지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12월 20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