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도서관 100년, 근대문화유산의 길을 걷다

수원 도서관과 근대문화유산의 만남

수원시는 도서관이 많고,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도서관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는 수원시 근대도서관이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이를 기념하여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은 도서관 주간을 맞아 전국 도서관을 답사한 백창민 작가와 함께 ‘수원 근대문화유산 100년의 길’ 답사를 진행했다.

도보로 만나는 수원의 근대문화유산

이번 답사는 약 3시간 동안 수원시 내 도서관과 근대문화유산을 도보로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첫 번째 방문지는 수원시립중앙도서관으로, 중앙일보사와 동양방송의 기부로 설립되었으며 1917년 일제강점기 신사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팔달산 중턱에 위치해 수원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이 도서관 주변은 당시 일본인 거주지였음을 보여준다.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들

중앙도서관 옆에는 1971년 개관 당시 수원의 유일한 공연장이었던 수원시민회관이 자리한다. 이 건물의 부조와 모자이크는 김영중과 조성목 작가의 작품이다. 또한, 1956년 문을 연 수원시립도서관 건물은 현재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국전쟁 후 폐허 위에 세워진 공공도서관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의 흔적

구 부국원은 일제강점기 종자와 종묘를 판매하던 일본 부국원 주식회사가 지은 건물로, 현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건물은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당시 수원 일대 곡창지대의 식량을 독점하고 수탈하는 역할을 했던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어 무거운 마음을 안긴다.

교동 일대에는 수원장로교회, 대한성공회 수원교회 등 종교 건물들이 자리하며, 이곳은 독립운동과 시민사회 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수원장로교회는 ‘돌집교회’로 불리며 역사적 의미가 깊다.

백선행 선생과 수원 근대도서관의 출발

팔달문 근처에는 백선행 선생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수원 출신으로 평양으로 이주한 백선행 여사는 큰 부를 사회사업에 쓴 인물이다. 그녀의 흉상 옆에는 미래 백선행 흉상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화성행궁과 마주한 수원종로교회는 1925년 수원야소교청년회와 함께 ‘수원도서관’으로 문을 열어 수원 근대도서관 역사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교회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딴 예배당과 역사관을 갖추고 있다.

교육과 문화의 현장, 뽈리화랑

수원종로교회 옆 북수동성당의 뽈리화랑은 옛 소화초등학교 건물로, 일제강점기 가난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곳 역시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공간이다.

선경도서관과 수원의 문화 중심지

수원시립선경도서관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의 기부로 1995년 문을 연 이 도서관은 화성행궁, 수원시립미술관, 행궁동 벽화거리, 행리단길 등 수원의 주요 문화 공간과 인접해 있다. 선경도서관은 수원의 문화와 지식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서관과 근대문화유산의 의미

근대문화유산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세우기 위한 치열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다. 도서관의 시작은 곧 지식과 문화의 출발이며, 근대도서관의 역사는 근대문화유산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백창민 해설가는 수원을 우리나라 도서관 도시 중 하나로 꼽으며, OECD 수준의 도서관 인프라를 갖춘 도시라고 평가했다.

미래를 향한 도서관의 발걸음

수원시는 도서관이 가까이 있어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지식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도시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원 광교에 ‘경기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으로, 수원 도서관 100년 역사를 이어받아 더욱 미래지향적인 도서관이 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