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파선예展, 수행과 예술의 만남

경기도박물관 30주년 특별전 성파선예 개최
경기도박물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특별전 《성파선예: 성파스님의 예술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통 재료인 옻칠을 활용해 한국적 미감과 수행 정신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성파스님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전시장은 경기도박물관 전시마루로, 2026년 2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 마감은 관람 종료 40분 전이다. 입장료는 무료로, 옻칠 회화, 도자 불상, 서예 작품 등 150여 점이 전시된다.
수행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
이번 전시는 수행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전통과 현대,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사유하게 하는 작업으로, 박물관이 추구하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확장이라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특히 깨달음, 자유, 공존 같은 가치를 예술로 풀어내어 3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깊은 의미를 더한다.
전시 구성과 주요 작품
- 영겁 永劫 - 아득하고 먼
우주의 시작 같은 아득한 시간을 담은 공간으로, 통도사 서운암 삼천불전의 도자 불상 일부를 거울 연출과 함께 전시해 마치 삼천불전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고요한 어둠 속 미륵존 불상은 온화한 미소로 영겁의 시간성을 조용히 드러낸다. 미륵존 뒤편에는 옻칠 회화 작품들이 이어지며, 붉은색과 어두운 색감이 어우러져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압축한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 물아불이 物我不二 - 니가 내다
나와 대상, 인간과 사물이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옻칠 회화 6점이 6미터 수조 속에 담겨 수중 전시되며, 옻의 강한 물성과 흐르는 물결이 만나 회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 문자반야 文字般若 - 글자 너머
검은 옻판 위에 반야심경을 옻칠로 새긴 작품이 전시된다. 어둠 속에서 글자가 은은하게 빛나며 경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글자의 존재감이 먼저 다가오는 작품이다. - 일체유심조 切唯心造 - 마음대로
생각을 비운 자리에서 손이 이끄는 대로 그려낸 옻칠의 자유로운 유희를 보여준다. 알록달록한 색과 기하학적 무늬가 가득한 옻칠 회화들이 전시장 천장에 펼쳐진 옻 염색 천과 어우러져 공간을 자유롭게 채운다.
성파스님의 예술관과 수행 정신
전시장 곳곳에는 성파스님의 예술관이 담긴 글귀가 함께 소개된다. “예술은 억지가 아닌 삶의 발자취”라는 말씀은 무언가를 남기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흔적임을 전한다. 재료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망설임 없이 배우고 도전하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수행자의 태도가 작품보다 먼저 관람객의 마음에 남는다.
성파스님 약력과 예술 활동
- 1939년 경남 합천 출생
- 1960년 통도사에서 출가, 월하스님 은사로 사미계 수지
- 1981~1985년 통도사 주지 역임, 성보박물관 설립 등 전통문화 보존 기반 마련
- 2018년 통도사 방장 추대
- 2021년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추대
성파스님은 수행자이면서도 옻칠 회화, 도자, 서예 등 전통 재료를 바탕으로 한 예술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통도사 서운암에 머물며 하루도 쉬지 않고 옻을 다듬고 흙을 빚으며 근면한 수행의 시간을 작품으로 쌓아왔다. 3천 개의 도자 불상과 16만 도자 대장경 조성은 오랜 정진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종정이라는 상징적 지위와 달리 대중에게는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다가서며, 일상 속 수행자의 태도를 예술로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연계 인문학 강좌 ‘박물관대학’
| 일자 | 주제 | 강사 |
|---|---|---|
| 3월 12일(목) 14:00 | 성파스님의 수행과 창작: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김한수(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 |
| 3월 26일(목) 14:00 | 성파, 통도 그리고 우리 그림 | 정종미(한국화가, 재료학자) |
| 4월 9일(목) 14:00 | 성파스님의 다락방 | 노성환(울산대학교 명예교수) |
| 4월 23일(목) 14:00 | 성파선예관 건축과 개관전을 준비하며 | 윤재갑(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감독) |
| 5월 7일(목) 14:00 | [작가와의 대화] 금강스님 묻고 성파스님 답하다 | 금강스님(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성파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