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문학페스타, 평화의 언어 울리다

Last Updated :
DMZ문학페스타, 평화의 언어 울리다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 평화의 문학 축제 현장

자유로를 따라 파주출판도시에 들어서면 낮고 조용한 건물들이 질서 있게 자리 잡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책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특히 회동길과 광인사길 일대는 ‘걷고 싶은 책방거리’로 불리며 출판사 운영 책방, 북카페, 박물관, 미술관이 나란히 위치해 독서 애호가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2026년 3월 마지막 주말, 이 거리는 문학과 평화의 기운으로 특별한 변화를 맞았다. 바로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이 개최된 것이다. 파주출판도시 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지혜의숲 다목적홀에서는 3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북페어가 열렸다.

북페어에는 전국의 동네 책방, 독립출판사, 개인 제작자, 그리고 파주타이포그래피배곳(PaTI)의 청년 예술가들이 참여해 60여 개 부스가 다섯 마디로 나뉘어 다양한 작품과 굿즈를 선보였다. ‘평화담은책 100’, ‘평화문장 50’, ‘평화전시 6’ 등 코너는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생명과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담은 큐레이션으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특히 ‘늘 프로젝트’에서는 작가들이 직접 북카페 도슨트나 책방지기가 되어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청년 예술가들의 타이포그래피 굿즈와 아트북은 젊은 감각으로 평화의 의미를 표현했다.

침묵의 땅에서 펼쳐진 평화대담

행사 하이라이트는 3월 28일 열린 ‘평화대담: 침묵의 땅에서 생명의 언어로’였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 한국 소설가 정지아가 마주 앉아 전쟁, 증언,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사회는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가 맡았다.

알렉시예비치는 DMZ 방문 소감으로 “어제 DMZ에서 느낀 감정은 슬픔이었다”며 “한반도의 전쟁 흔적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떠올리게 했다. DMZ의 지뢰는 우크라이나의 지뢰를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 전쟁과 폭력의 민낯을 기록해온 작가로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한 세기도 안 됐는데 다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정지아 작가는 “전라도에서 꽃을 보며 출발해 정전의 현장인 DMZ에 이르니 전쟁과 평화의 간극이 바로 이런 것임을 느꼈다”며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작가들의 만남이 평화 진전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 작가는 ‘증언 문학’이라는 공통의 토대 위에서 서로에게 진솔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알렉시예비치는 “나는 유명 작가가 아닌 친구처럼 증인들에게 다가간다. 삶 자체가 흥미로워 허구를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고, 정지아는 “32년 전 ‘빨치산의 딸’은 부모의 입장에서 쓴 다큐멘터리였지만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는 이념이 아닌 개인의 슬픔과 상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대담은 객석 질문에 답하는 알렉시예비치의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2024년 12월 계엄령 때 베를린에서 한국 상황을 지켜보았다. 한국 시민들은 저항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작가는 예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시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승리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으로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이번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은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분단의 상징인 DMZ를 배경으로 세계 각국 작가들이 모여 전쟁과 평화, 민주주의라는 무거운 주제를 문학 언어로 풀어낸 자리였다. 북페어는 독자와 작가, 책방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평화 메시지를 일상 가까이로 끌어당겼고, 평화대담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선 공감과 연대의 장이 되었다.

파주출판도시 ‘걷고 싶은 책방거리’에 울려 퍼진 문학의 목소리는 느리지만 오래도록 평화의 의미를 전하는 힘을 지녔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앞으로도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DMZ문학페스타, 평화의 언어 울리다
DMZ문학페스타, 평화의 언어 울리다
DMZ문학페스타, 평화의 언어 울리다 | 경기진 : https://ggzine.com/7725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경기진 © gg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