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작홍사용문학관서 문학의 숨결을 느끼다

가을, 노작홍사용문학관서 문학의 숨결을 느끼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반석산 자락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2026년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문학관은 일제강점기 낭만주의 문학을 이끌며 근대 신극 운동의 선구자로 활약한 노작 홍사용 선생(1900~1947)의 문학적 업적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공립 문학관이다.
전시실 입구에는 '화성문학 백 년의 흐름'이라는 제목 아래 화성과 인연을 맺은 여러 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관람객의 기대를 모은다. 전시장 내부에는 화성시 전도 위에 각 지역과 문인들의 발자취를 연결한 대형 입체 지도가 설치되어 있어 문학과 지역의 깊은 연관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옥부터 근대의 홍사용, 박팔양, 그리고 현대의 이문구, 송기원, 정대구, 홍신선, 최두석, 최정례, 이원, 김명철 시인에 이르기까지 화성이라는 공간을 품고 시대를 노래한 11인의 문학적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엽서 체험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한 시민은 "나를 돌아봄 =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라는 손 글씨를 남겨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전시는 문학의 뿌리와 원형, 삶과 공동체의 기록, 인간과 연대의 회복, 시간과 존재의 확장 등 네 가지 주요 주제로 구성되어 관람객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특히 '인간과 연대의 회복' 섹션에서는 정대구, 홍신선, 최두석 시인의 전시 패널이 나무 톤 벽면에 배치되어 시인의 얼굴 캐리커처와 시집, 대표 시들이 함께 전시되어 깊은 시선의 울림을 전한다.
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이원 시인(1968~)의 작품 세계와 삶의 궤적도 전시되어 있다. 화성시 우정읍 조암리 출신인 이 시인은 기계 문명과 디지털 시대 속 고독한 현대인의 내면을 독창적으로 탐구해왔다. 전시된 작품을 통해 유년의 가족사적 기억과 현대적 실존 감각이 융합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문학의 뿌리와 원형 공간에서는 홍사용 시인의 작품과 유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홍사용 시인은 화성 석우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연과 민족의 한을 담아낸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이다. 대표 시 작품들은 조국의 산천과 시골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핍박받는 농민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전한다.
특히 1922년 홍사용 선생이 휘문의숙 동기이자 9촌지간인 홍호선에게 보낸 친필 편지가 전시되어 있다. 100여 년 전 먹물로 쓴 이 편지는 문학적 고뇌와 시대적 아픔, 동지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아 관람객의 마음을 울린다.
또한 1932년 발매된 홍사용 선생의 번안 음반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그의 예술적 스펙트럼이 시와 희곡을 넘어 대중예술과 음악 영역까지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작가들의 소장품 코너다. 최정례 시인의 친필 연구 노트와 안경, 나비 모양 책갈피가 전시되어 치열한 사유와 문학적 고뇌를 느끼게 한다. 이원 시인의 육필 원고와 만년필 케이스, 김명철 시인의 안경과 애장 자연석도 함께 전시되어 시인들의 삶과 창작 순간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다.
정대구 시인의 '김삿갓 연구' 박사논문 원고와 '가을 하늘' 육필 원고, 홍신선 시인의 시 육필 원고와 친필 산문 메모, 그리고 이문구 작가의 개인 원고지와 인장, 편지 칼, 송기원 작가의 옥중 편지 등도 전시되어 문학인들의 깊은 내면과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미디어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관람객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홍사용 선생의 작품을 음성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영상과 낭독 음성이 어우러져 작품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감동을 선사한다.
전시장 옆에는 화성시 대표 브랜드 카페 '노노카페'가 자리해 관람객에게 따뜻한 커피와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실버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린 커피 한 잔은 전시 관람 후 깊은 여운을 음미하기에 적합하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문학 유산 보존과 전시뿐 아니라 작은도서관과 열람실을 시민에게 개방해 조용한 독서 공간을 제공한다. 반석산의 자연을 바라보며 시집이나 소설을 읽기에 최적의 장소다.
이번 2026 기획전시는 화성의 문학적 뿌리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조용히 전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의 너그러움을 느끼게 한다. 가을바람이 선선한 이 시기에 문학과 자연이 어우러진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따뜻한 문화 나들이를 권한다.
노작홍사용문학관 위치: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노작로 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