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피어난 세대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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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피어난 세대의 마음

나무의 온기와 가족의 기억, 집의 평안을 바라는 마음이 한옥을 매개로 한자리에 모였다. 김포한옥마을 창작5동에서는 여러 세대가 한옥을 경험하고 표현한 성과공유 전시 〈새로이, 한옥〉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과 중장년까지 참여한 인문예술 프로그램 ‘모담도담 예술한옥 나들이’의 결과물을 소개한다. 참여자들은 한옥의 건축적 지혜와 생태적 가치를 오감으로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떠올린 생각과 소망을 그림과 글, 기와 작품 등에 담았다.

전시명새로이, 한옥
전시 기간2026년 9월 22일부터 11월 29일까지
전시 장소김포한옥마을 창작5동
소재지경기도 김포시 모담공원로 170 김포아트빌리지
관련 프로그램모담도담 예술한옥 나들이

여러 세대가 함께 발견한 한옥

‘모담도담 예술한옥 나들이’는 연령이 서로 다른 참여자들이 한옥을 감각적으로 탐색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옥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물을 만지고 나무결을 관찰하며 전통문화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도록 구성됐다.

전시장에는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그림과 글, 기와 작품, 활동 사진이 놓였다. 같은 한옥을 경험했지만 결과물은 세대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들의 놀이와 상상, 초등학생의 솔직한 문장, 중장년 참여자들의 소망이 나란히 펼쳐지면서 한옥이 세대 사이를 이어 주는 예술적 공간으로 드러난다.

전시 공간은 두 개의 방으로 나뉜다. 한쪽은 ‘몸으로 마주하다 감각 놀이 상상’을 주제로 한옥을 몸과 감각으로 경험한 결과를 보여준다. 다른 한쪽은 ‘마음으로 품다 시선 조화 기원’을 중심으로 한옥과 집, 가족을 향한 참여자들의 마음을 담아낸다.

감각과 놀이로 만나는 공간

‘몸으로 마주하다 감각 놀이 상상’ 공간에는 매트와 작은 나무 받침, 보자기 꾸러미가 배치돼 있다. 보자기 안에 담긴 자연물을 직접 만지고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손끝으로 재료의 질감과 모양을 느끼는 과정에서 한옥을 이루는 자연과 생활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벽면에는 전통 육아 놀이인 단동십훈이 소개돼 있다. ‘불아불아’, ‘시상시상’, ‘도리도리’ 등 전해 내려온 놀이의 방법과 의미가 그림과 함께 정리됐다. 익숙한 말과 동작에도 뜻이 담겨 있음을 보여주며, 전통 육아 문화가 오늘날의 가족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한 일상의 고민을 적은 ‘엄마의 고민’ 기록도 전시돼 있다. 양육 과정에서 느낀 솔직한 생각들이 모여 있어 비슷한 고민을 지닌 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다. 작품과 기록이 함께 놓인 공간은 화려한 설명보다 참여자들의 실제 목소리에 집중한다.

나무결에서 시작된 상상

‘나무결 속 나의 마음’에는 나무판의 무늬를 따라 색을 입히고 얼굴이나 풍경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곧게 이어지거나 둥글게 번지는 나무결이 참여자들의 시선을 거치며 서로 다른 형상으로 바뀌었다.

완성된 그림들은 같은 재료를 보더라도 각자가 발견하는 모습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작품에서는 얼굴이 나타나고, 다른 작품에서는 자연 풍경이 펼쳐진다. 벽면을 채운 그림과 나무의 무늬가 어우러져 한옥 재료에 담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상상을 함께 전한다.

관람객을 위한 참여 자리도 마련됐다. 나무결이 인쇄된 종이와 펜을 이용해 무늬에서 떠오르는 그림을 완성하는 활동이다. 완성한 결과물은 가져가거나 전시장에 남길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이 다시 새로운 표현의 주체가 되는 구성이다.

기와에 새긴 평안과 행복

‘마음으로 품다 시선 조화 기원’ 공간에서는 양쪽에 놓인 기와 작품들이 시선을 모은다. 이 작품들은 중장년 대상 프로그램인 ‘우아한 한옥 나들이’에서 진행한 예술 활동의 결과물이다.

참여자들은 한옥과 전통 신앙에 등장하는 터주신의 의미를 배운 뒤 기와 위에 각자의 터주신과 도깨비를 표현했다. 터주신은 전통적으로 집터를 지킨다고 여겨진 존재다. 작품에는 집안의 평안과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참여자들의 마음이 담겼다.

조개껍데기와 나무, 끈 등 여러 재료로 장식한 기와는 얼굴과 표정, 형태가 모두 다르다. 재료를 배치하고 꾸민 방식에서도 참여자마다 다른 개성이 나타난다. 작품 옆에는 ‘작은 소망도 큰 행복으로 이어지길’, ‘평안과 풍요’와 같은 문구가 놓여 제작자의 마음을 전한다.

개성 있는 터주신과 도깨비의 모습은 전통적 소재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다. 그 곁에 적힌 글은 작품에 담긴 뜻을 짚어 주며, 가족이 평안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소박하고 공통된 소망을 드러낸다.

아이들이 글로 남긴 한옥

공간 안쪽에는 초등학생들이 글로 표현한 한옥 이야기가 자리한다. ‘오행오감 한옥 나들이’의 결과물로, 병풍처럼 펼쳐진 나무틀에 족자와 부채가 걸려 있다.

아이들은 한옥에서 보고 느낀 점을 꾸밈없는 문장으로 남겼다. 나무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이야기부터 ‘우리 집도 한옥이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다양한 생각이 담겼다. 짧은 글이지만 한옥의 재료와 공간이 아이들에게 어떤 감각과 인상을 남겼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어른들이 기와에 가족의 평안과 행복을 새겼다면, 아이들은 글을 통해 한옥에서 보낸 시간과 살고 싶은 공간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서로 다른 세대의 표현 방식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전시의 주제도 한층 선명해진다.

작은 창으로 다시 보는 풍경

한쪽에는 ‘나만의 차경을 만들어요’ 코너가 마련됐다. 도화지를 오려 액자 형태의 틀을 만든 뒤 한옥마을을 걸으며 마음에 담고 싶은 풍경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주변 풍경을 빌려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차경’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벽면에 전시된 사진에서는 여러 모양의 틀 너머로 한옥과 나무, 하늘이 보인다. 같은 장소도 틀의 위치와 모양에 따라 새로운 장면처럼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활동은 거창한 도구 없이도 풍경을 자세히 바라보게 한다. 작은 종이 액자를 통해 처마와 기둥, 나무와 하늘의 관계를 살피며 한옥과 주변 자연이 이루는 조화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한옥에 모인 놀이와 소망

〈새로이, 한옥〉은 한옥을 하나의 건축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자연물을 만지는 영유아의 감각, 나무결에서 형상을 발견한 상상, 한옥의 인상을 글로 남긴 초등학생의 시선, 기와에 가족의 평안을 담은 중장년의 소망을 차례로 보여준다.

세대별 결과물은 형태가 서로 다르지만 한옥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이어진다. 나무와 기와, 전통 놀이와 차경 같은 요소들이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그림과 글, 조형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옥의 건축적 지혜와 생태적 가치가 생활의 기억과 예술 활동 속에서 새롭게 읽히는 전시다.

전시가 열리는 김포한옥마을 창작5동에서는 작품과 활동 기록을 따라가며 세대마다 한옥을 바라보는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장 안의 감각 활동과 한옥마을의 실제 풍경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이들의 놀이와 상상, 어른들의 바람이 한 공간에 모인 현장은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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