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무형유산의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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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무형유산의 흥

경기도 전통문화가 한자리에

경기도 곳곳에서 전승돼 온 전통의 멋과 흥이 가평문화예술회관에 모였다. 제28회 경기도 무형유산 대축제가 2026년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경기의 멋과 흥, 더불어 잇다 함께 있다’를 부제로 열렸다.

축제에는 경기도 무형유산 보유자와 전승자들이 참여했다. 실내외 무대에서는 전통공연이 이어졌고, 전시장에서는 장인들이 완성한 작품과 전통기술의 제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돼 공연과 전시, 시연과 체험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행사로 꾸려졌다.

무형유산은 공예와 전통기술을 비롯해 음악, 춤, 놀이, 의례처럼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을 뜻한다. 일정한 형태로 남은 유물과 달리 사람의 손길과 몸짓, 소리와 기억을 통해 세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야는 크게 기능과 예능으로 나뉜다. 기능은 장인의 숙련된 솜씨로 계승되는 전통기술이며, 예능은 소리와 춤, 놀이, 의례 등에 공동체의 삶과 정서를 담은 전통예술이다. 이번 축제는 두 분야를 함께 소개하며 경기도 무형유산의 폭넓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흥군자봉성황제가 연 야외무대

2026년 10월 17일 오전 야외무대에서는 시흥군자봉성황제가 펼쳐졌다. 제의의 소리가 무대 주변으로 울려 퍼지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시흥군자봉성황제는 김부대왕과 홍씨부인, 안씨부인을 모시는 경기 남부의 대표적인 성황제다. 잿머리 성황제와 더불어 지역의 전통 신앙과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며, 제의를 통해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해 온 전통을 담고 있다.

공연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과 기억을 무대 위에 드러냈다. 관람객들은 의례의 흐름과 소리를 지켜보며 경기도 지역문화의 한 모습을 접할 수 있었다.

힘찬 장단으로 채운 광명농악

시흥군자봉성황제에 이어 광명농악이 야외무대의 흥을 끌어올렸다. 광명농악은 광명 지역에서 이어진 두레농악을 조직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현재는 판굿을 중심으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의 기운은 무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주를 준비하는 공간에서부터 북과 꽹과리 소리가 이어졌고, 주변을 지나던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췄다. 연주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힘찬 장단이 더해지면서 야외무대는 활기찬 놀이마당으로 바뀌었다.

농악 특유의 빠르고 생동감 있는 흐름은 무대에서 떨어져 있던 관람객에게도 선명하게 전해졌다. 악기 소리와 연주자들의 몸짓이 맞물릴 때마다 공연 공간에는 전통예술이 지닌 공동체적 흥이 살아났다.

축제 기간에는 광명농악뿐 아니라 이천거북놀이, 경기검무, 경기송서율창, 양주농악, 퇴계원산대놀이 등 경기도 여러 지역에서 전승된 무형유산 공연이 실내외 무대에서 펼쳐졌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 전통예술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었다.

장인의 기술에 담긴 오래된 아름다움

가평문화예술회관 2층에서는 경기도 무형유산 기능전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전통기술을 이어온 장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무형유산이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연결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 주제는 ‘오래된 아름다움의 이유를 묻다’였다. 전시는 물건이 오랜 세월을 견뎠다는 사실만으로 아름다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작품 안에 축적된 기술과 삶의 지혜, 이를 지켜온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할 때 전통의 가치가 깊어진다는 의미였다.

완성된 작품에는 장인의 오랜 숙련과 반복된 손길이 고스란히 담겼다. 관람객들은 결과물의 외형뿐 아니라 그 안에 이어져 온 기술과 시간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이는 형태가 있는 작품을 통해 형태가 없는 기술과 기억을 이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경기도와 폴란드 전통공예의 만남

축제에서는 2026 경기도 폴란드 문화교류 초청전도 마련됐다. 폴란드 돌노실롱스키에주의 전통문화를 소개한 전시로, 폴란드가 경기도 무형유산 대축제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시장에는 700년 전통의 볼레스와비에츠 도자기와 전통 유리공예 작품이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경기도의 전통기술과 함께 폴란드의 공예문화를 살펴보며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이어진 장인정신을 비교할 수 있었다.

도자기는 흙과 불을 이용해 완성하고, 유리공예는 뜨거운 열로 모래를 녹여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두 공예는 다루는 재료와 제작 방식이 다르지만, 사람의 창의성과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서로 다른 전통공예가 한 공간에 놓이면서 재료와 표현 방식의 차이뿐 아니라 장인정신이라는 공통된 가치도 드러났다.

손으로 가까이 만난 무형유산

야외 체험부스에서는 가평의 특산품과 함께 무형유산을 주제로 한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관람객들은 공연과 전시를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했다.

작품을 눈으로 감상하고 전통예술을 귀로 듣는 관람 방식과 달리, 체험 프로그램은 참여자가 무형유산을 한층 가까이 이해하도록 구성됐다. 공연장과 전시장, 야외 체험 공간이 연결되면서 축제는 전통문화를 여러 감각으로 접하는 장이 됐다.

기능과 예능은 전승자가 직접 기술과 표현을 이어갈 때 생명력을 유지한다. 체험 공간은 이러한 무형유산의 성격을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문화가 과거의 기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도 보여줬다.

첫 전승과 기억의 날

2026년 10월 17일에는 제1회 ‘경기도 무형유산 전승과 기억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경기도는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무형문화유산의 날인 10월 17일에 맞춰 전국 최초로 무형유산의 전승과 기억을 위한 기념일을 지정했다.

기념식은 환영사와 축사로 시작됐다. 이어 무형유산 전승 활성화에 기여한 유공자 표창과 헌정공연이 진행됐다. 행사는 오랜 시간 무형유산을 지키고 전해 온 전승자들의 노고를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무형유산은 사람이 기억하고 익히며 다음 사람에게 전할 때 비로소 이어질 수 있다. 기념식은 전승의 주체인 사람들에게 주목하며, 전통을 보존하는 일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일이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줬다.

청년 전승자들이 완성한 비나리랑

기념식의 마지막은 청년 전승자 헌정공연 ‘비나리랑’이 장식했다. 승무살풀이춤과 경기고깔소고춤, 경기소리 긴잡가, 객원 농악팀이 각자의 전통을 하나의 무대에서 새롭게 풀어냈다.

비나리랑에는 선대 전승자를 향한 존경과 감사, 오늘의 전승이 미래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겼다. 서로 다른 예능 분야가 한 무대에서 조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각각의 종목을 따로 선보이는 전통예술 공연과는 다른 구성을 보여줬다.

전승자들은 자신이 이어온 예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분야와 호흡을 맞췄다. 춤과 소리, 농악이 차례로 맞물리자 각 예능의 특징은 선명하게 살아났고, 무대 전체에는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형성됐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모든 전승자가 무대에 올랐다. 하나의 음악 안에서 저마다의 몸짓이 펼쳐졌고, 서로 다른 전통은 조화를 이루며 공연을 완성했다. 무대는 경기도 전통문화를 잇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승자들이 이어온 노력과 시간을 집약해 보여줬다.

오늘의 삶에서 이어지는 문화유산

제28회 경기도 무형유산 대축제는 전통공연의 흥과 장인의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 국제 문화교류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는 자리였다. 예능과 기능, 국내 전통과 해외 공예, 관람과 체험이 어우러지며 무형유산의 여러 면모를 드러냈다.

무형유산의 가치는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만 있지 않다. 여러 세대에 걸쳐 쌓인 지혜와 예술적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되살리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축제는 경기도의 무형유산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보여주는 동시에, 하나의 전통이 이어지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공연자의 몸짓과 소리, 장인의 손길, 전승자들의 협업은 무형유산이 현재에도 이어지는 살아 있는 문화라는 점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제29회 경기도 무형유산 대축제 역시 전통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다음 세대가 문화유산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며 그 의미를 이어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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