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따라 걷는 가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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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따라 걷는 가을 숲

2026년 10월 18일 용인 남사도서관에서 성인을 위한 그림책 강연이 열렸다. 2026년 하반기 동부도서관 작가강연회 ‘온북클래스’의 하나로 마련된 이번 강연에는 곽영미 작가가 참여해 ‘가을 숲, 그림책과 거닐다’를 주제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책을 어린이만의 책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날 강연은 성인도 그림과 문장을 통해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고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부부와 가족, 어린이 등 다양한 참석자가 제주에서 온 작가와 함께 세 권의 그림책을 차례로 살펴봤다.

가을비 속 고요했던 남사도서관

강연 당일 아침부터 세찬 가을비가 이어졌다. 휴관일을 맞은 도서관은 불이 꺼진 채 평소보다 한층 고요한 모습이었다. 조용한 공간을 지나 강연장에 들어서면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권의 그림책이 참석자들을 맞았다.

창밖에는 비에 젖은 가을 풍경이 펼쳐지고, 강연장 안에서는 그림책을 사이에 둔 대화가 이어졌다. 차분한 도서관 분위기와 자연을 다룬 작품들이 어우러지며 강연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작은 틈에서 발견한 생명의 힘

첫 번째로 소개된 작품은 『틈만 나면』이었다. 보도블록과 담벼락 사이의 좁은 틈에서 자라나는 작은 풀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풀들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제한된 공간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생명으로 다가왔다. 작은 틈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풀의 모습은 자연이 지닌 생명력을 발견하게 했다.

그림책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풍경을 다시 살펴보게 했다. 길가의 작은 풀도 하나의 생명이며, 익숙한 일상 속 자연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씨앗 한 알에 담긴 가능성

두 번째 작품은 『나무의 아기들』이었다. 곽영미 작가는 그림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다양한 씨앗의 실제 사진을 보여줬다. 참석자들은 씨앗의 생김새를 먼저 살펴본 뒤 작품을 접하며 그림책의 내용을 한층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도토리 한 알이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된다는 사실은 익숙한 자연의 원리다. 그러나 사진과 그림책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에서는 그 변화의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전달됐다.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인 씨앗에는 저마다 생명을 이어갈 가능성이 담겨 있었다. 작고 평범해 보이는 씨앗이 긴 시간을 거쳐 나무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참석자들에게 자연에 대한 감동과 경외감을 불러일으켰다.

잎이 진 뒤 드러나는 나무의 아름다움

마지막으로 함께 읽은 작품은 『겨울나무』였다. 잎을 모두 떨군 겨울나무는 흔히 앙상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잎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그동안 가려졌던 가지의 뻗음과 줄기의 형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참석자들은 그림책을 통해 잎이 무성할 때와는 다른 겨울나무의 모습을 살펴봤다. 무언가가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형태와 아름다움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겨울나무』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나무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모습을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화려한 잎과 열매뿐 아니라 가지와 줄기 자체에도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이 그림책의 장면을 따라 차분히 펼쳐졌다.

서로 다른 시선이 모인 그림책 대화

강연은 작가의 설명만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더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눴다. 한 장면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기억이 이어지며 강연장에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림책은 짧은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지만, 독자가 살아온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불러낼 수 있다. 이날 강연에서도 한 권의 책이 여러 세대의 참석자를 연결하고 대화를 이끄는 매개가 됐다.

일상의 풍경을 바꾸는 그림책

강연이 끝난 뒤 도서관 밖에는 비에 젖은 나뭇잎과 바닥에 떨어진 작은 열매가 남아 있었다. 강연에서 살펴본 풀과 씨앗, 나무의 이야기는 평소 익숙하게 지나치던 가을 풍경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새로운 시선과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 이번 온북클래스는 자연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며, 주변의 평범한 풍경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는 자리였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 남사도서관에서 열린 이번 강연은 그림책 한 권이 사람과 자연을 잇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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