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거리 다시 끓다

의정부 부대찌개의 역사와 새로운 가능성을 한자리에서 보여준 제19회 의정부 부대찌개축제가 2026년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일원에서 열렸다.
축제장은 낮부터 저녁까지 부대찌개를 맛보려는 시민과 방문객으로 붐볐다. 오랜 시간 거리를 지켜온 상인들은 각자의 조리법을 선보였고, 요리경연대회와 무료 시식회, 거리 공연, 체험 프로그램, 플리마켓이 이어지며 원조 부대찌개 거리의 특색을 드러냈다.
1960년부터 이어진 원조의 거리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입구에는 ‘의정부 부대찌개축제’라고 적힌 커다란 붉은색 아치가 설치됐다. 아치에 표시된 ‘Since 1960’ 문구는 이 거리와 부대찌개가 함께 쌓아온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의정부 부대찌개는 6·25전쟁 직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 베이컨에 김치와 고추장, 떡, 채소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 먹던 음식에서 발전했다. 여러 재료를 한 냄비에 담아 끓이는 방식은 세월이 흐르면서 의정부를 대표하는 음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거리에는 한양식당을 비롯해 1980년부터 운영된 명성부대찌개, 1990년부터 자리를 지킨 홍이부대찌개, 경원식당 등 오랜 업력을 지닌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일부 업소 앞에는 방송 소개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어 의정부 부대찌개거리의 역사와 대중적 인지도를 보여줬다.
여섯 팀이 선보인 창작 부대요리
축제의 주요 행사인 제3회 부대찌개 요리경연대회에는 모두 6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팀은 우삼숙 특공대, 로제에 햄며들다, 마라맛 바삭부대, 곱게 치즈니, 옹골찬 감자부대, 토마토의 전성시대였다.
참가자들은 부대 로제 크림 파스타와 마라상궈 부대 카나페, 부대 한입 김치전과 토마토 살사 등 기존 부대찌개의 재료와 특징을 활용한 창작 요리를 선보였다. 익숙한 햄과 소시지, 김치 등의 재료가 파스타와 카나페, 김치전 같은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완성되면서 경연장은 전통적인 부대찌개와 새로운 조리 방식이 만나는 무대가 됐다.
대회는 참가팀의 조리 과정에 이어 심사위원 평가와 시민 선호도 평가, 점수 집계, 시식 순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조리 과정을 지켜본 뒤 완성된 음식을 살펴보고 평가에 참여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경연과 심사가 이어지면서 부대찌개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김원기 의정부시장은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요리경연대회가 의정부 부대찌개의 새로운 맛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 음식문화의 매력을 알리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열한 곳의 비법을 한자리에서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부대찌개거리 참여 업소 11곳이 참가한 무료 시식회가 열렸다. 각 업소는 저마다의 조리법으로 완성한 부대찌개를 내놓았고, 시민들은 ‘부대찌개 업소별 무료시식회’ 현수막 아래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한 거리 안에서도 업소별로 다른 부대찌개의 맛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식회의 핵심이었다. 시식 공간 주변에는 음식을 받아 든 시민들이 모였고, 뜨거운 부대찌개가 담긴 용기가 연이어 전달되면서 분주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축제 기간에는 참여 업소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방문객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이와 함께 업소별로 부대찌개 1인분 가격을 1천 원 할인하는 자체 행사도 마련돼 축제 참여가 실제 음식점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마술과 거리 공연으로 더한 활기
거리 한편의 소규모 무대에서는 ‘Showtime’이라는 이름의 마술 공연이 펼쳐졌다.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간이무대 앞에는 시민들이 모여 앉았고, 마술사의 동작과 트릭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빨간 의상을 입은 키다리 삐에로 스틸트워커도 축제장을 돌아다녔다. 스틸트워커는 높은 위치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거리 공연의 재미를 더했다. 음식점과 행사 부스 사이에서 공연과 퍼포먼스가 이어지면서 부대찌개거리 전체가 하나의 축제 공간으로 활용됐다.
직접 완성한 부대찌개 기념품
거리 곳곳의 붉은 천막에서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러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체험 품목에는 부대찌개 캐릭터인 소찌, 라찌, 햄찌, 치찌를 활용한 키캡 클리커와 부대찌개 미니어처 마그넷, 부대찌개 냄비받침이 포함됐다.
드라이플라워 도어벨과 이니셜 키링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함께 열렸다. 어린이들은 부대찌개 맛집지도를 직접 꾸몄으며, 체험 공간에서는 참가자들이 작은 부품과 장식물을 조합해 소품을 완성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음식 중심의 축제에 만들기 활동을 더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농산품과 수공예품도 만난 축제
행사장에는 먹거리와 체험뿐 아니라 플리마켓도 마련됐다. 카톨릭농민회 부스에서는 지역 친환경 농산품을 선보였고, 빛나는 쥬얼리 부스에서는 수공예 액세서리를 판매했다. 방문객들은 부대찌개거리의 음식점을 이용하는 동시에 농산품과 수공예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음식점, 체험 천막, 공연 무대, 판매 부스가 거리 안에 배치되면서 방문객의 이동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부대찌개를 중심에 두면서도 가족 체험과 거리문화, 지역 생산품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축제 프로그램의 범위를 넓혔다.
한일 미식문화 교류 가능성 확인
이번 축제 현장에는 일본 야마토대학 사회학부와 국제라멘학회 관계자들도 방문했다. 일본 측 관계자들의 현장 참여는 의정부 부대찌개를 매개로 한 한일 미식문화 교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됐다.
전현영 의정부도시공사 사장은 19회를 맞은 의정부 부대찌개축제가 시민과 상인이 함께 즐기며 의정부 부대찌개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지역 상권에 활력을 더하는 축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원기 의정부시장도 상인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이어져 온 의정부 부대찌개축제가 지역 상권에 활력을 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민과 상인이 함께 지킨 열아홉 번째 축제
제19회 의정부 부대찌개축제는 원조 음식의 역사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참여와 상권 활성화를 함께 연결한 행사였다. 오랜 업력을 지닌 음식점들은 각자의 맛을 선보였고, 요리경연 참가자들은 부대찌개의 재료를 새로운 형태의 음식으로 풀어냈다.
무료 시식회 앞에 모인 시민들, 마술 공연을 바라보는 가족 관람객, 체험 부스에서 기념품을 만드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거리 곳곳에서 이어졌다. 상인과 시민, 관계기관이 함께 만든 이틀간의 행사는 의정부 부대찌개가 한 끼 음식이자 지역의 역사와 상권을 잇는 문화 자원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열아홉 번째 행사를 마친 의정부 부대찌개축제는 다음 제20회 축제를 앞두게 됐다. 1960년부터 이어진 거리의 역사 위에서 전통적인 맛과 창작 요리,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어떤 모습으로 확장될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