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별로 새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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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별로 새긴 기억

흙과 불로 빚은 도자 위에 금빛 점과 선이 놓였다. 여주도자문화센터에서 열린 제7회 홍완표 도예전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금채도각화 기법을 활용해 추모와 애도의 뜻을 도자에 새긴 전시였다.

전시장에는 붉은 도자기 표면과 금빛 조각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작품들이 배치됐다. 표면을 가까이 살펴보면 금빛 점과 선이 촘촘하게 이어졌고, 조명과 자연광이 닿는 방향에 따라 조각의 깊이와 질감도 다르게 드러났다. 화려한 색채 안에 희생자를 기억하는 숫자와 의미를 담았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뤘다.

비극을 기록한 도자

전시의 주요 작품인 Painful Memory 연작은 사회적 참사와 그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됐다. 흙을 빚고 불에 구운 도자에 음각과 금채를 더해 아픈 기억을 시각적인 기록으로 남겼다.

작품에 사용된 붉은색과 금빛은 강한 대비를 이룬다. 금빛 요소는 단순한 장식에 머물지 않고, 각각의 희생자를 상징하는 별과 빛으로 표현됐다. 관람객은 작품의 전체 형태를 먼저 마주한 뒤 표면에 새겨진 세부 조각과 숫자의 의미를 차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508개의 별에 담긴 추모

Painful Memory 별508은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희생자 502명과 실종자 6명을 기억하는 작품이다. 두 숫자를 합한 508개의 금빛 점이 붉은 진사유 바탕에 음각으로 새겨졌다.

작품을 채운 금빛 점은 하늘로 떠난 영혼을 상징한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점들은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작품명에 포함된 숫자 508은 추상적인 장식의 수가 아니라 희생자와 실종자를 헤아려 기록한 구체적인 숫자다.

붉은 바탕 위에 자리한 금빛 별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밝기와 윤곽이 달라졌다. 정면에서는 전체 구성이 먼저 드러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도자 표면에 새겨진 점의 깊이와 금빛의 결이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192개의 빛으로 남은 기억

Painful Memory 별192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 192명을 위로하기 위한 작품이다. 작품은 당시의 어둡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은하수 속 따뜻한 별빛으로 표현했다.

192라는 숫자는 작품의 주제와 형식을 연결하는 핵심이다. 도자에 표현된 별빛은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는 상징으로 제시됐다. 비극의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빛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려는 작업의 방향이 금빛 조각에 담겼다.

별508과 별192는 서로 다른 참사를 다루지만, 희생자의 수를 작품에 기록하고 금빛 별로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 작품은 사회가 함께 기억해야 할 사건을 도자예술의 언어로 남겼다.

금채도각화가 만든 표면

이번 전시의 특징은 금채도각화 기법이다. 도자 표면에 조각을 새기고 금빛을 더해 점과 선, 굴곡이 함께 드러나도록 구성했다. 흙과 불로 완성된 도자에 섬세한 조각이 더해지면서 작품마다 서로 다른 표면과 깊이가 나타났다.

같은 작품도 관람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 인상이 달라졌다. 조명이 정면으로 닿는 부분에서는 금빛이 또렷하게 반사됐고, 측면에서는 음각으로 새긴 선과 점의 깊이가 선명해졌다. 도자의 둥근 형태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평면으로 볼 때 드러나지 않던 조각의 흐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연광에 달라진 금빛

여주도자문화센터 2층 전시실의 창가에는 자연광이 깊게 들어왔다. 창가에 놓인 작품은 햇빛을 받는 면과 그늘진 면의 차이가 분명했고, 금채 조각의 입체감도 한층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시장 동선을 따라 이동할수록 도자기의 종류와 시선의 각도, 조명의 위치에 따라 색과 질감이 변했다. 붉은 표면은 빛이 닿는 곳에서 밝고 선명하게 보였으며, 금빛 점과 선은 관람 방향에 따라 반짝임의 크기를 달리했다. 작품 정면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형태를 살피면 도자 표면에 새긴 조각의 결을 더욱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

전시 공간은 화려한 금빛이 먼저 시선을 끌었지만, 작품에 담긴 사건과 숫자를 확인한 뒤에는 추모의 의미가 중심에 놓이는 구성을 보였다.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머물며 표면의 점과 선을 세밀하게 살피는 모습도 이어졌다.

흙과 금빛으로 이어진 애도

제7회 홍완표 도예전은 한국 현대사의 아픈 사건을 도자에 기록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508개와 192개의 별은 각각의 참사와 희생자를 가리키며, 작품의 조형 요소인 동시에 기억을 보존하는 구체적인 표식으로 사용됐다.

도자는 흙을 빚고 불을 거쳐 완성되는 매체다. 이번 작품들은 그 표면에 금빛 조각을 더해 비극의 기억과 애도의 뜻을 담았다. 붉은 진사유와 금채의 대비, 음각으로 새긴 점과 선, 자연광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감이 전시의 시각적 특징을 형성했다.

전시는 비극적인 사건을 자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별과 빛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를 숫자로 정확히 기억하고, 그 숫자를 도자 위에 하나씩 새겼다는 점에서 작품의 주제와 제작 방식이 긴밀하게 연결됐다.

전시 정보

전시명제7회 홍완표 도예전 Korea Painful Memory 금채도각화
전시 기간2026년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전시 장소여주도자문화센터 2층
소재지경기도 여주시 신륵사길 7-1
주요 작품Painful Memory 별508, Painful Memory 별192
관람 특징자연광과 관람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금채 조각의 입체감

2026년 8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진행된 이 전시는 도자예술을 통해 기억과 애도의 의미를 전했다. 전시가 열린 여주도자문화센터 2층에서는 창가의 자연광과 실내 조명이 작품의 금빛 표면을 비추며 도각의 섬세한 결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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