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빚은 위대한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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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빚은 위대한 우연

평범하게 밟고 지나던 흙이 사람의 손과 물, 불을 만나 세계에 하나뿐인 예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2026년 10월 6일 경기도 기회기자단 꿈나무기자 15명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참여형 워크숍과 전시 해설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흙을 채집하고 작품을 빚은 뒤 국제공모전과 본전시를 차례로 관람하며 도자예술의 재료와 제작 과정을 살펴봤다.

땅이 예술을 만드는 비엔날레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는 9월 18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천과 광주, 여주를 중심으로 열린다.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도자예술 행사로, 전통 도자기뿐 아니라 흙과 자연, 환경, 기술을 새롭게 해석한 현대 도자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땅이 만든다다. 흙을 사람이 원하는 형태로 바꾸는 수동적인 재료로만 보지 않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예술을 완성해 가는 존재로 바라보자는 의미가 담겼다. 전시장에서는 땅의 성질과 작가의 선택, 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작품의 일부로 드러났다.

산과 공방에서 채집한 흙

오전 10시 경기도자미술관 대강당에서 안내를 받은 참가자들은 창작공방으로 이동해 심다은 작가가 진행한 참여형 워크숍 길고 소란한 우연에 참여했다. 워크숍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두 명씩 짝을 이뤄 흙을 채집하고 도자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했다.

참가자들은 활동 방법을 들은 뒤 삽과 장갑을 챙겨 인근 설봉산으로 향했다. 땅을 자세히 살펴 진한 갈색의 흙을 채집하고 비닐 팩에 담았다. 이어 창작공방 옥상에서는 황토색 흙을 비롯해 각자 원하는 흙을 자유롭게 골랐다.

같은 흙처럼 보여도 색깔과 촉감은 서로 달랐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땅이 이날 현장에서는 작품의 성질과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로 다뤄졌다. 참가자들은 주변의 흙에도 저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는 점을 채집 과정에서 확인했다.

불순물을 걷어내는 손길

오전 11시 무렵 참가자들은 채집한 흙을 들고 창작공방으로 돌아왔다. 흙을 바로 빚는 것이 아니라 도자 작품에 쓸 수 있는 재료로 다듬는 작업이 먼저 시작됐다.

모아 온 흙을 물에 풀어 섞자 기름처럼 보이는 물질과 여러 불순물이 표면으로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스펀지로 물 위의 기름을 조심스럽게 걷어내고 흙을 분리했다. 채집부터 세척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도자 작품 한 점을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오전 작업을 마친 참가자들은 점심 식사와 휴식을 거친 뒤 오후 1시 다시 창작공방에 모였다. 이번에는 오전에 물에 풀어둔 흙을 한층 깨끗하게 정리했다. 거름망을 이용해 나뭇잎과 벌레, 작은 돌멩이 등을 걸러냈고, 불순물을 제거한 흙은 석고판 위에 올려 물기를 뺐다.

평범한 흙이 작품이 되다

수분을 조절한 흙은 점토와 섞인 뒤 참가자들의 손에서 여러 형태로 바뀌었다. 큐브와 네잎클로버, 구슬을 비롯한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형태가 없던 흙덩어리였지만 손으로 누르고 주무르며 윤곽을 잡자 각기 다른 작품으로 변해 갔다.

오전부터 채집하고 정제한 흙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완성된 작품은 곧바로 가져가지 않고 심다은 작가에게 맡겼다. 심 작가는 참가자들이 만든 작품을 가마에 구워 비엔날레에 전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심 작가는 도자를 공부하면서 흙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땅에서 재료를 찾게 됐으며, 땅의 일부가 어떤 성질을 지녔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 흙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채집한 흙은 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작품을 만든 뒤 구멍이나 금이 생기기도 하지만 심 작가는 그 변화 역시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흙은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고도 표현했다.

워크숍 제목에 담긴 ‘우연’은 이러한 제작 과정과 맞닿아 있다. 흙을 채집한 장소와 재료의 성질, 작품을 빚고 굽는 동안 나타나는 예상 밖의 변화가 모두 결과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흙은 단순히 사람이 정한 모양을 따르는 재료가 아니라 고유한 성질로 작품의 모습에 관여하는 존재로 제시됐다.

77개국 도자예술 한자리에

워크숍을 마친 참가자들은 경기도자미술관으로 이동해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첫 관람 장소는 국제공모전 전시실이었다. 김상아 도슨트의 설명에 따라 미술관 2층과 3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봤다.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는 세계 77개국 작가 1,050명이 작품 1,397점을 출품했다. 이 가운데 58점이 선정됐다. 작가들은 흙이라는 공통된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 방식으로 각자의 작품을 완성했다.

국제공모전 우수상을 받은 멜리스 부이룩 작가의 블루밍 카펫은 바닥에 펼친 카펫처럼 보이지만 도자로 제작된 작품이다. 매우 얇아 손으로 만지면 부서질 수 있다는 도슨트의 설명은 단단하고 무거운 생활 도자기와 다른 현대 도자의 섬세한 면모를 보여줬다.

익숙한 그릇의 형태를 벗어난 이 작품은 같은 도자 재료가 두께와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관람객들은 작품 가까이에서 얇고 정교하게 배열된 형태를 살피며 도자의 넓은 표현 가능성을 마주했다.

검은 도자가 펼친 우주

국제공모전 관람 뒤에는 김복란 도슨트의 안내로 본전시 땅이 만든다를 감상했다. 이 전시는 흙을 인간이 사용하는 재료로만 한정하지 않고, 땅과 자연이 예술 작품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게 한다.

김시영 작가의 플래닛 연작은 고려청자나 백자와 다른 흑자 작품이다. 청자의 푸른빛과 백자의 밝은 색에 익숙한 관람객 앞에서 깊고 어두운 색의 도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둥글고 검은 형상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행성을 연상하게 했다.

조홍래 작가의 픽셀비트도 독특한 시각적 특징을 드러냈다. 커다란 다이아몬드 형태 안에 작은 다이아몬드 모양들이 모인 작품으로, 빛을 받으면 검은색으로 보였다. 빛이 비칠수록 밝게 보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다른 모습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본전시는 흙과 불로 만든 도자가 색과 형태에 그치지 않고 빛과 공간에 따라서도 다르게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오전에 흙을 직접 채집하고 손질한 참가자들은 오후 전시에서 완성된 작품을 보며 작가가 선택한 흙과 제작 과정, 그 안에서 발생했을 우연한 변화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손으로 이해한 땅이 만든다

현장 참가자 김유한 기자는 시간에 따라 얼굴이 바뀌는 돌 작품과 조영각 작가의 물면시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재료를 직접 다루는 단계부터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도 전했다.

흙을 채집하고 물에 풀어 불순물을 제거한 뒤 손으로 빚는 과정은 완성된 도자 작품만 감상할 때는 알기 어려운 제작의 시간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하는 일정이 이어지면서 재료와 완성작 사이의 관계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심다은 작가의 설명처럼 작품에는 사람의 손길만 담기는 것이 아니다. 흙이 지닌 성질과 채집 장소, 정제 과정과 가마 안에서 생기는 변화가 함께 결과를 만든다. 이번 프로그램은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주제인 ‘땅이 만든다’를 채집과 제작, 관람의 순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행사와 장소 정보

행사명2026 경기도자비엔날레
기간2026년 9월 18일부터 11월 1일까지
주요 개최지이천세라피아, 광주곤지암도자공원, 여주도자세상
이천세라피아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2697번길 167-29
경기도자미술관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2697번길 263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는 세계 각국의 도자 작품과 함께 흙이 지닌 색과 질감, 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재료의 물성과 작가의 표현 방식이 결합된 작품들이 배치돼 있으며, 관람 동선을 따라 국제공모전과 본전시의 서로 다른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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