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년 숲이 건넨 공존의 답

560년의 시간을 품은 광릉숲을 과학과 역사, 생태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지역사회와 함께 보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릉숲포럼 2026’은 2026년 10월 9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잔디광장에서 ‘560년 광릉숲의 시간에 스며들다’를 주제로 열렸다. 개회식과 전문가 강연, 패널 토론을 중심으로 문화 공연과 시민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행사장은 광릉숲의 오랜 시간을 설명하는 강연 공간과 시민이 자연을 직접 접하는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잔디광장에서는 강연을 듣는 시민과 체험 부스를 둘러보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어우러졌으며, 숲의 가치를 지식과 경험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역사와 생태가 이어진 광릉숲
광릉숲은 오랜 기간 보전돼 온 역사적 공간이면서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 자산이다. 이번 포럼은 숲을 보호 대상에만 한정하지 않고 역사와 생태, 지역 주민의 삶이 연결된 공간으로 조명했다.
숲을 지속해서 보전하려면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것과 함께 숲 주변에서 생활하는 주민, 연구와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가, 앞으로 숲을 이어받을 청년과 미래 세대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도 행사 전반에서 다뤄졌다.
개회 행사에서는 주요 참석자들이 포럼 주제가 적힌 입간판 퍼즐을 완성하는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여러 구성원이 힘을 모아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광릉숲 보전에 필요한 협력의 의미를 나타냈다.
공존의 의미를 짚은 기조 강연
기조 강연은 유네스코 MAB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조도순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다. 조 교수는 ‘가장 오래된 숲의 시계로, 새로운 공존을 배우다’를 주제로 광릉숲이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오랜 세월 이어진 광릉숲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제시됐다. 포럼은 숲이 축적해 온 시간과 생태적 가치를 바탕으로 오늘날 필요한 공존의 방향을 생각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지역사회와 함께 찾은 보전 방안
패널 토론에서는 광릉숲 보전과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토론에는 김성남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원회 부위원장, 김승기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 심숙경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이영섭 국립수목원 광릉숲관리센터장, 허수민 유네스코 MAB 청년활동가, 이상우 남양주환경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주민 참여형 생태 모니터링과 청년 환경교육, 지역 농축산물의 가치 확산, 생태관광 및 문화 프로그램 등을 논의했다. 숲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여러 분야에서 살펴본 것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공간인 동시에 사람이 살아가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의 연구와 체계적인 관리뿐 아니라 주민과 청년, 지역 단체가 실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공유됐다.
광릉숲의 보전과 지역사회의 발전은 서로 떨어진 과제가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하나의 과제로 다뤄졌다.
기후위기 시대에 바라본 숲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유튜버인 궤도는 ‘기후위기 시대의 타임캡슐, 광릉숲’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서는 숲에 축적된 긴 시간과 기후위기라는 오늘의 문제가 연결됐다.
오랜 세월 유지된 숲의 가치는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보전하는 데 필요한 생각의 출발점으로 제시됐다. 광릉숲이 지나온 시간을 살펴보는 과정은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자연환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참가자들은 과학적 관점에서 숲의 시간과 환경의 변화를 함께 살펴봤다. 강연장은 광릉숲의 과거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기후 문제와 미래의 보전 책임을 연결해 생각하는 공간이 됐다.
왕의 숲에서 시민의 숲으로
계승범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왕의 숲에서 시민의 숲으로’를 주제로 광릉숲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계 교수는 광릉숲이 단지 오래된 숲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의미가 이어져 온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오늘날 시민이 숲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지를 고민하는 출발점으로 제시됐다.
역사 강연은 광릉숲이 보전돼 온 배경과 현재 시민에게 열린 숲으로서의 의미를 함께 살피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숲의 시간은 과거에 머무르는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자산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숲을 완성하는 생명의 관계
동물 관련 콘텐츠로 알려진 유튜버 다흑은 ‘숲의 시계 속 숨은 주인공들’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숲이 나무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수많은 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는 점을 설명했다.
광릉숲의 생태적 가치는 개별 동식물만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생명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전체 생태계를 함께 바라봐야 숲의 구조와 가치를 제대로 살필 수 있다는 내용이 강연의 중심을 이뤘다.
과학과 역사, 생태를 아우른 강연 프로그램은 하나의 숲을 여러 각도에서 이해할 기회를 제공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설명은 광릉숲의 긴 시간과 생물다양성, 시민의 역할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비영리단체가 마련한 생태 체험
행사장 옆에는 비영리단체들이 운영하는 체험 부스가 마련됐다. 참여 단체들은 각자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이 자연과 환경을 직접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강연장에서 지식을 전달했다면 체험 공간에서는 참가자들이 식물을 만지고 작품을 만들거나 풀잎으로 소리를 내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설명을 듣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이 손과 감각을 활용해 생태의 의미를 알아가는 구성이다.
부스 주변에서는 참가자들이 준비된 재료를 살펴보고 활동 방법을 익히는 모습이 이어졌다. 완성된 작품을 서로 바라보거나 풀피리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차분하면서도 활기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작은 공중정원으로 만난 식물
비영리단체 그린스테이지는 ‘이오난사 미니공중정원 만들기’를 운영했다. 참가자들은 나무 소재의 틀을 고른 뒤 장식하고, 그 안에 이오난사를 담아 작은 정원을 완성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오난사가 흙 없이 키울 수 있는 식물이라는 특성도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식물의 생육 특성을 알아보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틀을 꾸몄고, 완성한 작품을 통해 일상에서도 식물을 가까이 둘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식물 하나를 직접 다루는 과정은 환경과 생태라는 큰 주제를 생활 속 경험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체험 공간에는 서로 다른 모양으로 완성된 공중정원이 놓이며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풀잎으로 되살린 전통의 소리
‘광릉숲의 연주자들’은 ‘풀피리 연주 배우기’를 진행했다. 풀피리는 단풍잎이나 아카시아잎처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풀잎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전통적인 연주 방식이다.
체험 참가자들은 잎의 두께와 탄력, 입술의 위치, 바람의 세기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점을 익혔다. 같은 풀잎을 사용해도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가 나기 때문에 여러 차례 자세와 바람의 세기를 조절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풀잎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주변 참가자들이 귀를 기울였고, 체험 공간에는 자연 재료가 악기가 되는 과정을 살펴보려는 관심이 모였다. 풀피리 체험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도 전통문화와 생태 체험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숲을 일상 가까이 가져온 행사
비영리단체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환경과 생태를 시민의 일상 가까이 옮겼다. 광릉숲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직접 만들고 만지며 소리를 내는 활동을 통해 자연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체험은 어린 참가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식물의 특징을 알아보는 과정과 자연물을 활용해 소리를 내는 과정이 함께 마련돼 생태교육과 문화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전문가 중심의 강연과 시민 중심의 체험이 한 공간에서 진행된 점도 포럼의 특징이었다. 연구와 정책, 지역 활동, 생활 속 실천이 각각 분리되지 않고 광릉숲이라는 공통 주제 아래 연결됐다.
환경 공연으로 마무리된 하루
해가 저물 무렵에는 에코 하모니의 환경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브닝 공연은 낮 동안 강연과 토론, 체험으로 이어진 포럼의 메시지를 문화적 표현으로 전달하며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잔디광장에는 공연을 지켜보는 참가자들이 모였고, 광릉숲의 생명과 환경 보전이라는 주제가 무대 위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학술적 논의와 시민 체험에 문화 공연을 더하면서 숲의 가치를 여러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하루가 완성됐다.
다음 세대에 전할 560년의 숲
허수민 유네스코 MAB 청년활동가는 오래된 것이 이미 앞서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광릉숲이 이어 온 560년은 단순히 긴 세월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이 품어 온 생명과 그 숲을 지키기 위해 이어진 노력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시간이다.
이번 포럼은 오래된 숲을 바라보는 행사에 머무르지 않았다.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환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역사적 자산을 시민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 지역사회와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인지가 강연과 토론을 통해 다뤄졌다.
주민 참여형 생태 모니터링과 청년 환경교육, 지역 농축산물의 가치 확산, 생태관광과 문화 프로그램은 광릉숲의 보전과 지역사회의 역할을 연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오난사 공중정원과 풀피리 체험은 그러한 논의를 시민의 생활과 감각에 닿게 했다.
560년을 이어 온 광릉숲의 시간은 현재 세대가 어떤 숲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인지 묻고 있다. 광릉숲포럼 2026은 숲을 지키는 전문가와 지역사회, 청년과 시민이 그 질문을 함께 살펴본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