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쌓은 수원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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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쌓은 수원화성

놀이로 만나는 수원화성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가 2026년 10월 4일부터 10월 11일까지 화성행궁광장과 수원화성 일원에서 열렸다. 이번 문화제는 2026년과 2027년 ‘수원 방문의 해’를 맞아 진행됐으며, 수원화성 축성 23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았다.

문화제 현장에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은 공간은 화성행궁광장의 축성놀이터였다. 화려한 공연이나 대형 무대가 아닌 놀이 공간을 통해 수원화성을 쌓았던 과정과 당시의 지혜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구성했다.

놀이터에는 오래된 여행 가방과 플라스틱 상자, 바퀴가 달린 판자, 타이어, 청소기처럼 보이는 물건 등이 놓였다. 일반적인 어린이 놀이시설보다 투박한 모습이었지만, 정해진 방식 없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밀고 끌며 배우는 축성 과정

축성놀이터는 돌을 나르고 흙을 쌓으며 줄을 당기는 활동을 놀이로 바꾼 공간이다. 어린이들은 물건을 밀고 끌거나 상자에 재료를 싣고 옮겼다. 나무 구조물을 오르내리고 친구들과 힘을 모으는 과정도 놀이의 일부가 됐다.

누군가 정해 놓은 순서에 따라 버튼을 누르거나 완성된 기구에 올라타는 방식과는 달랐다. 바퀴가 달린 여행 가방은 탈것이 됐고, 플라스틱 상자와 타이어는 새로운 놀이 기구로 활용됐다. 완성되지 않은 듯한 재료가 어린이의 상상과 행동을 만나 각기 다른 놀잇감으로 바뀌었다.

현장의 어린이들은 바퀴 달린 물건에 올라타거나 여러 물건을 함께 옮겼다. 줄을 당기고 구조물을 오가는 모습도 이어졌다. 어린이들에게는 축성이라는 역사적 개념보다 친구들과 힘을 합쳐 움직이는 재미가 먼저 다가오는 공간이었다.

일곱 가지 놀이 공간

축성놀이터는 하늘자전거, 도르래오르기, 축성퍼즐, 여러시소, 바퀴장난놀이터, 각자놀이터, 축성모래놀이터로 나뉘었다. 각 공간은 수원화성 축성에 사용된 움직임과 원리, 기록의 의미를 어린이가 놀이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 하늘자전거는 몸을 움직이며 즐기는 놀이 공간으로 운영됐다.
  • 도르래오르기는 도르래와 힘의 원리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활동으로 구성됐다.
  • 축성퍼즐은 수원화성을 놀이의 형태로 살펴보도록 했다.
  • 여러시소는 움직임과 균형을 경험하는 놀이였다.
  • 바퀴장난놀이터에서는 바퀴 달린 물건을 밀고 끌며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 각자놀이터는 수원화성에 남은 각자성석의 의미를 놀이로 전했다.
  • 축성모래놀이터는 어린 영유아도 모래를 만지고 쌓으며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연령과 놀이 방식이 다른 어린이들이 각자 흥미에 맞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나눈 점도 눈에 띄었다. 비교적 큰 어린이는 구조물을 오르고 물건을 운반했으며, 어린 영유아는 모래를 만지고 쌓는 활동을 통해 축성의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돌에 이름을 새긴 각자성석

각자놀이터는 수원화성에 새겨진 각자성석을 어린이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든 공간이었다. 각자성석은 오늘날의 공사실명판처럼 공사에 참여한 관리와 석수의 이름을 돌에 새겨 놓은 기록이다.

어린이에게 각자성석의 뜻을 설명만으로 전달하기보다 놀이를 통해 먼저 접하도록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수원화성이 이름 없는 구조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해 완성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게 하는 구성이다.

역사를 지식으로 외우기 전에 몸으로 경험하도록 한 점은 축성놀이터의 핵심이었다. 어린이들은 공사 기록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직접 배우는 대신, 만들고 옮기고 함께 완성하는 놀이를 통해 그 의미에 가까이 다가갔다.

과학기술을 품은 놀이터

수원화성 축성 과정에서는 당시의 과학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장치는 거중기다. 거중기는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무거운 물체를 비교적 적은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축성 현장에서는 녹로와 활차 같은 기구도 사용됐으며, 무거운 자재를 효율적으로 운반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활용됐다. 축성놀이터는 이러한 원리와 움직임을 어린이들이 직접 밀고 당기고 들어 올리는 놀이에 녹여냈다.

정조가 만든 계획도시, 정약용의 축성 참여, 거중기를 비롯한 과학기술은 수원화성을 설명할 때 널리 다뤄지는 내용이다. 축성놀이터는 이런 설명을 어린이에게 곧바로 전달하기보다 놀이를 먼저 경험하게 했다. 몸으로 움직여 본 기억이 이후 수원화성의 역사와 기술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순서를 바꾼 셈이다.

보는 문화재에서 체험하는 역사로

축성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은 자신이 역사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은 채 놀이에 몰입했다. 바퀴 달린 물건을 타고 무언가를 옮기며 친구와 줄을 당기는 행동 자체가 즐거움이 됐다. 그 과정에서 돌 나르기와 자재 운반, 힘을 합치는 축성의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매끈하고 화려한 완성형 놀이 기구와 비교하면 공간은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보였다. 그러나 사용법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재료는 어린이에게 더 많은 선택을 열어 줬다. 오래돼 더 이상 쓰임이 많지 않아 보이는 물건도 어린이의 상상 속에서는 탈것과 운반 도구, 새로운 놀이 기구가 됐다.

축성놀이터는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어린이의 눈높이로 낮추고, 관람의 대상을 체험의 공간으로 바꾼 프로그램이었다. 어린이가 놀이로 쌓은 경험은 훗날 수원화성의 역사와 과학기술을 배울 때 이해를 돕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수원화성문화제 행사 정보

행사명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
행사 기간2026년 10월 4일부터 10월 11일까지
행사 장소화성행궁광장과 수원화성 일원
주요 위치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일원
기념 의미수원화성 축성 230주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30주년
관련 사업2026년과 2027년 수원 방문의 해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는 종료됐지만, 행궁동과 수원화성은 역사를 품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축성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수원화성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움직이며 경험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문화제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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