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배우의 미완성 영화제

의정부 가을 무대에서 만난 창작극
가을이 깊어가는 2026년 10월, 의정부에서 경기 북부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을 만날 수 있는 연극 축제가 열렸다. 의정부 예술공간 휴서사에서 진행된 제2회 휴서사 창작연극제다.
이번 연극제는 2026년 10월 14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어지며, 여섯 개 창작단체가 참여해 각기 다른 소재와 형식의 작품 여섯 편을 선보인다. 청년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지역 관객에게 소개하고, 서울에 집중된 공연예술의 무대를 경기 북부로 넓힌다는 취지를 담았다.
새로운 연극이 의정부에서 태어나 관객과 만나고 성장한다는 점이 이번 창작연극제의 핵심이다. 작품마다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같은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도 연극제의 특징이다.
여섯 작품이 펼치는 서로 다른 세계
제2회 휴서사 창작연극제에서는 다음과 같은 여섯 편의 창작극을 만날 수 있다.
- 〈나생문 철컥〉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에서 벌어진 과거의 사건을 조명한다.
- 〈릴스 영화제〉는 완성되지 못한 영화 속 장면들을 통해 삶과 사랑,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 〈오토 픽션〉은 기억을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 주는 플랫폼을 소재로 기억과 진실의 문제를 다룬다.
- 〈호명〉은 사형수와 신부의 마지막 면담을 통해 삶의 의미와 인간의 역할을 돌아본다.
- 〈졸작 시발 벨레편〉은 졸업을 앞둔 청년들이 어린 시절 상상 속 존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 〈VENOMOUS〉는 아쿠아리움 야간 경비원과 코모도왕도마뱀을 중심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과거의 사건과 기억, 죽음을 앞둔 인간의 질문, 청년의 정체성, 낯선 존재와의 만남까지 작품의 주제는 폭넓다. 서로 다른 여섯 작품이 한 무대에 오르면서 지역 창작연극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휴전선과 서울 사이를 담은 공간
예술공간 휴서사는 의정부 서초등학교와 다온중학교 정문 앞에 자리한 민간 소극장이다. 의정부경전철 시청앞 정류장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이며, 공연장은 건물 지하에 마련돼 있다.
휴서사라는 이름에는 휴전선과 서울 사이라는 경기 북부의 지역적 특성을 문화적 가치로 바꾸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역 콘텐츠의 창작과 제작, 발표가 하나의 공간에서 이어지도록 마련된 곳이다.
공연장은 약 100석 규모다. 객석과 무대가 가까이 연결돼 배우의 표정과 움직임이 선명하게 전달되고, 관객은 인물의 감정 변화와 장면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다. 〈릴스 영화제〉가 공연된 주말에는 약 40명의 관객이 객석을 채웠다. 지하 공연장 입구에는 연극제 안내물과 해당 작품의 기획 의도, 작품 설명이 놓여 있어 공연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술공간 휴서사에는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다. 차량 이용 시에는 의정부예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됐다.
네 명의 배우가 엮은 네 편의 이야기
행복 프로젝트의 연극 〈릴스 영화제〉는 네 명의 배우가 네 편의 이야기를 엮어 가는 작품이다. 각 이야기는 하나의 완결된 영화라기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장면처럼 이어진다. 배우들은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오가며 사랑과 상처,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무대 위에 펼친다.
작품 안내에는 사람의 삶이 완성된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하고 상처받으며 관계를 맺는 가운데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짧은 영상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의 익숙한 형식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사람의 삶은 몇 개의 짧은 장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네 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누군가에게는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고, 사람 사이에는 짧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이 남는다. 무대 위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각 장면에는 사랑과 관계를 둘러싼 고민이 공통으로 흐른다.
짧은 장면 속에 남은 깊은 감정
네 명의 배우가 만드는 장면들은 짧은 영화 여러 편이 연속해서 상영되는 듯 이어진다. 빠르게 바뀌는 인물과 상황 속에서도 작품이 다루는 감정은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이야기를 깔끔하게 닫는 결말보다 인물의 마음과 관계가 남기는 여운이 중심에 놓인다.
배우들은 제한된 무대에서 여러 인물을 표현하며 네 편의 이야기를 연결했다.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구조는 배우들의 밝고 어두운 표정, 인물 사이에 흐르는 긴장과 망설임을 관객에게 직접 전달했다. 관객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상황을 따라가며 작품이 던지는 삶과 사랑의 문제를 마주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선 네 배우의 밝은 표정에서는 한 편의 창작극을 완성해 관객에게 선보이기까지 이어진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완성된 듯 보이면서도 끝나지 않은 네 편의 이야기는 작품 제목처럼 짧은 영상의 연속을 떠올리게 했고, 동시에 각 인물의 삶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역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휴서사 창작연극제는 널리 알려진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경기 북부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창작하고, 의정부의 무대에서 지역 관객과 직접 만나는 자리다.
〈릴스 영화제〉 역시 네 명의 배우와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완성되지 않은 삶의 여러 장면을 비춘다. 오늘의 장면이 미완성으로 남더라도 사랑하고 상처받고 관계를 이어 가는 과정 자체가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는 작품의 기획 의도가 무대 전반에 이어진다.
지역 예술가의 창작과 시민의 문화 향유가 가까운 공간에서 만나는 것은 휴서사 창작연극제가 지닌 분명한 의미다. 제2회 연극제에 참여한 여섯 개 창작단체와 여섯 편의 작품은 의정부에서 만들어지는 공연예술의 현재를 보여준다.
2026년 11월 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연극제는 과거와 기억, 삶과 죽음, 청년의 정체성, 사랑과 관계처럼 서로 다른 질문을 차례로 무대에 올린다. 그중 〈릴스 영화제〉는 짧게 이어지는 네 편의 이야기 안에 쉽게 끝맺을 수 없는 사람의 감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