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가을 깨운 율곡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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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가을 깨운 율곡문화제

파주의 가을이 역사와 문화로 물들었다.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율곡 이이 선생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제36회 율곡문화제가 2026년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파주이이유적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는 격몽 깨우치고 다시 시작하다를 주제로 삼았다. 율곡 선생의 대표 저서인 《격몽요결》에 담긴 배움의 뜻을 오늘의 시민 문화와 연결하고, 전통 의례부터 공연과 체험까지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파주에서 만나는 율곡 이이

파주는 율곡 이이 선생과 깊은 인연을 지닌 지역이다. 축제 무대가 된 파주이이유적에는 율곡 선생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는 자운서원과 율곡기념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선생의 가족묘역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이어진 율곡문화제는 2026년 제36회를 맞았다. 행사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시민들이 율곡의 정신을 공연과 글, 그림, 전통문화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올해 주제인 격몽은 배움을 통해 스스로를 깨우치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축제 현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와 사상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여러 프로그램으로 풀어냈다.

장원급제의 기쁨을 재현한 유가행렬

본행사에 앞선 2026년 10월 17일에는 운정호수공원에서 구도장원공 삼일 유가행렬의 첫 번째 사전 행렬이 진행됐다.

유가행렬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급제한 사람이 어사화를 꽂고 풍악과 함께 거리를 행진하며 합격의 기쁨을 나누던 모습을 재현한 행사다. 율곡 이이 선생은 과거시험에서 아홉 차례 장원급제한 인물로 알려져 구도장원공이라 불렸다.

행렬에는 화려한 전통 의상을 갖춘 출연진과 깃발이 등장했고, 신명 나는 풍물 소리와 공연이 이어졌다. 엄숙하게만 보일 수 있는 전통 행렬은 흥겨운 가락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시민이 함께 바라보고 즐기는 거리 문화행사로 펼쳐졌다.

책에서 접하던 조선시대의 풍경이 시민들의 생활 공간에서 되살아났다는 점은 이번 행렬의 핵심이었다. 역사적 인물의 성취와 당시의 문화를 시각적 장면으로 보여주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도 자연스럽게 율곡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가을 유적에서 열린 역사문화축제

2026년 10월 24일 파주이이유적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비롯한 시민들이 모였다. 역사유적의 고즈넉한 공간과 가을 풍경 사이로 전통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차분함과 활기가 함께하는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다.

파주이이유적이라는 장소 자체도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관람객들은 공연과 체험을 즐기는 동시에 자운서원과 율곡기념관 등 율곡 선생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통문화를 만나는 시간과 가을 나들이의 여유가 한자리에서 이어진 셈이다.

율곡의 학문과 덕행을 기린 추향제

10월 24일 오전 11시에는 파주이이유적 내 자운서원에서 율곡 이이 추향제가 봉행됐다. 추향제는 율곡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가을에 올리는 전통 제례로, 율곡문화제가 오랫동안 이어온 주요 의례 가운데 하나다.

율곡 선생을 기리는 제례는 봄의 춘향제와 가을의 추향제로 이어진다. 이번 추향제는 자운서원에서 진행됐으며, 자운서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문성사는 율곡 선생의 위패를 모신 공간이자 제례가 봉행되는 뜻깊은 장소다.

공연과 체험이 축제의 즐거움을 넓혔다면, 추향제는 행사의 역사적 뿌리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전통 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는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시민들은 파주에 전해 내려오는 역사와 의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율곡문화제가 지닌 본래의 의미를 확인했다.

율곡문화제의 중심에는 율곡 선생의 학문과 가르침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려는 뜻이 놓여 있었다. 전통 제례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한 축제 안에서 함께 운영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율곡 이야기

행사장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하는 율곡 백일장과 전국 율곡 미술대회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글과 그림을 통해 율곡 선생의 이야기와 역사유적에서 받은 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역사유적을 배경으로 생각을 글과 그림에 담는 과정은 교실이나 책상 앞에서 배우는 역사와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은 작품을 준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모습을 지켜보며 축제의 또 다른 장면을 만났다.

백일장과 미술대회는 율곡의 사상과 삶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참여자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율곡문화제가 교육과 문화예술을 함께 아우르는 역사문화축제라는 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났다.

온 가족이 즐긴 전통문화 체험

축제 현장에는 어린이와 가족이 전통문화를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됐다. 짚풀공예와 한복 체험, 선비문화 전통다례 체험을 비롯해 DMZ 미니 테라리움, 바다 유리 그립톡, 페이스 페인팅과 여러 꾸미기 체험이 폭넓게 운영됐다.

  • 짚풀공예를 통해 전통 재료와 생활문화를 손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 한복 체험은 전통 의복을 직접 접하며 축제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기회를 제공했다.
  • 선비문화 전통다례 체험에서는 선비문화와 차 예절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 DMZ 미니 테라리움과 바다 유리 그립톡 등 만들기 프로그램은 손으로 완성하는 즐거움을 더했다.
  • 페이스 페인팅과 꾸미기 체험은 어린이들이 부담 없이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살펴보고 손을 움직이며 결과물을 완성했다. 주변에서는 가족들이 과정을 지켜보거나 함께 참여했고, 공연 소리와 체험장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며 현장에 활기를 더했다.

연령이 어려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 힘든 어린이도 공연과 행렬을 바라보고 행사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모든 프로그램을 체험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소리와 의상, 유적의 풍경을 함께 살펴보는 것 자체가 가족 나들이의 한 장면이 됐다.

축제의 이해를 넓힌 율곡기념관

파주이이유적 내 율곡기념관에서는 율곡 이이 선생의 생애와 학문, 관련 유품과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축제장에서 공연과 체험으로 율곡의 이야기를 만났다면, 기념관에서는 그의 삶과 업적을 보다 차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기념관은 자운서원과 가족묘역 등 유적 내 공간을 둘러보는 흐름과도 이어졌다. 어린 방문객에게는 전시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공간을 직접 걷고 자료를 바라보는 경험은 이후의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와 기념관의 차분한 전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율곡 선생을 조명했다. 관람객들은 야외 프로그램을 즐긴 뒤 실내 전시를 살펴보며 축제의 역사적 맥락을 보완할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파주의 가을

제36회 율곡문화제는 전통 제례인 추향제를 중심으로 유가행렬과 공연, 백일장, 미술대회, 전통문화 체험을 함께 구성했다. 율곡 선생을 기리는 역사적 의미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뤘다.

특히 율곡의 이야기가 깃든 파주이이유적에서 행사가 열리면서 장소와 프로그램의 연관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민들은 책 속 인물을 공연과 의례, 전시와 체험을 통해 입체적으로 만났다.

역사는 기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보고 듣고 참여할 때 오늘의 문화로 이어진다. 이번 율곡문화제는 파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알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여러 세대가 지역의 역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자리였다.

2026년 제36회 율곡문화제는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지만, 율곡 선생의 삶과 정신을 만날 수 있는 파주이이유적과 율곡기념관은 그 의미를 계속 전한다. 가을 풍경 속에서 펼쳐진 의례와 행렬, 공연과 체험은 파주의 역사와 문화를 한층 친숙하게 보여준 장면으로 남았다.

파주 가을 깨운 율곡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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