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평1리의 위대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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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평1리의 위대한 일상

주민의 힘으로 거머쥔 대통령상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덕평1리가 주민 주도형 농촌 공동체의 성과를 전국에 알렸다. 덕평1리는 2026년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제13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전국 본선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국 83개 마을이 경쟁한 가운데 덕평1리가 주목받은 배경에는 화려한 시설이나 일회성 사업이 아닌 주민들의 꾸준한 실천이 있었다. 마을의 역사를 빠짐없이 남긴 기록, 고령 주민의 식사와 안부를 함께 살피는 돌봄, 자체 수익을 다시 공동체에 투입하는 운영 방식이 오랜 시간 맞물리며 성과를 만들었다.

이번 대통령상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쌓아온 작은 변화가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마을 소식지 한 장과 따뜻한 점심 한 끼처럼 평범해 보이는 활동이 주민 간 신뢰를 키웠고, 그 신뢰는 덕평1리만의 자립형 선순환 체계로 이어졌다.

매달 이어진 마을의 기록

덕평1리 공동체의 중심에는 기록이 있다. 마을은 1997년 1월 첫 소식지를 발행한 뒤 29년째 매달 주민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전해왔다. 소식지에는 경조사와 주요 일정, 마을에서 진행되는 사업, 주민들이 알아야 할 전달 사항 등이 차곡차곡 담겼다.

소식지는 단순한 안내문을 넘어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마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공동체의 역사책 역할도 맡았다. 한 달의 기록이 쌓여 한 해의 역사가 되고, 다시 수십 년의 발자취가 됐다.

1990년대 당시 덕평1리의 주요 소통 수단은 마을 방송이었다. 하지만 방송이 나오는 시간에 외출한 주민은 내용을 듣지 못했고, 중요한 일정이나 마을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주민 모두에게 같은 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하기 위해 시작한 방법이 매달 발행하는 소식지였다.

주민들은 소식지를 통해 마을의 주요 일정을 확인하고 서로의 소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방송을 놓치더라도 인쇄된 기록을 살펴보면 필요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문서로 남으면서 정보 전달의 정확성과 지속성도 높아졌다.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흐려질 수 있지만, 기록은 마을이 걸어온 길을 분명하게 증명한다. 덕평1리는 이 원칙을 소식지뿐 아니라 사업과 재정 운영 전반에 적용했다.

투명한 운영이 만든 주민 신뢰

덕평1리는 공동체 사업의 수입과 지출, 운영 과정도 꼼꼼하게 기록한다. 마을 공동식당인 덕실가든에서는 사용한 식재료의 영수증과 매일 제공한 메뉴, 식사에 참여한 주민 명단을 하루도 빠짐없이 일지에 남긴다.

마을 사업과 재정 운영 자료를 명확하게 관리하고 공개하면서 돈의 사용처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를 줄였다. 주민들은 공동체의 자원이 어디에 쓰였고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투명성은 마을 구성원이 공동사업을 믿고 참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덕평1리에서는 기록이 단순한 행정 절차에 머물지 않는다. 공동체의 약속을 확인하고 주민 사이의 신뢰를 지키는 생활 방식으로 기능한다.

기록 대상주요 내용공동체 역할
마을 소식지경조사와 일정, 마을 소식, 전달 사항주민 소통과 마을 역사 보존
공동식당 일지식재료 영수증, 메뉴, 식사 참가자 명단운영 과정 확인과 돌봄 현황 파악
사업과 재정 자료마을 사업 내용과 지출 내역투명한 운영과 주민 신뢰 형성

밥 당번을 없앤 공동식당

덕평1리의 대표적인 돌봄 공간은 마을 공동식당 덕실가든이다. 공동식당의 출발점은 고령 주민들이 겪던 식사 준비의 부담이었다. 경로당에서는 순번을 정해 식사를 준비했지만, 나이가 많은 주민들에게 밥 당번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되기도 했다.

식사를 준비하지 못한다는 미안함 때문에 경로당 방문 자체를 망설이는 주민도 생길 수 있었다. 농촌의 경로당은 주민들이 사람을 만나고 외부와 소통하는 중요한 생활 공간이다. 밥 당번의 부담이 방문을 가로막으면 고령 주민이 집에 홀로 머물며 고립될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덕평1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주 지역 경로당 가운데 처음으로 밥 당번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했다. 행정 절차와 운영 비용을 마련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마을회관 2층을 임대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다. 환경개선 공모사업을 통해 도배와 장판을 정비하고 화장실을 손보면서 공동식당으로 사용할 공간도 차근차근 갖췄다.

마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뜻을 보탠 이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마을 출신 기업가가 이끄는 대양그룹도 기부에 참여했다. 여러 사람의 지원이 모이면서 덕평1리는 2022년 식사도우미를 고용했고, 여주에서 가장 먼저 경로당 밥 당번을 폐지했다.

밥 당번이 사라진 뒤 주민들은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 없이 덕실가든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버스나 미용실에서 다른 마을 주민을 만난 어르신들이 밥 당번 없이 편하게 식사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덕실가든의 운영 방식도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한 끼를 넘어선 서로돌봄

덕실가든은 식사만 제공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평소 식당을 찾던 어르신이 별다른 말 없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들은 곧바로 전화해 안부를 확인한다. 몸이 불편해 식당까지 오지 못한 경우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직접 집으로 찾아간다.

식사 참석 여부를 살피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안전 확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매일 함께 먹는 점심이 끼니 해결과 건강한 관계 형성, 고립 예방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주민 가까이에서 작동하는 돌봄 체계가 마을 안에 마련된 것이다.

덕실가든의 핵심은 누군가 보이지 않을 때 그 빈자리를 지나치지 않는 데 있다. 함께 식사하는 일상이 서로의 상태를 살피는 장치가 되고,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빠르게 찾아가는 공동체 안전망으로 이어진다.

  • 식사도우미가 고령 주민의 식사 준비 부담을 덜어준다.
  • 식당에 나오지 않은 주민에게 전화해 안부를 확인한다.
  • 거동이 불편한 주민에게는 도시락을 직접 전달한다.
  • 식사 참가자와 메뉴를 매일 기록해 운영의 투명성을 지킨다.

초고령마을이 세운 돌봄 모델

덕평1리는 65세 이상 주민이 전체 인구의 62%를 차지하는 초고령마을이다. 고령화의 현실이 뚜렷한 곳이지만, 주민들은 이를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생활 과제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일상을 살피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덕평1리 경로당은 대한노인회가 주관하는 전국모범경로당으로 선정됐다. 전국 약 6만8천 개 경로당 가운데 약 50곳에 주어지는 영예로, 투명한 운영과 주민 중심의 돌봄 체계가 함께 평가받은 결과다.

고령 주민의 식사를 챙기고 결석한 주민의 안전을 확인하는 활동은 거대한 시설 없이도 가능한 생활 밀착형 돌봄이다. 주민들이 서로의 사정을 알고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농촌 공동체의 특성을 실제 운영 체계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을 수익을 주민 복지로

돌봄이 오래 이어지려면 안정적인 운영 기반도 필요하다. 덕평1리는 외부 지원에만 기대지 않고 마을이 직접 수익을 만들고, 그 결실을 주민 복지와 공동체 발전에 다시 사용하는 자립 구조를 다져왔다.

최근에는 공모사업 예산에 마을의 자체 예산을 보태 우리덕실 방앗간 운영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들기름과 참기름을 짜고 고춧가루를 분쇄할 수 있다. 마을이 보유한 시설을 활용해 수익 기반을 넓히고, 운영에서 생긴 성과를 다시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무인카페와 태양광 발전을 통해 발생한 이익도 마을 복지를 위한 자원으로 환원한다. 각각의 사업은 서로 분리된 수익 활동이 아니라 공동식당과 주민 돌봄, 마을 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 안에서 운영된다.

마을 사업운영 내용수익 활용 방향
우리덕실 방앗간들기름과 참기름 착유, 고춧가루 분쇄주민 복지와 마을 발전
무인카페마을 자립을 위한 수익 사업공동체 자원으로 환원
태양광 발전발전을 통한 이익 창출마을 복지 재원으로 활용
덕실가든식사 제공과 안부 확인, 도시락 전달고령 주민의 일상 돌봄

배우던 마을에서 가르치는 마을로

덕평1리는 과거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며 마을 운영 방식과 공동체 사업을 배웠다. 이제는 오랜 실천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다른 지역에 전하는 배움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통령상 수상 이후 다른 지역의 이장협의회와 노인대학 등에서 강연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 소식지를 통한 정보 공유, 공동식당을 중심으로 한 돌봄, 투명한 회계 관리, 수익 사업의 복지 환원 등 덕평1리가 실제로 운영해온 방식이 다른 농촌 공동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할 수 있는 경험은 특별한 구호보다 구체적인 생활 속에 담겨 있다. 매달 소식지를 빠짐없이 만드는 일, 영수증과 식사 명단을 정리하는 일, 보이지 않는 주민에게 전화를 거는 일, 마을 사업의 수익을 다시 주민에게 돌리는 일이 모두 덕평1리가 축적한 운영 노하우다.

대통령상 이후에도 이어질 일상

대통령상은 덕평1리 주민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든 변화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주민들이 지향하는 모습은 수상의 명성에 머무는 마을이 아니다. 지금처럼 서로의 일상을 살피고, 누구도 식사와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으며, 공동체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마을이다.

덕평1리의 변화는 어느 한 사람이나 단기간의 사업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참여하고, 역할을 나누고, 모든 과정을 기록하며 긴 시간 쌓아 올린 결과다. 마을의 성과를 다시 마을에 투입하는 구조까지 갖추면서 돌봄과 자립이 함께 움직이는 지속 가능한 농촌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오늘도 덕평1리에서는 한 장의 소식지가 주민을 연결하고, 한 끼의 식사가 이웃의 안전을 확인한다. 기록으로 신뢰를 지키고 온기로 서로를 돌보는 주민들의 일상이 마을의 현재를 받치며 다음 세대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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