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 건넨 쉼표

앞서가는 방법만 익혀 온 청년들에게 잠시 멈추는 일도 삶을 지키는 중요한 선택이라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2026년 10월 7일 김포시 운양동 모담도서관에서는 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주관한 청년정신건강특강이 열렸다.
강연 제목은 「언제부턴가 우린 앞서가는 법만 배웠다」였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번아웃의 의미와 마음이 보내는 신호, 일상에서 회복의 힘을 얻는 방법을 설명했다.
모담도서관에서 열린 마음 건강 강연
| 행사 | 청년정신건강특강 |
|---|---|
| 일시 | 2026년 10월 7일 |
| 장소 | 김포시 운양동 모담도서관 |
| 주제 | 언제부턴가 우린 앞서가는 법만 배웠다 |
| 강연자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 |
| 주관 | 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 |
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기반 공공기관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상담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필요한 서비스와 전문기관을 연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대중 강연과 방송을 통해 알려진 김 교수의 특강에는 높은 관심이 모였다. 200석 규모의 좌석은 사전 신청 단계에서 조기에 마감됐으며, 행사 당일에는 신청자의 불참 가능성을 고려한 현장 접수도 진행됐다. 강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참석자들이 하나씩 자리를 채우면서 강연장은 차분한 기대감으로 채워졌다.
강연 시작 전에는 이무진의 ‘쉼표’와 임현식의 ‘고독한 바다’가 흘러나왔다. 휴식과 위로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은 번아웃과 마음 돌봄이라는 이날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번아웃 신호
참석자에게 제공된 팸플릿에는 행운권 추첨 번호와 함께 번아웃이 찾아올 때 나타날 수 있는 변화, 최근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체크리스트가 담겼다. 점검 항목은 몸과 마음, 생각, 관계와 일상 영역으로 나뉘어 자신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두통이나 소화불량 등이 잦아지는 상태
- 의욕과 즐거움이 줄어들고 무기력하거나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변화
- 집중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지는 상태
- 사람을 피하거나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일상생활 자체를 버겁게 느끼는 변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는 이유만으로 번아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평소와 달라진 몸과 감정, 생각과 행동을 알아차리는 일은 마음 건강을 돌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팸플릿에는 최근 2주 동안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게 느껴지는지, 평소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지는 않았는지, 걱정과 불안이 많아졌는지 등을 살펴보는 방식이었다. 막연히 힘들다고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 상태를 항목별로 점검하도록 도운 것이다.
알아차리고 이해하며 회복하기
마음의 신호를 발견한 뒤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세 단계로 제시됐다.
- 알아차리기
몸과 감정, 생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판단하지 않고 살펴본다. - 이해하기
어떤 환경과 상황이 반복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는지 돌아본다. - 회복하기
작은 휴식부터 시작하고 필요할 때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마음의 어려움을 혼자 견디는 것과 다른 회복의 방법이다.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면 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은 지역 정신건강 지원기관을 통해 상담과 정보 제공, 필요한 서비스 연계를 받을 수 있다.
오랜 부담 뒤에 찾아오는 소진
강연은 김포시정신건강복지센터 박병양 센터장의 인사말과 사회자의 강연자 소개에 이어 시작됐다. 김 교수는 이날 핵심 주제인 번아웃을 단순한 피로와 구분해 설명했다.
번아웃은 하루 이틀 피곤한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랜 시간 스트레스와 부담이 쌓이는 과정에서 의욕과 에너지가 소진되는 경험을 뜻한다. 더 열심히 움직이는 방법만 찾기보다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제때 발견하고 자신을 돌보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성적과 취업, 승진과 성과처럼 다음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리다 보면 현재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은 뒤로 밀리기 쉽다. 하나의 목표를 이룬 뒤에도 또 다른 목표가 생기기 때문에 행복을 미래의 특정 시점에만 두면 일상의 만족을 놓칠 수 있다는 내용이 강연에서 다뤄졌다.
행복은 목표가 아닌 삶의 도구
이날 강연에서 강조된 첫 번째 문장은 “행복과 만족은 목표가 아니다. 행복은 도구다”였다.
좋은 성적을 얻고 취업이나 승진에 성공하거나 원하는 일을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새로운 목표가 나타나고, 사람은 다시 다음 단계를 향해 움직이게 된다. 이 과정이 이어지면 지금 경험할 수 있는 작은 기쁨과 만족이 계속 미뤄질 수 있다.
강연은 행복을 모든 목표를 달성한 뒤 도착하는 최종 목적지로만 바라보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고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하는 도구로 이해하도록 이끌었다. 거창한 성공이나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성과만이 행복의 기준은 아니라는 의미도 담겼다.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않는 태도는 지친 마음을 돌보는 생활 속 실천과 연결된다. 오늘 경험할 수 있는 기쁨을 알아차리는 일이 삶의 부담을 단숨에 없애는 것은 아니지만, 소진된 마음에 다시 힘을 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
두 번째로 강조된 문장은 “행복과 만족은 크기가 아니다. 빈도다”였다.
한 번의 거대한 행복만을 기다리는 대신 작더라도 기분 좋은 순간을 자주 발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100점짜리 행복을 한 차례 경험하는 것과 10점짜리 행복을 열 차례 경험하는 사례를 대비해, 일상에서 반복되는 작은 만족의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했다.
생활 속에는 크지 않아 쉽게 지나치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그러나 더 큰 성과와 다음 목표에 집중하면 이미 곁에 있는 기분 좋은 순간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강연은 행복의 규모만 키우려 하기보다 작은 행복을 더 자주 알아보는 데 시선을 돌렸다.
이는 번아웃을 다루는 이날의 주제와도 이어졌다. 지칠 때까지 앞만 보고 달리는 삶에서 한 걸음 물러나 현재의 몸과 마음을 확인하고, 일상에 있는 작은 만족을 회복의 자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90분 강연이 남긴 쉼의 의미
약 90분 동안 이어진 강연이 끝난 뒤에는 행운권 추첨이 진행됐다. 당첨자에게는 김경일 교수의 책 『김경일의 마음트래킹』이 전달됐고, 강연 참석자 전원에게도 소정의 선물이 제공됐다.
이번 특강은 열심히 살아가는데도 마음이 무거운 이유, 지금 지나치게 지친 것은 아닌지, 잠시 쉬어가도 괜찮은지를 돌아보게 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경쟁과 성과를 향한 속도만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시간의 필요성을 함께 생각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해야 할 일을 해내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삶을 향해 가면서도 현재의 행복을 놓칠 수 있다.
너무 지쳤을 때 잠시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신호에 응답하는 일이다. 몸과 감정, 생각과 일상의 변화를 살피고 작은 휴식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음 돌봄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면 지역 정신건강 지원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회복을 위한 방법이다.
공공 정신건강 지원기관이 마련한 이번 강연은 청년들이 마음의 어려움을 더 일찍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앞서가는 방법만큼 쉬어가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모담도서관을 채운 200석 규모의 강연장을 통해 전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