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깨운 선율

빛을 줄이자 음악의 결이 한층 또렷해졌다. 시각장애·시청각장애 예술인과 함께 만든 ‘어둠 속 음악회’가 2026년 10월 16일 금요일 오후 7시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연출을 앞세우는 대신 시각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관객이 청각과 다른 감각에 집중하도록 구성한 공연이었다.
평택에서 열린 감각 중심 음악회
공연 장소는 경기도 평택시 평남로 616에 있는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대강당이었다. 센터는 소사벌레포츠타운 주차장과 연결돼 있으며, 관객들은 1층 대강당 앞에서 공연 팸플릿과 안대를 받은 뒤 객석으로 입장했다.
팸플릿에는 출연진과 공연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무대에는 앙상블수와 보컬 조동문, 클래식 기타 허지연, 드럼 박민성이 참여했다. 김세영이 수어통역을, 박윤이 문자통역을 맡아 공연 내용을 전달했다.
이번 음악회는 시각장애·시청각장애 예술인과 함께 음악적 소통을 시도한 기획 공연이다. 관객이 무대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빛이 제한된 환경에서 소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수어통역과 문자통역도 함께 마련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접하는 관객을 고려했다.
조명이 꺼지자 선명해진 소리
공연이 시작되면서 대강당의 조명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객석은 이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에 잠겼다. 익숙한 시야가 사라진 직후에는 객석에 조심스러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관객들은 움직임을 줄인 채 무대에서 들려오는 첫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주변을 살피던 시선 대신 숨소리와 작은 울림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악기가 만들어 내는 떨림과 선율의 높낮이, 연주 사이에 놓인 짧은 정적까지 평소보다 뚜렷하게 드러났다.
보이지 않는 무대에서는 음악이 공간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중심이 됐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시작된 소리가 대강당 안으로 번질 때마다 관객석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빛이 없는 공간에서 이어진 선율은 각 악기의 소리와 보컬의 호흡을 구분해 들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악기와 목소리로 채운 무대
이날 공연에서는 어둠 속 감상 방식과 어우러지는 여러 곡이 연주됐다. 클래식 기타의 섬세한 음색과 드럼의 리듬, 보컬의 목소리와 앙상블의 선율이 차례로 공연장을 채웠다. 관객들은 시각적 연출 없이 이어지는 음악을 따라가며 소리의 변화에 집중했다.
연주만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함께 노래하는 순서도 진행됐다. 무대와 객석에서 나온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하나로 겹치면서, 공연은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래와 리듬을 통해 공연의 흐름을 공유했다.
수어통역과 문자통역은 공연 전반과 함께 운영됐다. 이는 시각적 요소를 줄인 공연의 특성과 더불어, 서로 다른 감각과 소통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음악을 접하도록 구성된 요소였다.
다시 켜진 빛과 남은 여운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다시 켜지자 어둠에 잠겨 있던 무대와 객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들은 밝아진 공간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고, 객석 곳곳에서는 미소와 함께 공연의 여운을 나누는 모습이 나타났다.
‘어둠 속 음악회’는 음악을 눈으로 확인하는 대신 소리와 감각으로 받아들이도록 구성됐다. 관객은 시야가 제한된 환경에서 악기의 울림, 선율의 미세한 변화, 연주자의 호흡에 집중했다. 평소 시각 정보에 가려 지나치기 쉬운 소리를 다시 인식하게 한 공연이었다.
이번 무대의 핵심은 어둠 자체가 아니라, 어둠 속에서 서로 다른 감각과 소통 방식이 음악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공연은 시각장애·시청각장애 예술인과 관객이 한 공간에서 선율을 나누고,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을 확장한 자리로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