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동 골목에 쌓인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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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동 골목에 쌓인 20년

이천시 안흥동의 골목에는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켜온 공간들이 이어져 있다. 어르신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에이스경로회관, 상담을 통해 마음을 돌보는 토기장이 심리상담센터, 직접 볶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커피비너리가 그 중심이다.

빠르게 변하는 도심 뒤편에서 따뜻한 한 끼와 마음의 위로, 깊은 커피 향이 하나의 산책길로 연결된다. 높고 푸른 하늘과 붉게 익은 산수유 열매가 어우러지는 가을에는 안흥동 골목의 차분한 분위기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안흥동에 남은 시간의 흔적

안흥동은 과거 이천군 시절 안흥골 또는 안흥이로 불렸던 지역이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안흥리가 됐으며, 1996년 이천군이 도농복합시인 이천시로 승격되면서 현재의 안흥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이 주변을 채우고 있지만, 주택가 안쪽 골목에는 낮은 담장과 오래된 지붕이 남아 있다. 지붕 위의 둥근 호박과 담장 너머 대추나무, 호두 열매가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담벼락 틈에서 피어난 하얀 부추꽃과 마당의 봉숭아꽃도 소박한 골목 풍경을 이룬다.

안흥동 일대의 주요 공간은 걸어서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에이스침대 이천스퀘어점과 에이스경로회관을 지나 안흥초등학교 사거리와 온천교를 바라본 뒤, 순복음 토기장이교회와 토기장이 심리상담센터를 거쳐 안흥1통 방향의 커피비너리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어르신의 식탁을 지킨 에이스경로회관

에이스침대 이천스퀘어점에는 여러 종류의 침대와 리클라이너가 전시돼 있으며, 제품에 직접 누워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 곁에는 지역 어르신들의 든든한 쉼터인 이천 에이스경로회관이 자리한다.

에이스경로회관은 2003년 10월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2020년까지 이천 지역 어르신 약 83만 명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했다. 코로나19로 운영을 잠시 멈춘 기간에는 시설을 새롭게 정비했다.

현재 건물은 1층 경로식당과 2층 경로당, 옥상 휴게쉼터로 구성돼 있다. 2024년 1월 재개관한 뒤에는 하루 평균 약 200명의 어르신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20년 넘게 이어진 무료 급식은 안흥동 골목을 단순한 통행 공간이 아니라 이웃을 돌보는 생활 공동체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다.

두 동네를 연결하는 온천교

안흥초등학교 사거리에서는 온천공원으로 이어지는 온천교를 볼 수 있다. 하늘다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다리는 안흥동과 창전동을 연결한다. 길게 뻗은 교량과 주변 도심 풍경은 낮은 주택이 이어지는 안흥동 골목과 대비를 이룬다.

에이스경로회관 대각선 건너편에는 순복음 토기장이교회가 있다. 2008년 설립된 교회로, 단정한 외관을 갖춘 채 안흥동 주민들과 가까운 자리에서 운영되고 있다.

마음을 돌보는 토기장이 심리상담센터

순복음 토기장이교회 안에서는 토기장이 심리상담센터가 함께 운영된다. 이곳은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상담교육협회 경기동부지부로 지정돼 있으며 성인 심리상담과 부부 상담, 우울증 관리, 집단 상담 등을 진행한다.

센터를 맡고 있는 유명선 센터장은 상담 관련 대학원 석사 및 박사 수료 과정을 거친 25년 경력의 전문상담사다. 상담은 전화 예약제로 운영된다. 공개된 문의 전화는 순복음 토기장이교회 및 토기장이 심리상담센터의 031-633-9903이다.

주택가에서 시작된 커피비너리

안흥1통 방향으로 이동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커피 로스팅과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커피비너리가 나온다. 주택이 가까이 맞닿은 골목의 단독주택 1층에 자리한 카페다.

커피비너리를 운영하는 이종호 대표는 이천 출신이다. 이천 시내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던 그는 커피에 관심을 갖고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2006년 현재 건물을 지은 뒤 주택 1층을 직접 개조하고 내부를 꾸며 2011년 카페를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볶은 원두와 갓 내린 커피 향이 실내에 퍼진다. 곳곳에는 커피 애호가와 지인들이 선물한 소품, 이 대표가 국내외 여행지에서 구입한 물건들이 놓여 있다. 서로 다른 모양의 소품과 사진에는 카페가 지나온 시간과 커피를 공부한 과정이 담겨 있다.

세계 각지의 원두를 직접 볶다

이 대표는 좋은 생두와 원두를 구별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여러 커피 생산국과 전문 카페를 찾았다. 커피 바리스타 전문가 과정을 밟을 때에는 로스팅 기술을 배우기 위해 먼 거리에 있는 전문가를 찾아가 교육을 받았다.

세경대학교에서 커피 바리스타 양성과정 강사로 활동했으며, 이천 지역에서도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커피 교육과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진행했다. 커피비너리는 주식회사 국제 커피 기술교육의 검정장으로 운영된 이력이 있으며, 이 대표는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매장에서는 블루마운틴, 커피루왁, 예멘 모카 마타리, 아리차, 콜롬비아, 케냐AA, 에티오피아 게이샤, 예가체프, 에티오피아 함벨라 등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생산된 원두를 취급한다. 원두는 이 대표가 직접 볶고 핸드드립 방식으로 내린다. 직접 담근 과일청을 활용한 음료도 함께 판매한다.

2011년부터 같은 골목을 지켜온 커피비너리는 로스팅과 핸드드립을 중심으로 커피의 맛과 향을 꾸준히 이어가는 공간이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주택가 골목에 있지만, 커피를 즐기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안흥동 골목 이용 정보

장소위치 및 이용 정보
에이스경로회관경기도 이천시 영창로 293
순복음 토기장이교회경기도 이천시 안흥로 34
교회 및 상담센터 문의 031-633-9903
커피비너리경기도 이천시 영창로 288-7
운영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안흥동 골목에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공간들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다. 에이스경로회관은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토기장이 심리상담센터는 마음을 돌보며, 커피비너리는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커피를 내놓는다.

아파트와 빌딩 뒤편에 남은 낮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이천의 변화와 오래된 생활 풍경을 함께 마주할 수 있다. 안흥동의 가을 산책은 화려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보다 한 동네가 쌓아온 시간과 이웃의 온기를 천천히 살펴보는 여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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