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놀이로 쌓다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가 2026년 10월 4일부터 11일까지 화성행궁광장과 수원화성 일원에서 열렸다. 60년 넘게 이어진 수원의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정조대왕의 뜻과 수원화성 축성의 지혜를 공연·전시·놀이로 풀어냈다.
특히 화성행궁광장 수원시립미술관 앞에 마련된 축성놀이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수원화성의 건축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가족형 체험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평일에는 비교적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어린이들이 여러 시설을 차례로 이용했고, 보호자들도 곁에서 체험 과정을 지켜보며 휴식을 취했다.
정조의 여정을 되살린 축제
수원화성문화제는 1795년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해 진행한 8일간의 화성행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축제다. 역사적 이야기를 무겁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직접 보고, 만들고, 움직이며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 행사명 |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 |
|---|---|
| 기간 | 2026년 10월 4일 일요일부터 10월 11일 일요일까지 |
| 주요 장소 | 화성행궁광장과 수원화성 일원 |
| 행사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일원 |
행궁광장에는 정조대왕의 8일간 여정을 담은 화성능행도병을 시민이 함께 채색하는 시민도화서가 펼쳐졌다. 커다란 그림 앞에 모인 시민들은 각자의 색을 더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시민도화서는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됐다.
광장의 넓은 공간과 역사적 건축물이 어우러진 가운데 프로그램별로 관람객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한낮에는 강한 가을 햇살이 비쳤지만, 체험 공간에서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각자의 속도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관찰됐다.
음악과 춤으로 이어진 시민 무대
수원 프린지 스테이지는 만석공원, 장안공원, 행궁광장, 창룡문을 무대로 런치 음악회를 선보였다. 10월 8일에는 행궁광장에서 음악 공연이 펼쳐져 비교적 차분했던 평일 광장에 활기를 더했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오후 1시부터 3시에는 용연과 창룡문에서도 시민참여 스테이지가 진행됐다.
액막이와 수호의 상징인 방상시를 주제로 자신만의 가면을 만드는 체험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완성한 가면을 착용한 채 낙성연 춤판을 즐길 수 있었다. 신 낙성연 가면무도회에서는 행궁광장을 배경으로 디제잉 파티가 열려 전통 소재와 현대적인 음악이 한 공간에서 만났다.
한복과 수원화성이 만든 풍경
한복마실은 한복을 빌려 입고 수원화성 일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다. 2시간 이용료는 2만5천 원이었으며 화성행궁 무료입장과 행궁 야화 공연 관람이 포함됐다. 하루 50석 규모의 야조 관람권도 제공됐다.
한복 차림으로 성곽과 행궁을 거니는 방문객들은 축제 공간에 역사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외국인 가족 가운데 모녀가 한복을 입고, 아버지가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려한 한복과 행궁의 전통 건축이 어우러지면서 광장 곳곳이 자연스러운 촬영 공간이 됐다.
시민이 함께 세운 화홍문
시민의 위대한 건축 화홍은 시민 참여로 대형 종이 구조물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선 행사에서 팔달문을 완성한 데 이어 2026년에는 수원 지역건축사회와 시민이 화홍문을 함께 만들었다.
10월 9일에는 구조물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됐고, 10월 10일과 11일에는 화홍 잇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벽을 연결했다. 시민들은 각자의 소망을 담아 성벽을 잇는 과정에 참여했다. 10월 8일 준비 현장에서는 화홍문의 특징인 일곱 개 수문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화성행궁광장 마술관 옆 잔디밭에서는 소망을 담은 깃발을 그리는 바람을 그리다 체험도 운영됐다. 어린이와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색과 문양으로 깃발을 완성했고, 개성 있는 작품들이 잔디밭 주변에 축제의 색채를 더했다.
놀이가 된 수원화성 축성
수원화성은 거중기와 녹로 등 당시의 기구와 기술을 활용해 1794년 1월 착공했으며 1796년 9월 완공됐다. 축제는 이 같은 축성 과정을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체험으로 구성했다.
2026년 10월 5일부터 11일까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화성행궁광장에서는 돌 뜨기, 탁본 뜨기, 문양 찍기, 목재 다듬기, 수원화성 퍼즐, 돌 옮기기 등이 진행됐다. 단순히 완성된 성곽을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재료를 다듬고 옮기는 과정을 몸으로 경험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다.
역사적 건축 과정이 손으로 만지고 움직이는 체험으로 바뀌면서 수원화성은 어린이들에게 한층 가까운 문화유산으로 다가갔다.
가족이 함께 즐긴 축성놀이터
축성놀이터는 2026년 10월 6일부터 11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화성행궁광장 수원시립미술관 앞에서 운영됐다. 하늘자전거, 도르래 오르기, 축성 퍼즐, 여러 시소, 바퀴 장난 놀이터, 각자놀이터, 축성 모래 놀이터 등 다양한 시설이 한자리에 배치됐다.
- 하늘자전거는 페달을 밟아 지면이 아닌 위쪽으로 이동하는 놀이기구로, 이용할 때 안전을 위해 헬멧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 도르래 오르기는 도르래와 물레가 힘을 전달하는 원리를 몸으로 경험하는 시설이었다.
- 축성 퍼즐은 여러 형태의 나무 모형을 옮기고 조합해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놀이였다.
- 바퀴 장난 놀이터는 청소기, 여행가방, 쟁반, 밥상, 전자레인지 등 폐품에 바퀴를 달아 독특한 탈것으로 바꾼 공간이었다.
- 축성 모래 놀이터는 영유아도 모래를 만지고 형태를 만들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바퀴 장난감은 어린이가 혼자 움직이거나 보호자가 끌어주는 방식으로 이용됐다. 일상에서 보던 물건이 이동 가능한 장난감으로 바뀌면서 아이들은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유롭게 놀이를 확장했다.
장대 신발 놀이는 균형을 잡고 한 걸음씩 이동해야 해 생각보다 높은 집중력을 요구했다. 쉽게 걷기 어려운 만큼 참가자들은 여러 차례 다시 시도했고,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주변에서 응원이 이어졌다.
공기놀이와 줄다리기 같은 친숙한 놀이도 세대의 경계를 낮췄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시작된 줄다리기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참여했다. 승패보다는 힘을 모으는 과정 자체에 웃음이 이어지면서 축제장은 잠시 운동회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움직이는 시소 역시 인기가 높았다. 흔히 볼 수 있는 2인용 시소와 달리 여럿이 동시에 균형을 맞추는 구조여서 참여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웃음과 탄성이 이어졌다.
이름을 남긴 성곽의 의미
수원화성 축성 과정은 화성성역의궤에 상세하게 기록됐다. 공사 책임자와 기술자, 석수, 인부의 이름을 비롯해 작업 내용, 공사 기간, 품삯까지 남겼다는 점에서 공사실명제의 역사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의 건설이력관리나 책임감리와 닮은 기록 문화는 축성에 참여한 사람들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수원화성 사대문에서는 실제 이름이 새겨진 실명판도 확인할 수 있다.
축성놀이터의 각자놀이터는 이러한 역사적 기록 방식을 놀이로 연결했다. 참가자들은 나무 판재에 축성놀이터에서 남긴 활동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뒤 다빈치 브릿지 터널에 걸었다. 현장에서는 활동 기록뿐 아니라 개인적인 소망을 담은 판재도 다수 볼 수 있었다.
문화유산과 시민 참여의 결합
수원화성문화제는 정조대왕의 역사와 수원화성의 건축 원리를 공연이나 설명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시민도화서에서는 그림을 함께 완성했고, 화홍 프로그램에서는 구조물을 세웠으며, 축성놀이터에서는 도르래와 물레의 원리를 놀이로 익히도록 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은 축성놀이터에서는 어린이들이 체험에 몰입하는 동안 보호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거나 잠시 쉬는 모습이 이어졌다. 평일에는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아 여러 시설을 비교적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제63회 수원화성문화제는 시민이 문화유산의 의미를 직접 완성하는 참여형 축제의 모습을 보여줬다. 행사는 2026년 10월 11일 종료됐지만, 화성행궁과 수원화성, 행궁동 일대에는 정조대왕의 뜻과 조선 후기 축성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공간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