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밭에서 되찾은 대화

2026년 10월 9일 한글날, 화성에코팜테마파크에서 궁평토종농부 마을공동체 가족 프로그램 ‘토종의 맛, 가족의 멋’이 열렸다. 화성시 가족 단위 주민을 대상으로 마련된 행사로, 참가자들은 고구마 수확과 시설 탐방, 토종 밥상을 차례로 경험했다.
사전 접수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이었다. 참가 가족들은 넓은 주차장을 갖춘 화성에코팜테마파크에 개별적으로 집결한 뒤 A조와 B조로 나뉘어 일정을 시작했다.
휴대전화 대신 가족의 대화
행사의 중심에는 부모와 자녀가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자는 취지가 담겼다. 토종밥상 관계자는 가족 네 명이 한자리에 앉고도 각자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모습을 접한 뒤 이번 프로그램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넓은 야외 공간을 가족이 함께 걷고 지역 먹거리로 차린 밥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자는 구상이었다. 행사 진행 중에는 휴대전화를 잠시 꺼두자는 안내도 이어졌다. 부모와 자녀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야 가족의 생활문화도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토종밥상이 자리한 궁평2리는 마을 전체가 공동체를 이루며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궁평2리 이장도 참석했다. 행사 관계자는 마을에 공장이 없으며 이장이 주민 가운데 가장 젊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한글날과 농작물을 배운 퀴즈
가족들의 긴장을 풀기 위한 순서로 OX 퀴즈가 진행됐다. 문제는 한글날과 고구마, 벼와 쌀처럼 이날 행사와 연결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 고구마는 순우리말인가
행사에서는 정답을 X로 제시하고, 고구마를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감저’를 설명했다. - 2026년은 ‘한글날’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인가
정답은 X였다. 1926년 최초 기념식 당시 명칭은 ‘가갸날’이었고, 1928년부터 ‘한글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 벼와 쌀은 같은 것인가
행사에서는 O가 정답으로 제시됐다. 벼는 식물이나 수확한 곡식을 뜻하고, 쌀은 벼의 껍질을 벗겨 얻은 곡식이라는 관계도 함께 소개됐다. - 고구마는 뿌리채소인가
정답은 O였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들을 때마다 가족끼리 답을 상의하거나 O와 X 가운데 한쪽을 선택했다. 마지막까지 정답을 맞힌 참가자에게는 소정의 선물이 전달됐다.
철새를 고려한 낮은 전망대
전체 모임을 마친 참가자들은 두 조로 나뉘어 에코팜 미션 투어에 나섰다. 안내는 동탄마을공동체 대표이자 15년째 화성시 시티투어 가이드로 활동하는 금미선 대표가 맡았다.
투어에서는 에코팜 전망대가 다른 전망대보다 높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는 질문이 나왔다. 한 어린이가 “예산이 부족해서”라고 답하자 주변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겨울을 나기 위해 화성 갯벌을 찾는 철새와 전망대 구조의 관계가 소개됐다. 철새가 유리창에 부딪히는 일을 고려해 전망대를 낮게 조성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전망대 유리에 하늘이 반사되면서 새들이 실제 하늘로 오인해 충돌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한다고 전했다.
전망대 내부에는 빈백과 의자,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투명창 너머로 에코팜테마파크의 넓은 풍경을 살폈다. 멀리 자리한 대형 비닐하우스는 스마트팜으로 소개됐다. 이 시설은 24시간 불을 켜고 운영되며, 수확한 토마토는 전량 해외로 수출한다고 설명됐다.
전망대에서는 다른 조 참가자들이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모습도 내려다보였다. 공원 곳곳에 조성된 어린이 놀이터와 여러 화장실의 위치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화성호가 품은 갯벌 풍경
투어에서는 화성의 인공호수에 관한 설명도 이어졌다. 화성에는 화성호와 시화호, 남양호 등 세 곳의 인공호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화성호는 우정읍 매향리와 서신면 궁평리 사이를 잇는 화성방조제가 건설되면서 만들어진 대규모 인공호수다. 2002년 물막이 공사가 진행됐고, 방조제 길은 2008년 개통됐다. 물이 빠지는 시간에는 드러난 공간에서 철새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설명도 전해졌다.
넓은 농촌 경관과 호수, 갯벌 생태 이야기가 함께 이어지면서 참가 가족들은 단순한 시설 관람을 넘어 화성 서부 지역의 환경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다.
놀이로 만난 화성 농업
전망대 관람 후에는 어린이 체험관 일정이 진행됐다. 체험관에는 농업과 지역 특산물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이 마련돼 있었다.
- 공으로 포도 맞추기
- 모심기 체험
- 음식 모형으로 식판 꾸미기
- 드론 방제 체험
- 벼 수확 체험
어린이들은 공을 던지고 농사 과정을 따라 하며 각 체험을 차례로 즐겼다. 농업의 여러 단계를 놀이 형태로 접할 수 있어 체험 공간에는 활기찬 분위기가 이어졌다.
흙 속 고구마를 찾는 가족들
이날 핵심 일정은 고구마 캐기였다. 현장에는 장갑과 호미, 삽이 미리 준비돼 있었다. 안전을 고려해 어른들이 주로 호미로 흙을 파고, 아이들이 드러난 고구마를 직접 꺼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부모가 단단한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내면 아이들은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고구마를 찾아 손으로 들어 올렸다. 고구마가 한꺼번에 딸려 나올 때마다 가족들은 수확물을 함께 살펴봤다. 참가자들은 공동으로 수확을 마친 뒤 각자 필요한 만큼 고구마를 담았다. 준비된 고구마의 양도 넉넉했다.
수확 뒤에는 고구마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안내됐다. 캐낸 고구마를 2일에서 3일가량 햇볕에 충분히 말린 다음 약 15일에서 20일 동안 숙성해 쪄 먹으면 단맛이 더 좋아진다는 설명이었다.
화성 먹거리로 차린 토종밥상
체험을 마친 가족들은 토종농가밥상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식사 자리에는 휴대전화 없이 가족끼리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화 주제가 적힌 카드가 제공됐다.
밥상은 화성에서 생산한 지역 먹거리를 활용해 차려졌다. 여러 반찬이 푸짐하게 놓였고, 부족한 음식은 다시 채워졌다. 고구마밭에서 몸을 움직인 참가자들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와 대화를 함께 나눴다.
행사 당시 토종밥상 사진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한 참가자에게는 토종 뻥튀기가 제공됐다. 현장에서 촬영한 가족사진도 곧바로 인화해 각 가족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는 단체 기념 촬영도 진행됐다.
놀이터와 쉼터가 있는 공원
일정 뒤 자유시간에는 참가자들이 화성에코팜테마파크 곳곳을 둘러봤다. 어린이 놀이터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었고, 그중 짚라인에 많은 어린이가 모였다. 공원 안에서는 캠핑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볼 수 있었다.
넓은 편의동에는 정수기와 소파, 테이블이 마련돼 방문객들이 쉬어갈 수 있었다. 야외 체험을 마친 가족들은 실내 휴게 공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거나 수확한 고구마를 정리했다.
지역 먹거리와 주민 운영 공간
화성로컬푸드직매장 화성에코팜테마파크점은 2026년 10월 1일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임시 개장 당시에는 운영 전이었던 공간이 지역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직매장으로 채워진 것이다.
직매장 옆에는 서신면주민자치회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서신노을카페가 자리했다. 이곳에서는 음료와 빵을 화성지역화폐로 구매할 수 있었으며, 경기수협 김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토종의 맛으로 이어진 가족의 멋
‘토종의 맛, 가족의 멋’은 고구마를 캐는 단일 체험에 머물지 않았다. 가족이 같은 밭에서 흙을 만지고, 화성의 농업과 갯벌 생태를 배우며, 지역 먹거리로 차린 밥상을 마주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함께 걷고 일하고 밥을 먹는 시간이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화성에코팜테마파크의 넓은 공간과 궁평2리 마을공동체의 토종밥상이 연결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 체험 현장이 마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