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아리랑이 깨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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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아리랑이 깨운 기억

책으로 마주한 사할린의 역사

의왕시가 지역 독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2026년 의왕의 작가를 만나다 프로그램이 8월부터 9월까지 의왕시 곳곳에서 진행됐다. 시민이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창작 과정을 듣고, 책을 매개로 역사와 문화, 일상을 함께 생각해 보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가운데 정란희 작자의 사할린 아리랑, 잃어버린 사람들의 노래 강연은 2026년 9월 3일 의왕시 중앙도서관 문화교실에서 열렸다. 강연은 역사 동화와 그림책을 함께 살펴보며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는 일의 의미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할린 현장에서 시작된 그림책

정란희 작가는 그림책 사할린 아리랑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특히 직접 러시아 사할린을 찾아 취재하고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경험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던 생각과 편견을 돌아봤다고 설명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긴 역사도 실제 현장을 찾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서는 새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강연에서는 한 권의 그림책이 완성되기까지 현장을 확인하고 증언을 기록하려 했던 과정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작품의 출발점과 취재 과정이 함께 소개되면서 시민들은 그림책에 담긴 역사적 배경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문화교실에서는 작가의 설명을 따라 책 속 장면과 실제 취재 이야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강제징용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정란희 작가는 자신의 목소리로 그림책 사할린 아리랑의 주요 장면을 들려줬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사람들의 삶과 해방 이후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림책이라는 친숙한 형식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를 시민들이 한층 쉽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면서, 과거의 한 장면을 보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강연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 대목은 해방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사람들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였다.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쉽게 돌아올 수 없었던 사람들,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후손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은 역사 수업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해방 이후 이어진 삶과 후손들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강연은 사할린 강제징용의 역사가 해방과 동시에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의 삶과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자리였다.

기억에서 평화와 인권으로

강연은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과거를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그 역사 속 사람들의 삶을 살피며, 오늘의 평화와 인권을 함께 생각하는 흐름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기억하며 이어가는 일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시민들은 역사 동화와 그림책, 작가의 현장 취재 경험을 통해 사할린 강제징용과 귀국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차례로 살펴봤다.

평화와 인권, 이해와 연대라는 주제도 작품 속 역사와 연결됐다. 강연장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책이 품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역사의 의미를 함께 생각하는 문화 공간이 됐다.

시민과 작가가 나눈 질문

강연이 끝난 뒤에는 시민들이 정란희 작가에게 직접 질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작품을 읽으며 궁금했던 내용과 사할린 취재 과정 등에 관해 자유롭게 질문했고, 작가는 작품과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질의응답은 책을 읽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품을 만든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하는 순서였다. 시민들은 강연에서 들은 내용을 되짚으며 작품의 배경과 집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후에는 프로그램 만족도 설문조사가 진행돼 참석자들이 강연 전반을 돌아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지역 도서관이 넓힌 독서 경험

의왕의 작가를 만나다는 시민이 가까운 지역 공간에서 책과 작가를 만나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책에 담긴 내용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설명을 직접 들으며 역사와 인권, 평화에 관해 함께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강연에서는 작가의 사할린 현장 취재 경험과 그림책의 주요 장면이 맞물리며 역사적 사실과 사람들의 삶이 전달됐다. 시민들은 친숙한 그림책을 통해 강제징용과 해방 이후의 문제를 순서대로 접했고, 작품에 관한 궁금증을 작가에게 직접 묻는 과정까지 경험했다.

의왕시가 추진한 지역 독서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에서 작가와 시민이 만나 생각을 나누는 문화 공간으로 확장했다. 사할린 아리랑, 잃어버린 사람들의 노래 강연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할린 강제징용의 역사와 그 뒤에 이어진 사람들의 삶을 시민들이 기억하고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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