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 피어난 과천의 묵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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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에 피어난 과천의 묵향

과천에서 만나는 서예의 깊이

제3회 과천서예가협회 정기회원전이 2026년 10월 12일부터 17일까지 과천문화원 열린공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과천서예가협회가 주최·주관하고 과천문화원이 후원한다. 회원들이 한 해 동안 꾸준히 갈고닦은 서예와 수묵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행사다.

전시장에는 한글과 한자 서예를 비롯해 수묵담채화와 수묵화 등 다양한 작품이 펼쳐진다. 먹의 농담과 붓의 움직임, 획의 강약, 글자의 형태가 작품마다 다르게 나타나 참여 작가들의 개성과 표현 방식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일정과 장소

행사명제3회 과천서예가협회 정기회원전
전시 기간2026년 10월 12일 월요일부터 10월 17일 토요일까지
개전식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오후 3시
장소과천문화원 열린공간 지하 1층
소재지경기도 과천시 문원로 40-1 과천문화원
주최·주관과천서예가협회
후원과천문화원

과천문화원에 들어서면 왼편에 불을 밝힌 열린공간이 자리한다. 정돈된 전시장 안에서는 화려한 색채에 기대지 않고 먹과 붓만으로 완성한 서예 특유의 절제된 아름다움이 관람객의 시선을 이끈다. 작품 사이에 남겨진 여백은 글씨의 형태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고, 서로 다른 필체는 전시장 전체에 다채로운 흐름을 만든다.

한글의 뜻과 아름다움을 담다

박정숙 작가의 작품은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을 오늘날의 말로 풀어 쓴 글씨다.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뜻을 서예로 표현해 한글이 지닌 의미와 조형미를 함께 보여준다. 한글날을 가까이 지나 열린 전시인 만큼 한글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서림 김난희 작가의 작품에서는 반듯하면서도 섬세한 한글 필체가 돋보인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글씨와 함께 배가 표류한 끝에 만난 세상, 웃음과 푸른 하늘을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글씨와 서사가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며 한 편의 꿈같은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글과 글씨가 만나는 순간

임성빈 작가는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서예 작품으로 옮겼다. 지란지교는 지초와 난초처럼 향기롭고 고귀한 사귐을 가리키며, 덕 있는 사람들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을 뜻한다. 편안하게 찾아가 차를 나누고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친구에 관한 글의 정서가 부드러운 붓글씨와 맞물린다.

좋은 글을 서예로 표현한 작품은 문장의 뜻과 붓의 움직임을 동시에 감상하게 한다. 글자를 읽는 과정에서는 작품에 담긴 의미가 전해지고, 획과 여백을 바라보는 과정에서는 작가가 선택한 속도와 힘, 화면의 균형이 드러난다. 같은 문장도 필체와 구성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서예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회원들이 함께 만든 작품 세계

이번 회원전은 여러 회원이 참여해 각자의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가마다 다른 서체와 표현 방식이 한 공간에 놓이면서 개별 작품의 특징과 전시 전체의 조화가 함께 살아난다. 힘찬 기운을 전하는 서예 작품 곁에는 담백한 수묵 풍경이 이어지고, 먹을 중심으로 은은한 색을 더한 수묵담채화도 전시의 폭을 넓힌다.

작품의 형식과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오랜 시간 붓을 잡고 정성을 들인 흔적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진한 먹과 옅은 먹이 만드는 깊이, 붓끝이 지나간 방향, 한 글자와 다음 글자 사이의 간격까지 작품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 관람객은 가까이에서 세부적인 획을 살피거나 한발 물러서 화면 전체의 균형을 바라볼 수 있다.

추사의 도시에서 이어지는 서예

과천은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이 깃든 도시다. 이러한 지역에서 서예가 회원들의 꾸준한 창작 활동을 통해 지역 문화의 한 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전통적인 서예 예술을 오늘의 시선으로 만나고, 지역 문화의 흐름 속에서 그 가치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이어지는 일상과 달리 전시장에서는 한 획씩 완성된 글씨와 넉넉한 여백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먹빛의 미세한 변화와 필체의 차이를 살핀다. 제3회 과천서예가협회 정기회원전은 묵향의 기품과 회원들의 꾸준한 노력이 함께 드러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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