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된 기억의 조각

게임과 예술이 만나는 전시 ‘사사로운 인벤토리’가 김포아트홀 1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송시영·임가영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2026 김포예술활동지원사업 선정 전시로, 2026년 9월 26일부터 10월 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에는 모니터와 게임 컨트롤러를 비롯해 종이, 오르골, 빛을 활용한 작품이 배치된다. 걷고 이동하고 읽고 춤추며 기다리고 기억하는 일상의 행동과 경험을 게임과 영상, 기록 장치 등 여러 매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버튼을 누르거나 바닥의 기호를 따라 움직이며 서로 다른 감상 방식을 마주하게 된다.
발레의 움직임을 게임으로 바꾼 보석춤
〈보석춤〉은 발레의 움직임과 게임을 결합한 작품이다. 화면에는 안무가가 보석춤을 연습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관람객은 직접 춤을 추는 대신 전시장에 놓인 컨트롤러 사이를 오가며 정해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작품에 참여한다.
무대 위에서 이어질 법한 발레 동작이 게임의 버튼 입력으로 전환되면서 움직임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이 제시된다. 춤을 화면으로 감상하는 과정과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행동이 한 작품 안에서 맞물린다.
전시장 바닥 곳곳에는 〈보석춤 스코어〉가 표시돼 있다. 보석춤의 움직임과 스텝을 여러 기호로 바꿔 바닥에 나타낸 작품이다. 관람객은 기호를 눈으로 살피거나 직접 따라 밟으면서 각각의 표시가 어떤 움직임으로 이어지는지 상상할 수 있다.
벽을 따라 이어지는 연속종이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인쇄된 글이 긴 흐름을 이루는 임가영 작가의 〈연속종이〉가 설치된다. 글은 벽을 따라 이어지며 관람객이 천천히 이동하고 읽도록 이끈다.
글 속의 주요 키워드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도 연결된다. 한쪽 벽의 문장을 읽은 뒤 다른 작품을 살펴보면 글과 이미지, 공간 사이에 이어진 관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읽는 행동 자체가 전시를 감상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이사의 경험을 담은 로드트립
〈로드트립〉은 모니터 속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장면으로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작가가 25년 동안 살았던 집을 떠난 뒤 고속도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실제 이사 경험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출발한 장소도 도착할 장소도 아닌 길 위의 공간에 주목했다. 어느 누구의 집도 아니지만 잠시 머문 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게임 안에 표현했다. 집을 떠나 이동하는 동안 쌓인 시간과 공간의 기억이 게임 속 여정으로 바뀐 셈이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여정을 기록할수록 전시장에 설치된 지도도 점차 길어진다. 게임 화면에서 진행되는 이동과 전시장 안에 남는 기록이 연결되면서 작품의 과정이 공간에 드러난다.
빛과 소리를 잇는 싱크로니
송시영 작가의 〈싱크로니〉는 길게 펼친 종이띠를 이용한 작품이다. 오르골에 사용하는 구멍 뚫린 종이띠를 펼치고, 그 구멍을 리듬게임 형식으로 바꿨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작은 집의 불빛과 떨어져 있는 장치의 불빛이 함께 켜지고 꺼진다. 종이띠의 구멍과 음악의 리듬, 장치의 빛이 한 흐름 안에서 움직이며 소리와 빛이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자에서 떠오르는 얼굴
전시장 천장에는 송시영 작가의 〈가끔은 그림자에서도 얼굴이 보인다〉를 구성하는 작은 상자들이 매달려 있다. 친구들의 얼굴을 얇은 천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해 상자 안에 넣고 빛과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이미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어둠 속에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던 장면을 작품으로 옮겼다. 상자 안에 빛이 들어오면 감춰져 있던 이미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관람객은 얼굴이 나타나는 과정을 천천히 바라보게 된다.
일상의 기억을 만나는 여러 방법
‘사사로운 인벤토리’는 게임과 영상, 글, 빛과 소리를 통해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작품으로 표현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컨트롤러를 조작하고 바닥의 기호를 따라 움직이는 참여형 작품부터 벽면의 글을 읽고 빛 속에서 나타나는 얼굴을 기다리는 작품까지 감상 방식도 다양하다.
익숙한 일상의 행동은 전시장 안에서 게임의 입력과 기록, 빛과 소리, 글과 이미지로 다시 구성된다. 서로 다른 매체로 표현된 작품들은 관람객이 움직이고 읽고 기다리는 동안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 정보
| 전시명 | 사사로운 인벤토리 |
|---|---|
| 참여 작가 | 송시영·임가영 |
| 전시 기간 | 2026년 9월 26일~10월 3일 |
| 관람 시간 | 10:00~18:00 |
| 휴관 | 없음 |
| 장소 | 김포아트홀 1층 갤러리 |
| 소재지 | 경기도 김포시 돌문로 2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