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피어난 추사체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이 과천시 추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특별기획전 추사묵향 돌에 새긴 추사의 마음은 종이에 쓴 글씨가 아니라 전국 곳곳의 돌과 금속에 남은 추사의 글씨를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다.
추사 김정희는 독특한 서체인 추사체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종이 작품에서 시선을 돌려, 비석을 비롯한 금석문에 새겨진 글씨와 그 글씨를 탁본으로 옮긴 작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자료를 모아 추사의 글씨와 동시대 인물들의 서예, 추사 가문이 남긴 글씨의 흐름까지 차례로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전국의 금석문을 한자리에
전시장에 들어서면 검은 바탕 위로 흰 글씨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탁본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큼직하고 힘이 느껴지는 글씨부터 작은 글자가 촘촘하게 이어진 작품까지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작품마다 글자의 굵기와 간격, 배치가 달라 같은 전시 공간에서도 서로 다른 인상을 전한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추사박물관이 전국 각지를 조사하며 수집한 금석문 자료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금석문은 돌이나 금속 등에 새긴 글씨이며, 탁본은 비석 등에 종이를 대고 글씨와 무늬를 떠낸 것이다. 관람객은 탁본을 통해 여러 지역에 남아 있는 비석의 글씨를 과천의 한 전시장에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장 한편에는 전국에 남아 있는 추사 금석문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도 놓였다. 지도는 추사의 글씨가 한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탁본 작품과 위치 지도를 함께 살피면 각각의 글씨가 실제로 어느 지역에 남아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세 갈래로 만나는 글씨
전시는 추사의 글씨, 추사시대의 글씨, 추사가문의 글씨 등 모두 3부로 구성됐다. 추사 개인의 작품만 나열하지 않고, 그와 가까웠던 사람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서예가,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의 글씨를 함께 소개한다.
- 1부 추사의 글씨
추사 김정희가 남긴 금석문과 탁본을 중심으로 글씨에 담긴 사연을 살펴본다. - 2부 추사시대의 글씨
권돈인과 흥선대원군 이하응 등 추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 3부 추사가문의 글씨
추사의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 동생, 후손에 이르기까지 가문에 전해진 글씨를 소개한다.
이 같은 구성은 한 인물의 글씨에서 출발해 동시대와 가족으로 범위를 넓혀 간다. 관람객은 각 부를 차례대로 이동하며 추사의 글씨가 지닌 모습과 주변 인물들의 글씨, 집안 여러 세대에 남은 서예의 흔적을 나란히 확인할 수 있다.
글씨에 담긴 사람의 삶
전시 작품에는 글자의 형태뿐 아니라 글을 남기게 된 사연도 담겨 있다. 그 가운데에는 효자를 기리기 위해 남긴 글씨가 있다. 추사는 김복규와 김기종 부자의 효행을 기리는 글씨를 남겼으며, 관련 작품인 양세정효각 현판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옛사람들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건이나 인물의 업적을 돌에 새겨 후대에 전했다. 이 때문에 비석의 글씨는 단순히 문장을 기록한 흔적에 머물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과 행적을 기리고, 가족과 후대에 그 기억을 전하는 역할도 맡았다.
양세정효각 현판은 글씨 한 점이 한 사람만이 아니라 한 가문의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작품 설명과 탁본을 함께 살피며 누가 어떤 이유로 기억됐는지, 그 사연이 어떤 글씨로 남았는지를 차분하게 따라갈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오래된 글씨를 모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글씨가 새겨진 이유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데 있다. 비석을 스쳐 지나갈 때는 알아보기 어려웠던 기록의 의미가 전시장에서는 탁본과 설명을 통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시대 서로 다른 필치
2부에서는 추사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서예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추사의 친구였던 권돈인과 흥선대원군 이하응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글씨가 소개된다. 같은 한자를 사용한 작품이라도 획의 굵기와 글자의 모양, 화면을 채우는 방식에 따라 전체 분위기는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글씨는 반듯하고 단정한 모습을 보이고, 다른 글씨는 자유롭고 독특한 인상을 전한다. 작품을 나란히 비교하면 서예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도 글자의 크기와 선의 굵기, 배치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추사 김정희의 초상화도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인물의 얼굴에 나타난 작은 특징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상화 속 얼굴과 표정을 글씨 작품과 함께 살피면, 문자로 먼저 만난 추사의 모습을 인물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은 바탕과 흰 글씨가 대비되는 탁본 사이에서 초상화는 전시의 또 다른 중심을 이룬다. 관람객들은 초상화 앞에서 추사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고, 다시 글씨 작품으로 시선을 옮기며 역사적 인물과 그가 남긴 필적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가문으로 이어진 글씨
마지막 3부는 추사 개인을 넘어 그의 가문에 전해진 글씨를 소개한다. 추사의 증조할아버지부터 아버지와 동생, 후손까지 여러 세대가 남긴 글씨가 한 공간에 펼쳐진다. 한 집안에서 오랜 세월 글씨와 학문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작품을 통해 살필 수 있는 자리다.
처음에는 비슷해 보이는 글씨도 가까이에서 살피면 저마다 다른 개성이 드러난다. 글자의 크기와 획의 굵기, 줄을 이루는 방식과 여백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추사 한 사람의 이름에만 머물지 않고 가족 구성원 각각이 남긴 글씨를 비교해 보는 것이 3부의 주요 관람 지점이다.
추사의 글씨에서 시작한 전시는 같은 시대의 서예가를 거쳐 추사 가문의 여러 세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관람객은 작품 한 점씩을 보는 동시에 세 전시 구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어렵지 않게 보는 관람법
금석문이나 탁본, 옛 서예가 낯선 관람객이라도 모든 글자의 뜻을 처음부터 이해할 필요는 없다. 먼저 글씨의 크기와 획의 굵기, 글자가 놓인 간격과 전체 모양을 살펴보면 작품마다 다른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작품에 얽힌 인물과 사연을 읽으면 글씨가 남겨진 이유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 검은 바탕에 드러난 흰 글씨의 크기와 모양을 비교한다.
- 전국 금석문 위치 지도에서 작품이 남아 있는 지역을 확인한다.
- 추사와 동시대 서예가들의 필치를 나란히 살핀다.
- 양세정효각 현판처럼 인물과 가족의 사연이 담긴 작품을 찾아본다.
- 추사 가문 여러 세대의 글씨에서 공통점과 차이를 살핀다.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이 큰 글씨 앞에서 획의 흐름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작은 글씨가 가득한 작품 앞에서는 가까이 다가가 세부를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치 지도 앞에서는 전국에 흩어진 금석문을 확인하고, 초상화 앞에서는 작품 속 인물의 얼굴과 표정을 천천히 바라보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관심이 가는 글씨 앞에서 잠시 멈춰 작품의 모양과 설명을 함께 살피는 것만으로도 전시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작품마다 달라지는 분위기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의미가 있다.
상설전시와 함께 보는 추사
과천시 추사박물관에서는 특별기획전뿐 아니라 추사의 생애와 학문을 소개하는 상설전시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특별전에서 금석문과 탁본, 동시대 및 가문의 글씨를 본 뒤 상설전시를 둘러보면 추사라는 인물을 여러 전시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전국 각지에서 조사한 비석 자료를 토대로 추사의 글씨를 한자리에 모았다. 돌에 새겨진 글씨, 이를 종이에 옮긴 탁본, 금석문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 추사의 초상화와 주변 인물들의 작품이 서로 연결되며 전시의 내용을 이룬다.
과천시가 운영하는 추사박물관은 추사 김정희 탄신 240주년을 맞아 종이 위 서예와는 다른 금석문의 면모를 조명했다. 흩어져 있던 자료를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있게 구성해 추사의 글씨뿐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과 가문의 기록까지 폭넓게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전시 관람 정보
| 전시명 | 추사묵향 돌에 새긴 추사의 마음 |
|---|---|
| 전시 장소 | 과천시 추사박물관 |
| 소재지 | 경기도 과천시 추사로 78 |
| 전시 기간 | 2027년 2월 14일까지 |
| 관람 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매표 마감 | 오후 5시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등 박물관 지정 휴관일 |
| 주차 | 추사박물관 주차장 이용 가능 |
| 문의 | 과천시 추사박물관 02-2150-3655 |
추사묵향은 돌에 남은 글씨를 통해 추사 김정희의 삶과 당대 인물, 한 가문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는 전시다. 추사체로 익숙한 역사적 인물을 금석문이라는 새로운 방향에서 살피고, 글씨가 기록과 기억을 어떻게 이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