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연 길 정약용

창작 뮤지컬 《정약용 묵시록》이 2026년 10월 9일과 10일, 경기도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 무대에 올랐다. ‘희망과 허망 사이 붓으로 길을 열다’라는 부제 아래 정약용의 굴곡진 생애와 백성을 향한 마음을 조명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용인시를 시작으로 정약용의 생가가 있는 남양주시와 동두천시를 잇는 경기도 3개 도시 순회공연으로 마련됐다. 역사 속 인물을 무대예술로 되살려 지역 관객과 만나는 창작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유배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뜻
《정약용 묵시록》은 정조대왕의 신임을 받아 수원화성 축성에 크게 기여한 다산 정약용의 삶을 다룬다. 정조가 승하한 뒤 벽파와 정순왕후의 탄압을 받으며 18년간 유배 생활을 해야 했던 시기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정약용은 오랜 유배와 정치적 시련 속에서도 백성을 위한 저술을 멈추지 않았다. 작품은 그가 어려운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실용적인 지식과 개혁의 뜻을 글로 남기며 자신의 길을 이어간 과정을 보여준다.
세상이 외면한 순간에도 백성을 향한 정약용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대는 한 인물의 성공보다 좌절 이후에도 이어진 책임과 선택에 무게를 둔다.
인간 정약용을 담은 무대
총감독을 맡은 주호성 감독은 백성을 위한 애민정신과 강한 개혁 의지를 지닌 정약용이 오늘날 다시 돌아볼 만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가족과 백성을 향한 사랑으로 버텨낸 인간 정약용의 목소리를 작품에 담고자 했다는 취지다.
또한 이 작품이 정약용 한 사람의 삶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선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정약용은 역사책 속 실학자나 수원화성 축성에 참여한 학자로만 머물지 않는다. 작품은 정치적 탄압과 긴 유배, 가족을 향한 그리움, 백성을 위한 고민을 함께 비추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펼쳐 보인다.
세 시절의 정약용이 만나다
작품은 정약용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전기 형식에서 벗어났다. 노년과 중년, 젊은 시절의 정약용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서로 다른 나이의 정약용들은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고 더 나은 선택을 찾도록 돕는다. 한 사람이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마주하는 구성은 정약용이 품었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젊은 날의 뜻과 중년의 고뇌, 노년의 성찰이 한 무대에서 맞물리며 정약용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이미 알려진 업적뿐 아니라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고 버텨야 했던 한 인간의 내면을 따라가게 된다.
배우와 풍물패가 채운 장면
공연에는 25명이 넘는 배우들과 풍물패가 참여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에 풍물패의 우리 가락이 어우러지며 인물들의 감정과 시대적 분위기를 전달했다.
무대 스크린과 다양한 조명은 시간의 변화를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됐다. 영사막 투시와 인물의 그림자를 활용한 영상 연출도 더해져 과거와 현재, 현실과 내면이 교차하는 작품의 구성을 시각적으로 뒷받침했다.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과 노래는 장면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인물의 깊은 감정을 부각했다.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음악, 조명과 영상이 맞물리며 정약용의 긴 생애를 압축해 펼쳐 보였다.
책으로 남긴 백성을 위한 고민
작품은 정약용이 18년의 유배 생활 동안 나라의 발전과 백성의 삶을 위한 지식을 책으로 남기는 데 전념한 모습을 비중 있게 다룬다. 《목민심서》와 《흠흠신서》, 《경세유표》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 《목민심서》를 비롯한 저술 활동을 통해 백성의 삶을 향한 관심을 드러낸다.
- 《흠흠신서》와 《경세유표》 등 여러 분야의 저술을 남긴 지식인의 면모를 조명한다.
- 긴 유배를 좌절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학문과 기록을 이어간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무대가 강조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정약용은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와 백성을 위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고, 그 고민을 후대가 읽을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겼다. 작품은 이를 통해 다방면에 뛰어났던 지식인 정약용의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에 남은 삶의 질문
극의 마지막에는 노년의 정약용이 숨을 거두기 전 아내의 품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는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 말은 작품 전반에 이어진 고뇌와 선택을 하나의 질문으로 모은다.
정약용은 오랜 시간 탄압과 유배를 겪었지만 그의 사상과 철학은 저술을 통해 남았다. 작품은 시대가 한 인물을 외면할 수는 있어도 그가 남긴 뜻과 기록까지 지울 수는 없다는 점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정약용 묵시록》은 정약용의 업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어떤 목표와 방향을 붙들고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용인에서 이어지는 순회공연
용인 공연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중부대로1392번길 15에 있는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에서 진행됐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할 수 있었으며 관람료는 3만 원이었다. 용인시민에게는 50% 할인 혜택이 적용됐다.
용인 공연을 마친 작품은 동두천시와 남양주시에서 순회 일정을 이어간다.
| 지역 | 장소 | 공연 일정 |
|---|---|---|
| 동두천시 | 동두천시 시민회관 | 2026년 10월 24일과 25일 오후 4시 |
| 남양주시 | 남양주시 다산아트홀 | 2026년 11월 6일 오후 7시, 11월 7일 오후 2시와 오후 7시 |
경기도 3개 도시를 잇는 이번 순회공연은 정약용의 삶과 애민정신, 개혁 의지를 지역 무대에서 조명한다. 역사적 인물의 고뇌와 희망을 노래와 연기, 풍물과 영상으로 풀어낸 무대는 관객에게 삶의 의미와 선택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