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를 잇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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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를 잇는 건축

140년의 대화 하나의 건축

김중업건축박물관이 특별전 140년의 대화, 하나의 건축을 선보인다. 전시는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과 프랑스의 인연,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탄생한 과정, 건축물을 구성했던 부재가 박물관에 보존되기까지의 흐름을 기록과 작품으로 조명한다.

전시가 열리는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자리한다. 김중업의 건축적 유산과 안양의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번 특별전에서는 한 건축가의 성장 과정과 한국·프랑스 문화 교류가 하나의 건축물로 구현된 역사를 차례로 보여준다.

1886년 시작된 두 나라의 대화

조선과 프랑스는 1866년 병인양요 등을 거치며 갈등을 겪었다. 이후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고 공식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이 조약은 두 나라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선 계기이자, 이후 140년에 걸쳐 이어진 한불 외교 관계의 출발점으로 제시된다.

전시는 국가 간 외교 관계의 형성에서 출발해 김중업이라는 건축가의 경험으로 시선을 옮긴다. 외교의 역사가 제도와 문서에만 머물지 않고 건축과 문화의 교류로 이어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르 코르뷔지에와 만난 김중업

1952년 김중업은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회 국제예술가대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20세기 현대건축의 거장으로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를 만났다.

이 만남을 계기로 김중업은 프랑스 파리 세브르가 35번지에 있던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약 3년 2개월 동안 일했다. 그는 세계 현대건축의 흐름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여러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파리에서 보낸 시간은 김중업이 자신의 건축 철학과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발전시키는 기반이 됐다.

전시장에서는 김중업이 프랑스에서 습득한 현대건축의 경험이 이후 한국에서 어떤 형태로 이어졌는지를 살필 수 있다. 그 연결점의 중심에 놓인 건축물이 바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탄생

1959년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였던 로제 샹바르는 김중업에게 새로운 주한 프랑스 대사관 설계를 제안했다. 같은 해 김중업의 설계안은 프랑스 건축가들과의 경쟁을 거쳐 최종 채택됐고, 본격적인 건축 작업이 시작됐다.

대사관은 서구 현대건축의 조형 언어와 한국 전통 미학을 함께 담은 설계로 추진됐다. 지붕의 곡선과 콘크리트 구조, 빛과 그림자의 변화가 어우러지며 서로 다른 문화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모습을 드러냈다.

1962년 완공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서구적 조형에 한국의 전통적 감각을 더한 건축물이었다. 두 나라의 외교 관계와 문화적 교류가 실제 공간으로 구현됐다는 점에서 전시의 핵심을 이룬다.

도면과 필름에 남은 완공의 순간

전시장 내부에는 김중업의 자필 수첩을 비롯해 설계 도면과 공사 현장 사진이 전시된다. 1962년 완공 당시 대사관의 모습을 담은 시각 기록 필름도 함께 공개된다.

필름에는 건물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지붕의 곡선, 콘크리트 조형이 서로 맞물린 모습이 기록돼 있다. 관람객은 현재의 시점에서 완공 당시 대사관의 형태와 표정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중업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국가공로훈장 등 그의 공로와 활동을 보여주는 기록도 전시장에 놓였다. 자필 기록에서 설계 자료, 공사 사진, 완공 영상, 훈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자료가 한 건축물이 만들어진 과정을 입체적으로 전한다.

철거 부재가 전시물이 되기까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완공 이후 오랜 기간 외교 공간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2018년 대사관 신축 계획에 따라 김중업이 설계한 대사 집무실의 철거가 결정됐고, 이후 실제 철거가 진행됐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2022년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협의해 철거된 건물의 기둥과 바닥 마감재 등 건축 부재 43점을 기증받았다. 건물의 일부였던 부재는 폐기되지 않고 박물관에서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 부재들은 2023년부터 박물관 야외 공간에서 어느 건축가의 흔적이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본래 외교 시설을 구성했던 재료가 새로운 전시물로 놓이면서, 김중업의 설계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역사를 현재까지 이어 보여준다.

야외에 배치된 기둥과 마감재는 완성된 건축물의 모형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이루었던 흔적이다. 관람객은 실내 기록 자료와 야외 건축 부재를 함께 살펴보며 설계, 완공, 사용, 철거, 보존으로 이어진 건축물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탬프로 완성하는 대사관 엽서

전시장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주제로 한 체험 영역도 마련됐다. 관람객이 번호 순서에 맞춰 네 개의 스탬프를 차례로 찍으면 하나의 대사관 그림이 담긴 엽서가 완성된다.

스탬프가 겹쳐지며 건축물의 모습이 완성되는 방식으로, 대사관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대사관 앞에 서 있는 건축가 김중업과 로제 샹바르의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배움에서 독창적인 건축으로

이번 전시는 김중업이 파리에서 경험한 현대건축이 주한 프랑스 대사관 설계로 이어지는 과정을 한 흐름 안에 담는다.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쌓은 경험은 그대로 반복되지 않고, 한국의 전통적 감각을 결합한 김중업 고유의 건축 언어로 나타났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한 건축가의 배움이 독창적인 설계로 발전하고, 두 나라의 문화적 대화가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된 사례다. 전시는 외교의 출발점과 건축가의 성장, 대사관의 건립과 철거 부재의 보존을 연결해 보여준다.

전시 관람 정보

전시명140년의 대화, 하나의 건축
장소김중업건축박물관
소재지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103번길 4, 석수동
전시 기간2026년 10월 15일부터 2027년 8월 31일까지
관람 시간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입장 마감오후 5시
휴관일매주 월요일, 신정, 설날과 추석 당일
관람료무료
문의김중업건축박물관 031-687-0909

주차 이용 정보

김중업건축박물관의 자체 전용 주차장은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인근에는 안양예술공원 공영주차장인 예술공원노외주차장이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적용되는 주차요금은 최초 30분 400원이며, 이후 10분마다 누진 할증된다. 주차 관련 세부 사항은 현장 운영 기준에 따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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