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밝힌 희망의 불빛

8년간 이어진 동양하루살이 대응
어둠이 내려앉은 남한강 위로 환한 불빛이 피어오른다. 강 한가운데 배를 띄우고 불을 밝히는 이들은 여주 지역 어민들이다. 어민 46명으로 구성된 남한강자율관리공동체는 남한강 환경을 보호하는 한편, 지역사회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동양하루살이의 출몰을 줄이기 위해 8년 동안 현장을 지켜왔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강변에 서식하는 동양하루살이는 흔히 팅커벨로 불린다.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밝은 빛을 향해 몰려드는 습성이 있어 남한강 주변 주거지와 상가에 대량으로 나타났다. 강변을 걷기 어려울 정도로 개체 수가 늘거나 상점 유리창이 하얗게 뒤덮이는 일이 이어지면서 주민과 상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남한강변에서 22년째 매운탕집을 운영하는 주명덕 여주남한강어촌계장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는 약 8년 전부터 갑자기 늘었다. 당시에는 벌레가 유리창을 뒤덮어 손님이 상점 안으로 들어오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강변 길을 걷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빛의 습성을 활용한 퇴치 작전
공동체는 처음에 방지망을 설치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동양하루살이가 밝은 불빛에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해 벌레의 습성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바지선 3개에 200와트 전등 10개를 매달아 남한강 한가운데에서 불을 밝히는 방식이었다. 공동체 회원들은 4월부터 9월까지 매일 오후 8시에 배를 띄웠다. 강 위의 불빛을 따라온 동양하루살이가 물로 떨어지도록 유도하면서 강변 주거지와 상가로 향하는 개체를 줄였다.
밤이 되면 강 한가운데 밝힌 전등 주변으로 동양하루살이가 모여들었고, 강변 쪽 출몰량은 체감상 70~80% 감소했다. 주민과 상인이 일상에서 변화를 느낄 만큼 효과가 나타나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이 활동은 단기간의 일회성 작업이 아니었다. 회원들은 늦은 시간 강으로 나가 바지선을 운영하며 같은 작업을 꾸준히 반복했다. 어두운 수면 위에서 배를 띄우는 데 따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지역사회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이어갔다.
여주시 표창으로 인정받은 공동체
남한강자율관리공동체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9월 열린 제14회 여주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표창장을 받았다. 개인이 아닌 단체에 수여된 표창이라는 점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쌓아온 노력이 공식적으로 평가받았다는 의미가 컸다.
주명덕 계장은 단체상이라 더욱 뜻깊다며, 매일 밤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띄운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표창은 남한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민들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온 과정의 결과였다.
현장과 행정이 함께 만든 성과
여주시보건소의 지원과 협력도 방제 활동에 힘을 보탰다. 김부영 팀장과 오승주 주무관을 비롯한 담당 공무원들은 밤 10시에도 강변 현장을 찾아 상황을 살피고 방제 과정을 점검했다.
공동체 회원들은 방제 현장을 매일 사진으로 촬영해 여주시보건소와 공유했다. 현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행정기관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방제 활동의 효과를 높였다. 공동체의 자발적인 실천에 행정기관의 지원과 점검이 더해진 협력 사례였다.
강변의 상황은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했다. 어민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늦은 시간까지 상황을 확인하면서 대응이 이어졌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공동체와 행정이 각자의 역할을 맡은 것이다.
남한강 생태환경을 지키는 어민들
여주 남한강에는 쏘가리와 장어, 메기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그러나 어획량이 많지 않아 어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상당수 어민은 다른 생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남한강 환경과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한 자발적인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공동체의 활동은 동양하루살이 대응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원들은 남한강의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매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정화 활동도 펼친다. 매년 강가에서 건져 올리는 쓰레기는 7~8톤에 이른다.
정기적인 수거 활동은 강에 쌓인 폐기물을 치우고 어민들의 생활 터전을 보호하는 실천이다. 회원들은 생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간을 내어 강변을 살피고 쓰레기를 수거한다. 동양하루살이 방제와 환경 정화는 모두 남한강을 지역사회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생산과 가공을 잇는 미래 구상
남한강자율관리공동체는 현재의 봉사와 정화 활동을 이어가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구상도 마련하고 있다. 자율관리공동체는 활동 실적과 평가를 바탕으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동체가 그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수산물 가공 공장을 조성해 생산과 가공을 연계하는 6차 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남한강에서 이뤄지는 어업을 가공과 연결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남한강의 어민들은 스스로 삶의 터전을 돌보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밤마다 강 위에 켜지는 전등은 동양하루살이를 유인하는 방제 수단인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들이 8년 동안 함께 쌓아온 노력과 협력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둠 속 남한강을 밝히는 불빛 아래에는 환경을 지키고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현장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꾸준한 실천이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