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너머 열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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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너머 열린 세상

지산초록도서관 10월 전시

경기도 평택시 지산로 48에 있는 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은 2026년 9월부터 10월까지 제1자료실A 입구와 어린이자료실에 수상작과 추천도서를 전시했다. 어린이 그림책을 중심으로 구성하면서도 어른이 함께 읽고 생각할 만한 작품을 폭넓게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짧은 글과 그림 안에 상상력과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평소 익숙한 작가나 인기 도서만 고르기 쉬운 이용자에게 새로운 책과 작가를 발견할 선택지를 제공했다. 어린이와 보호자가 같은 책을 읽은 뒤 서로 다른 느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한 구성도 눈에 띄었다.

어른의 마음에도 남는 그림책

정진호 작가의 『벽』은 평범해 보이는 벽에서 특별한 공간이 펼쳐지는 과정을 담았다. 단순한 그림 속에 숨은 공간과 움직임을 따라가며 익숙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달려라 토토』는 경마장을 처음 찾은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말 인형과 닮은 9번 말을 응원하는 이야기다. 돈과 승부에 집중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아이가 보여주는 순수한 시선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같은 공간을 바라보더라도 무엇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여름을 바탕으로 한 『여름이 온다』는 음악이 그림으로 펼쳐지는 듯한 작품이다. 신나는 물놀이와 여름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 음악과 그림이 만나는 즐거움을 전한다. 글을 읽는 경험에 머물지 않고 화면의 흐름과 계절의 움직임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그림 형제의 『브레멘 음악대』를 떠올리게 한다. 브레멘에 가지 못한 동물들이 각자의 환경에 맞춰 열심히 일하지만 결국 일자리를 잃기도 하는 모습을 다룬다. 2020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으로, 친숙한 옛이야기의 틀 안에서 노동과 일자리라는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여기에 있어』는 베개 밑에서 발견한 뱀의 꼬리를 따라 모험에 나선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외로움을 느끼는 뱀을 만나 우정을 나눈다. 서로 다른 존재에게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따뜻한 마음이 작품 전반에 담겼다.

전시대에는 이 밖에도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와 『킨츠키』 등 여러 작품이 놓였다. 수상작과 추천도서를 함께 배치해 한 권을 읽은 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관심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들은 표지와 그림을 차분히 살펴보며 저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를 수 있었다.

실수를 가능성으로 바꾼 아름다운 실수

코리나 루이켄의 『아름다운 실수』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야기는 작은 점 하나에서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잘못 찍힌 얼룩이고 지우고 싶은 실수일 수 있지만, 작품은 그 흔적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확장한다.

처음에는 실수로 보였던 점이 새로운 상상의 출발점이 되고,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순간이나 실패라고 여겼던 일이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그림의 변화로 보여준다.

실수는 반드시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작품은 어린이에게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전하고, 어른에게는 지금 눈앞에 놓인 결과만으로 자신을 판단하지 말라는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은 지산초록도서관의 추천도서 전시가 지닌 의미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도서관의 전시 코너는 이용자가 평소 읽던 책의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이에게는 상상할 기회를,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감정을 돌아볼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차별을 넘어서는 세상

어린이 그림책 전시와 함께 평택시 사서 북큐레이션 「차별을 넘어서는 세상」도 마련됐다. 차별과 혐오, 편견, 공존, 장애, 불편, 폭력, 침묵과 동조 등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를 여러 책을 통해 다뤘다.

김미 사서가 추천한 『발달이 느리고 마음은 바쁜 아이를 키웁니다』는 장애가 있는 아이와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현실을 부정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 슬픔과 절망에 삶 전체를 내어주지 않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려는 마음을 담았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은 차별이 어떻게 생겨나고 반복되는지를 묻는다. 사람들이 외면했던 고통과 혐오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차별을 막는 일이 왜 중요한지 돌아보게 한다.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는 범죄 피해자 생존자의 기록이다. 피해자에게 특정한 모습과 태도를 요구하는 사회적 편견,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2차 가해, 사법체계의 성차별 문제 등을 짚는다. 피해자의 경험을 정해진 틀로 판단하는 시선이 어떤 문제를 낳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SF 작가가 장애를 둘러싼 시선과 일상의 불편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장애를 특별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일상과 생각을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다 이아리』는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때렸던 데이트 폭력의 경험을 통해 사랑으로 포장된 폭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가까운 관계 안에서 발생한 폭력이 사랑이라는 말로 가려질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북큐레이션에는 노동 현장을 담은 작품과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을 비롯해 모두 열 권의 책이 전시됐다. 전시 도서는 관람만 하는 자료가 아니라 대여할 수 있도록 운영돼, 이용자가 관심을 가진 주제를 독서로 이어갈 수 있었다.

한 권이 넓히는 생각의 범위

지산초록도서관의 2026년 10월 전시는 어린이 수상작에서 사회의 여러 문제를 다룬 사서 북큐레이션까지 폭넓은 독서 경험을 제공했다. 그림책은 어린이만 읽는 책이라는 고정된 인식을 넘어, 짧은 이야기와 그림 속에서도 어른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과 감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어린이와 어른이 같은 장면을 보고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그림책 읽기의 특징이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각자가 주목한 장면과 감정을 나누는 과정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는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서 북큐레이션은 차별과 편견, 장애와 공존, 폭력과 침묵 같은 주제를 구체적인 책과 연결했다.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문제를 개인과 가족, 피해자와 생존자,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 권의 책은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출발점이 되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산초록도서관의 전시 공간은 책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낯선 주제에 다가가도록 돕는 공공 독서 공간의 역할을 보여줬다.

전시가 열린 평택시립지산초록도서관은 경기도 평택시 지산로 48에 자리한다. 어린이자료실의 수상작과 추천도서, 평택시 사서가 선정한 북큐레이션 도서를 함께 살펴볼 수 있으며, 전시 도서는 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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