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장을 묻다

한 권의 책으로 마주한 삶과 죽음
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오후 7시, 경기도 평택시 죽백6로 20에 있는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1층 시청각실에서 남유하 작가 강연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2026 평택 함께 읽는 책’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강연의 중심에는 2025년 1월 출간된 남유하 작가의 책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가 놓였다. 참석자들은 책에 담긴 문제의식을 따라 조력사망제도의 필요성과 국내외 현황을 살펴보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차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소 쉽게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다룬 자리였지만, 강연은 문학과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시청각실에서는 삶의 마지막 순간과 인간의 존엄을 둘러싼 설명이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책을 쓰게 된 배경
남유하 작가는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를 쓰게 된 배경과 죽음에 관해 품어 온 고민을 소개했다. 조력사망과 관련된 입법 활동에 참여하게 된 과정도 함께 전했다.
작가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된 계기에는 말기 암을 앓았던 어머니의 경험이 있었다. 어머니가 했던 “스위스에서 떠날래”라는 말은 가족이 마주한 현실과 존엄사에 관한 고민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소개됐다. 작가는 이 경험을 계기로 죽음에 관한 글을 쓰고 관련 사회적 논의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연은 조력사망을 단순히 죽음을 선택하는 문제로 한정하지 않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개인의 선택뿐 아니라 환자가 처한 상황과 의료적 돌봄, 사회적 지원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도 다뤄졌다.
혼동하기 쉬운 개념 살펴보기
강연에서는 조력사망과 안락사, 연명의료중단처럼 서로 혼동하기 쉬운 용어를 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조력자살과 조력사망, 적극적 안락사, 연명의료중단을 둘러싼 개념이 소개됐으며, 관련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살펴보는 출발점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삶과 죽음에 관한 제도를 논의하려면 먼저 같은 용어를 어떤 뜻으로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념이 뒤섞이면 제도의 취지와 적용 조건, 당사자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강연을 통해 각각의 표현이 어떤 맥락에서 다뤄지는지 살펴봤다.
조력사망제도는 생명과 자기결정권, 의료와 돌봄 등 여러 가치가 맞닿은 주제다. 어느 하나의 가치만으로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만큼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을 확인하고 제도적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해외 사례와 제도적 배경
남유하 작가는 스위스에서 외국인의 조력사망이 허용되는 제도적 배경과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를 통해 조력사망제도의 필요성과 현황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논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인지에만 머물지 않았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지, 의료적 돌봄과 사회적 지원은 어떻게 마련돼야 하는지 등 여러 측면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개인의 의사와 선택을 존중하는 문제는 충분한 돌봄과 지원을 살피는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강연은 조력사망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한 방향으로 단정하지 않고, 각 가치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이끌었다.
죽음은 삶의 마지막 장
강연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삶과 죽음을 서로 단절된 것으로 보지 않는 관점이었다. 남유하 작가는 죽음을 삶의 마지막 장에 비유했다. 소설에서 결말이 중요하듯 인생에서도 마무리를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학업과 일, 가족과 미래에 관한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반면 삶의 마지막 순간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작가는 인생의 과정뿐 아니라 마무리를 미리 생각해 보는 일이 지금의 삶을 더욱 깊이 바라보는 일과 연결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전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강연의 질문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에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로 확장됐다. 존엄한 삶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개인의 의사와 선택을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어떤 돌봄과 지원이 마련돼야 하는지를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문학이 열어 준 시민의 질문
이번 강연은 특정한 결론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한 권의 책과 작가의 경험을 통해 시민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도록 구성됐다. 문학 작품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 선택, 의료, 돌봄이라는 현실의 문제로 이어졌다.
배다리도서관에 모인 참석자들은 평소 일상에서 쉽게 말하기 어려웠던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했다.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는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책 속 문제의식과 작가의 설명을 따라 각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죽음에 관한 고민은 결국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삶의 끝을 생각하는 일이 지금의 시간을 포기하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과 존엄한 마무리에 필요한 조건을 살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연 전반에 담겼다.
사인회로 이어진 강연의 여운
강연이 끝난 뒤에는 남유하 작가의 사인회가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작가에게 사인을 받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강연의 여운을 이어갔다.
‘2026 평택 함께 읽는 책’ 사업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독서를 개인의 활동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이 함께 생각을 나누는 문화 활동으로 넓혔다. 한 권의 책을 매개로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처럼 무게 있는 주제를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평택에서 마련된 이번 강연은 시민이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독서문화의 장이었다. 책을 읽는 경험이 강연과 대화로 이어지면서, 문학이 개인의 고민과 사회적 논의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행사 장소
| 시설 |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
|---|---|
| 장소 | 1층 시청각실 |
| 소재지 | 경기도 평택시 죽백6로 20 |
| 행사명 | 2026 평택 함께 읽는 책 남유하 작가 강연 |
| 일시 | 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오후 7시 |
| 도서 |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