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집이 된 장욱진 가옥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장욱진이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낸 가옥이 용인에 남아 있다. 용인 장욱진 가옥은 화가의 생활공간과 작업실, 그림에서 출발해 완성된 건축물, 정원과 정자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도심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대문을 지나면 한옥과 정원이 어우러진 차분한 풍경이 펼쳐진다. 주변의 아파트와 도로에서 한 걸음 떨어진 가옥 안에는 오래된 목재와 기와, 작은 마당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관람객들은 한옥과 양옥을 차례로 걸으며 장욱진의 작품과 생활이 이어지는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장욱진의 마지막 작업 공간
장욱진 화백은 1986년부터 19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가옥에는 서로 다른 시대와 형태를 지닌 한옥과 양옥이 함께 자리한다.
한옥은 1884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장욱진 화백이 1986년 직접 고쳐 작업실과 생활공간으로 사용했다. 오래된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 마당의 모습에는 화가가 실제로 생활하고 그림을 그렸던 공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작품만 전시된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화가가 어떤 집에서 생활하며 창작을 이어갔는지 공간의 구조를 따라 확인할 수 있다. 한옥의 방과 마당을 천천히 둘러보면 생활과 작업이 한 공간에서 이어졌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림에서 현실로 나온 양옥
한옥 뒤편으로 올라가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양옥이 나타난다. 이 건물은 장욱진 화백이 1953년에 그린 작품 자동차가 있는 풍경 속 집을 바탕으로 직접 구상한 공간이다. 건물은 1989년에 완성됐다.
그림 속 집이 실제 건축물로 이어졌다는 점은 장욱진 가옥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붉은 벽돌과 검은 지붕, 창문의 배치는 그림에 등장한 집과 현실의 생활공간을 연결한다. 한옥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토대로 새로운 집을 구상하고 완성했다는 과정도 이곳의 공간적 특징을 보여준다.
현재 양옥은 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관람객은 작가가 머물렀던 가옥을 둘러본 뒤 전시를 통해 작품 세계를 함께 접할 수 있다. 생활공간과 전시공간이 한 장소에서 연결되면서 장욱진의 삶과 미술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언덕 위 작은 정자 관어당
한옥 뒤쪽 언덕에는 한 평 남짓한 작은 정자가 자리한다. 정자에는 장욱진 화백이 직접 쓴 관어당 현판이 걸려 있다.
관어당에 앉으면 아래쪽으로 한옥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마당에서 바라보는 모습과는 다른 높이와 방향에서 가옥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한옥과 양옥, 정원과 정자를 순서대로 걷다 보면 각 공간이 따로 떨어지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이 정자에 머무는 동안 주변에는 오래된 가옥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크지 않은 정자와 완만한 언덕, 아래로 보이는 기와지붕은 가옥 전체를 차분하게 바라보게 한다.
차와 예술이 머무는 집운헌
장욱진 가옥에는 관람 뒤 차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집운헌이 있다. 집운헌은 구름이 모이는 집이라는 뜻을 지닌 공간으로, 현재 전통찻집과 아트숍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래된 한옥 안에 마련된 집운헌에서는 가옥의 분위기를 이어서 느끼며 머물 수 있다. 가옥을 빠르게 둘러보고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차 한 잔과 함께 공간의 정취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장욱진 가옥만 관람할 경우 관람료는 2천 원이다. 집운헌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별도의 관람료 없이 가옥을 둘러볼 수 있다. 카페 이용 여부에 따라 관람 방식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에서 운영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남은 화가의 집
용인 장욱진 가옥은 2008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1884년에 지어진 한옥과 장욱진 화백이 직접 구상해 1989년 완성한 양옥이 함께 남아 있다는 점에서 건축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의 의미는 건물의 연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장욱진 화백이 실제로 생활하며 작업한 한옥, 자신의 작품 속 집을 바탕으로 구상한 양옥, 직접 쓴 현판이 걸린 관어당이 한 공간에 보존돼 있다. 화가의 작품과 일상, 건축이 서로 연결된 장소라는 점이 장욱진 가옥의 핵심 가치다.
용인시는 도심 속에 남은 화가의 집을 통해 시민들이 근현대미술과 문화유산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의 전시실과는 다른 환경에서 장욱진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고, 가옥을 따라 걸으며 각 건물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관람 정보
| 시설명 | 용인 장욱진 가옥 |
|---|---|
| 위치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119-8 |
| 운영일 | 화요일부터 일요일 |
| 운영시간 |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 관람료 | 2천 원 |
| 카페 이용 | 고택 내 집운헌에서 음료 주문 시 별도 관람료 없음 |
운영시간과 휴관일을 확인한 뒤 방문하면 한옥과 양옥, 관어당, 집운헌을 보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문화유산인 가옥의 특성을 고려해 내부와 정원을 차분히 관람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