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평동 골목에 피어난 색

일상적인 골목이 작품을 만나다
평택시 원평동의 익숙한 골목이 벽화와 그래피티를 품은 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평택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건물 외벽과 담장에 개성 있는 그림이 더해지면서, 주민들이 오가는 생활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작업은 지역 작가의 예술 활동이 시민의 일상과 맞닿은 거리 풍경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높은 건물 벽면을 채운 대형 작품부터 보행자의 눈높이에 맞닿은 긴 담장까지, 서로 다른 공간이 각각의 특성에 맞는 화면으로 활용됐다.
써니김밥 건너편에 펼쳐진 그래피티
2026년 작업이 진행된 벽화는 원평동 써니김밥 건너편 담장에 자리한다. 노란색 간판이 있는 써니김밥에서 맞은편을 바라보면 보도와 나란히 길게 이어지는 그래피티를 확인할 수 있다.
담장은 높이가 낮고 가로로 긴 형태다. 멀리서 올려다봐야 하는 대형 외벽 작품과 달리, 길을 걷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색과 선, 캐릭터의 표정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다. 가로수 그늘과 보도블록, 담장 너머의 주택이 함께 보이는 가운데 선명한 그림이 원평동의 일상적인 골목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작업 과정에서 드러난 세밀한 손길
2026년 9월 12일 당시 담장에는 커다란 하늘색 글자와 익살스러운 캐릭터, 운동화가 그려져 있었다. 붉은색과 주황색 계열의 배경 위로 밝은 글자가 펼쳐졌고, 오른쪽에는 인물의 윤곽을 나타내는 주황색 밑그림이 남아 있었다.
왼쪽 캐릭터는 큰 눈과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녔다. 분홍색 운동화에는 주황색과 보라색 체크무늬가 어우러져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담장 중앙의 글자는 동네 이름을 작품의 중심 요소로 끌어들여 원평동이라는 장소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현장 한쪽에는 여러 색상의 스프레이가 담긴 이동식 도구함이 놓여 있었다. 작가는 스프레이를 사용해 커다란 글자 주변의 선을 다듬었다. 하늘색 면과 흰색 테두리 바깥에 검은 선이 더해질수록 글자의 형태는 더욱 또렷해졌다.
윗부분에서는 팔을 뻗고 아래쪽에서는 몸을 낮추며 담장 블록의 이음새와 거친 표면을 따라 선을 이어갔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큼직한 글자로 읽히지만, 가까이에서는 여러 방향으로 뻗은 선과 색면이 겹쳐진 구조가 드러났다. 작은 부분을 거듭 다듬는 과정이 모여 긴 담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갔다.
밑그림에서 완성된 인물로
9월 12일 담장 오른쪽의 인물은 밑그림 단계였다. 큰 눈과 머리카락, 얼굴 윤곽이 주황색 선으로 표현됐으며, 선 사이에는 기존 벽면에 남아 있던 작은 꽃 그림도 보였다.
같은 장소를 다시 확인한 2026년 9월 27일에는 인물의 모습이 뚜렷하게 달라져 있었다. 주황색 윤곽선 안에 검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 얼굴의 색과 명암이 채워졌다. 눈동자의 반짝임과 얼굴 가까이에 댄 손까지 구체적으로 표현되면서 밑그림 단계보다 생동감 있는 화면이 완성됐다.
중앙에는 원평을 영문으로 쓴 WONPYEONG 글자가 길게 펼쳐졌다. 하늘색 글자를 감싼 흰색 테두리와 검은 윤곽선은 붉은 배경과 강한 대비를 이뤘다. 왼쪽의 캐릭터와 운동화에서 중앙의 글자, 오른쪽 인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두 시점의 모습을 비교하면 작업의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밑그림에 색이 채워지고 글자의 선이 정돈되면서 따로 보이던 요소들이 하나의 긴 화면으로 연결됐다.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담긴 표현
작업을 맡은 이승환 작가는 ‘오피’와 ‘오리지널펑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바탕으로 그래피티와 커스텀 신발 페인팅,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담장에 등장한 운동화와 개성 있는 캐릭터에서도 작가가 이어온 관심 분야와 표현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선명한 배색과 굵은 글자, 장난스러운 표정의 캐릭터가 결합해 골목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2025년 대형 벽화와 이어지는 거리
이번 담장 인근에는 2025년에 조성된 대형 벽화도 있다. 이 작품은 여러 층에 걸친 건물 외벽을 채운 인물 벽화로, 얼굴의 섬세한 명암과 주변을 둘러싼 분홍색·파란색·노란색 글자가 멀리에서도 눈에 띈다.
주택과 전선이 이어지는 골목에서 건물 한쪽 벽면 전체가 커다란 작품으로 기능한다. 작가의 작업 기록에 따르면 해당 작품은 2025년 평택시문화재단 전문예술활동사업을 통해 제작됐으며, 한미 평화와 교류의 의미를 담았다.
2025년 작품이 수직으로 높게 펼쳐져 먼 거리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2026년 담장 작품은 보행자의 시선과 나란히 이어진다. 규모와 감상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원평동의 건물과 담장을 예술 공간으로 바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가게 셔터로 이어질 벽화 작업
원평동의 벽화 작업은 담장에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써니김밥이 영업을 마친 뒤 내려놓는 가게 전면 셔터에도 벽화가 그려질 계획이다. 2026년 9월 27일 기준으로는 향후 작업이 예정된 상태였다.
셔터 작업이 이뤄지면 가게 문이 닫힌 시간에도 거리에서 작품을 볼 수 있게 된다. 2025년 건물 외벽의 대형 인물 벽화에 이어 2026년에는 낮고 긴 담장이 새롭게 채워졌고, 앞으로는 가게 전면 셔터까지 그림이 이어질 전망이다.
평택시문화재단의 지원은 지역 작가의 작업을 거쳐 시민이 매일 마주하는 골목의 변화로 연결되고 있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밑그림과 채색, 윤곽선 정리 과정을 통해 한 점의 벽화에 축적되는 시간과 세밀한 작업도 확인할 수 있다.
주민의 생활과 함께하는 골목 미술
원평동 벽화는 별도의 전시장 안이 아니라 주민이 생활하고 가게가 영업하는 공간에 놓여 있다. 골목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작품을 발견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색과 질감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품을 둘러볼 때는 주민의 생활과 상점 출입, 보행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써니김밥 건너편의 긴 담장과 인근 건물 외벽의 대형 벽화를 함께 살펴보면, 원평동 골목이 해마다 서로 다른 규모와 방식의 그림을 품어온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선명한 글자와 인물, 운동화와 캐릭터가 더해진 원평동의 거리는 익숙한 동네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벽화와 그래피티는 기존 골목의 생활 풍경을 지우지 않으면서 그 안에 새로운 색과 시선을 보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