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에 번진 초록소리

도서관에 들어온 고덕의 자연
평택 고덕동의 작은 도서관이 자연의 소리와 그림, 글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다. 장선영 작가의 전시 「초록소리」가 2026년 10월 15일부터 10월 28일까지 고덕라면먹는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평택시와 평택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청년예술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지역 청년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생활권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한 자리다. 대형 전시장이 아닌 동네 도서관을 무대로 삼아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고덕동의 모습을 친근하게 펼쳐 보인다.
전시 장소인 라면먹는도서관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책을 읽으며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동네 사랑방 성격의 시설로, 규모는 아담하지만 주민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시 작품은 내부 벽면뿐 아니라 유리창 등 공간의 여러 부분에 배치됐다. 제한된 공간의 특성을 살린 구성 덕분에 책과 일상, 예술 작품이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여름 여섯 절기를 기록하다
전시 제목은 「초록소리」이며 부제는 「거기에 있어요」다. 자연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지만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을 담았다. 자연의 존재를 발견하는 출발점을 시각에만 두지 않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장선영 작가는 평택 고덕동의 호수와 숲, 논길을 걸으며 마주한 생명과 풍경을 기록했다. 작품에는 24절기 가운데 여름에 해당하는 여섯 절기 동안 작성한 일기와 드로잉, 노래, 자연의 소리가 담겼다.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인 고덕동에서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작가의 눈과 귀로 포착한 결과물이다.
전시는 모두 10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기록한 내용을 글과 음악, 그림으로 나눠 보여주면서도 각각의 매체가 하나의 자연 풍경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관람객은 그림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고덕의 자연을 여러 감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소리를 그림으로 바꾼 소리 드로잉
전시에서 중심을 이루는 작업 가운데 하나는 소리 드로잉이다. 귀로 들은 소리를 선과 도형 등 시각적인 형태로 옮기는 표현 방식이다. 작품을 처음 보면 단순한 기하학적 무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각각의 선과 형태가 특정한 소리와 경험을 품고 있다.
소리 드로잉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그림으로 전환해 관람객의 호기심을 끌어낸다. 어떤 자연의 움직임과 소리가 작품의 선으로 이어졌는지 생각하며 감상할 수 있다. 정답을 빠르게 찾는 방식보다 작품 속 표시와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는 과정에 무게를 둔 구성이다.
글 작품에서는 작가가 고덕동을 오가며 보고 들은 일상의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인 기록의 형식을 활용했지만, 내용은 동네의 호수와 숲, 논길처럼 주민들에게 익숙한 장소와 자연을 향한다. 관람객에게는 평소 지나던 풍경을 다른 사람의 시선과 청각을 통해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문장이 어렵지 않아 글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도 자연과 소리를 상상하며 감상할 수 있다.
노래가 된 초록 풍경
「초록소리」는 초록이라는 색과 자연의 소리를 함께 다룬다. 장선영 작가가 직접 기획하고 김종우 음악가가 악기와 박자의 운율을 보탠 노래 세 곡도 전시에 포함됐다. 세 곡 가운데 두 곡은 여름 절기인 소서와 대서를 소재로 삼았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이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그림 앞에 머물며 음악을 듣다 보면 눈으로 확인한 풍경이 청각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작은 도서관 안에서는 책장을 넘기는 일상적인 모습과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움직임이 차분하게 교차한다.
공연 프로그램에서는 노래에 담긴 이야기와 작품의 제작 과정을 전시 관람 때보다 깊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연일은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이며 참여 인원은 모두 20명이다.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며 만든 작품을 묶은 절기일기 세 권 가운데 한 권씩을 공연 관람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공원으로 이어지는 체험형 전시
이번 전시는 작품을 보고 듣는 관람에서 멈추지 않는다. 관람객이 직접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워크숍과 공연을 함께 운영한다. 소리 드로잉 워크숍은 금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된다.
워크숍은 전시장에서 가볍게 드로잉을 익힌 뒤 길 건너편 함박산 중앙공원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는 공원을 걸으며 눈앞의 풍경을 살피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를 그림으로 옮긴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나뭇잎 소리와 자연의 움직임을 집중해서 듣고, 자신이 받아들인 인상을 선과 모양으로 표현하는 시간이다.
워크숍에서는 고덕동 주변의 식물과 계절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다룬다. 전시에서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대왕참나무는 마른 잎을 단 채 겨울을 보낸 뒤 5월 초 무렵 지난해의 잎과 새로 난 잎, 도토리를 떨어뜨리는 특징이 있다. 자연을 오랫동안 듣고 관찰해 온 작가의 설명이 소리 드로잉 활동과 맞물리며, 참가자가 주변 생명을 자세히 바라보도록 돕는다.
어린이와 가족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연의 형태를 눈으로 보고 소리를 귀로 들은 뒤 그림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정해진 기법을 능숙하게 익혀야 할 필요가 없다. 관찰과 상상을 중심에 둔 체험은 일상에서 가까운 공원도 새로운 감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책갈피로 이어지는 전시의 여운
전시장 한쪽에는 장선영 작가의 그림과 사유가 담긴 문장을 활용한 책갈피 꽃 포토존이 마련됐다. 여러 책갈피가 꽃처럼 펼쳐진 공간에서 관람객은 마음에 드는 그림과 문장을 살펴볼 수 있다. 도서관이라는 장소의 성격과 책갈피라는 매체가 맞물리면서 전시의 인상이 독서 경험으로도 이어진다.
작가노트에는 삶의 문제마다 답을 찾아 해결하려 했던 태도를 돌아보고, 자연에서는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며 사라지는 일이 그대로 일어난다는 생각이 담겼다. 작가는 자신이 발견한 소리 풍경과 그 과정에서 달라진 마음을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했다. 익숙했던 존재를 새로운 풍경으로 알아보기를 바라는 뜻도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
그림과 음악, 글, 조형물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면서 전시는 한 권의 자연 에세이를 차례로 읽는 듯한 흐름을 만든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며 고덕동의 자연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생활권의 작은 문화 공간에서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한다.
초록소리 전시 정보
| 전시명 | 장선영 작가 「초록소리」 |
|---|---|
| 부제 | 거기에 있어요 |
| 기간 | 2026년 10월 15일부터 10월 28일까지 |
| 관람 시간 | 오후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
| 장소 | 고덕라면먹는도서관 |
| 주소 | 경기도 평택시 고덕여염6길 89 |
| 관람 대상 | 전체 연령 |
| 워크숍 | 소리 드로잉 워크숍, 금요일과 토요일 진행 |
| 공연 | 2026년 10월 24일 토요일, 총 20명 |
| 후원 | 평택시, 평택시문화재단 |
| 운영 공간 |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운영 라면먹는도서관 |
「초록소리」는 도시 한가운데 남아 있는 자연을 보고 듣는 감각으로 다시 만나는 전시다. 평택시와 평택시문화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청년예술가의 기록이 시민의 일상 가까이 놓였다. 책과 라면이 있는 작은 도서관, 길 건너 함박산 중앙공원, 고덕동의 호수와 숲과 논길이 하나의 전시 이야기로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