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에 담긴 20년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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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담긴 20년 여정

비전갤러리 10월 전시

평택시립 비전도서관 안에 자리한 비전갤러리에서 김용운 작가의 개인전 《여정》이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23일까지다.

비전갤러리는 도서관과 미술 전시 공간을 한곳에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책을 읽는 공간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도서관이 선정한 음악도 함께 흐른다. 2026년 10월에는 재즈 선율이 민화 작품과 어우러져 차분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예술특화도서관의 열린 공간

비전도서관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평택의 교육을 이끌어 온 성동초등학교 뒤편에 있다. 도서관 이름에 쓰인 ‘비전’은 도서관이 자리한 비전동에서 따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향하면 넓은 책상과 폭신한 의자를 갖춘 개방형 로비가 나온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로비 안쪽에는 카페도 마련돼 있다.

평택의 여러 시립도서관에는 각기 전시 공간이 있지만, 정식으로 갤러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운영되는 곳은 비전도서관의 비전갤러리다. 비전도서관은 전면 리모델링을 거쳐 예술특화도서관으로 운영 방향을 정하고 갤러리를 조성했다. 도서관과 전시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일상에서 책과 미술, 음악을 함께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민화로 이어온 삶의 기록

김용운 작가는 20년 동안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한지에 담아온 민화 화가다. 창작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뜻대로 되지 않아 붓을 놓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작업을 중단하지 않았고, 민화를 삶의 중심에 두고 꾸준히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인 《여정》에는 작가가 20년 동안 걸어온 창작의 시간이 담겨 있다. 전시장에서는 전통 민화부터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창작 민화, 손주들을 모델로 삼은 인물화까지 다양한 연작을 만날 수 있다. 한지 위에 쌓인 선과 색은 오랜 시간 축적된 작가의 경험과 숙련도를 보여준다.

생활의 소망을 그린 민화

민화는 조선 후기 민간에서 널리 유행한 실용적인 전통 그림이다. 일상의 행복과 소망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으며, 궁중 도화서 화원이나 이름난 화가들의 회화와 구별된다.

정해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해학, 파격적인 구도와 소박한 표현이 민화의 주요 특징이다. 동물과 식물, 글자와 자연 풍경 같은 친숙한 소재에 상징적인 의미를 더해 삶의 바람을 화면에 펼쳐 보인다.

두 작품에 담긴 천사

전시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작품은 작가의 손주들을 그린 두 점의 인물화다. 두 작품의 제목은 모두 ‘천사’다. 전통 민화의 표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아이들의 순수하고 여린 모습을 한지 위에 따뜻한 색감으로 담았다.

두 인물화는 전통적인 소재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가족과 일상을 민화의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고운 색이 겹쳐진 화면에서는 아이들의 표정과 부드러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글자 속에 펼쳐진 이야기

전시장에는 전통 민화의 한 갈래인 문자도도 소개된다. 문자도는 한자 획 안에 해당 글자의 뜻과 관련된 고사, 상징물, 자연물을 그림으로 그려 넣은 작품이다.

글자와 그림을 하나의 화면에 결합한 구성은 문자 자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관람객은 글자의 형태를 따라가면서 그 안에 배치된 여러 상징과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화폭에 펼쳐진 금강산

금강산의 빼어난 절경을 담은 작품도 전시된다. 산세와 자연 풍경을 생생하게 표현한 화면은 쉽게 찾아갈 수 없는 금강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한다.

금강산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날을 바라는 마음도 작품의 풍경과 맞닿아 있다. 웅장한 규모로 완성된 8폭 병풍은 여러 폭에 이어진 산과 자연을 통해 넓고 깊은 공간감을 보여준다.

호랑이와 까치의 상징

호랑이와 까치, 소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민화도 눈길을 끈다. 가까이에서 보면 동물의 털 한 가닥과 소나무의 솔잎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돼 있다.

작품 속 호랑이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존재이며,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호랑이의 모습은 해학적으로 표현됐고, 새끼를 품은 장면에는 따뜻한 가족애가 담겼다. 익숙한 동물과 자연물을 통해 복된 소식과 가족의 평안을 바라는 민화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적으로 풀어낸 병풍

현대적 감각을 입힌 8폭 병풍은 전통 민화가 오늘날의 표현과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 폭이 하나로 연결되는 병풍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화면 구성과 색채에서는 작가의 창작 감각이 드러난다.

민화는 붓을 기울이는 각도와 필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섬세한 작업이다. 색이 자연스럽게 번지고 변화하도록 표현하는 ‘바림’ 기법 역시 높은 숙련도를 요구한다. 작가가 의도한 선과 색을 한지 위에 구현하는 과정에는 20년 동안 쌓은 창작 경험이 반영돼 있다.

원형 구도로 구성된 작품은 병풍과는 또 다른 인상을 준다. 둥근 화면 안에 소재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정겹고 귀여운 분위기를 만든다. 전통 소재와 다양한 구성을 함께 살필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품 해설과 민화 체험

2026년 10월 11일에는 김용운 작가의 작품 해설과 전시 연계 체험활동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의 의미와 표현 과정을 살펴본 뒤 나무 액자에 민화를 그리는 체험에 참여했다.

체험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했으며, 참가 인원은 10명이었다.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직접 민화를 그려보는 과정을 통해 전통 회화의 선과 색을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이용과 교통 안내

비전도서관 앞에는 전용 주차장이 있지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만차가 될 수 있다. 주변에서는 자란공영주차장과 비전공영주차장, 통복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평택역과 평택시청 사이를 오가는 버스를 타고 성동초등학교 또는 한광고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류장에서 비전도서관까지는 걸어서 약 5분 거리다.

구분비전도서관 운영 내용
정기 휴관매월 두 번째와 네 번째 월요일
추가 휴관국가 지정 공휴일
자료실오전 9시부터 이용
열람실오전 8시부터 이용
김용운 개인전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23일까지
이규남 서각장 전시2026년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예정

시민과 작가를 잇는 전시

비전도서관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비전갤러리에 참여할 작가를 공모한다. 선정된 작가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작품의 의미와 창작 과정을 소개한다.

2027년 상반기 참여 작가 모집은 2026년 11월경 시작될 예정이다. 김용운 작가의 개인전이 끝난 뒤에는 2026년 10월 2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이규남 서각장의 작품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비전갤러리는 이처럼 지역의 작가와 시민이 작품을 매개로 만나는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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