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뜬 회복 처방소

디지털 업무가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한복판에 손으로 쓰고, 문장을 베껴 적고, 카드를 뽑고,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공간이 마련됐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이 함께 선보인 2026 경기 콘텐츠코리아 랩 우수기업 팝업 전시 ‘오늘의 회복 포션’이다. 전시는 2026년 10월 13일부터 11월 2일까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7층 POPUP7@판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일상과 업무에 지친 판교 직장인들이 디지털 화면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돌아볼 수 있도록 기획된 무인 팝업 전시다. 경기도 콘텐츠 지원을 받은 네 개 창작팀의 작품과 체험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쓰고 베끼고 뽑고 바라보는 전시
‘오늘의 회복 포션’은 ‘쓰고·베끼고·뽑고·바라보는 네 가지 아날로그 처방’을 중심 주제로 삼았다.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는 디지털 환경과 달리 종이를 넘기고, 연필로 글을 쓰고, 조명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느린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장에는 소파와 서가 형태의 시설, 작품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테이블이 배치돼 있다. 차분한 색감과 아늑한 가구가 어우러진 내부는 사무 공간이 밀집한 판교의 바깥 풍경과 대비된다. 관람객들은 전시물을 둘러보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거나 질문에 답을 적을 수 있다.
작품 주변에는 각 창작자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가 마련됐다. 관람객은 전시된 결과물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팀이 어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창작자는 판교의 직장인과 경기도민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관람객은 새로운 콘텐츠를 가까운 거리에서 접하는 구조다.
꽃과 문장이 만드는 초록빛 쉼
창작 브랜드 소용은 꽃과 식물의 생명력을 종이 위에 옮긴 작업을 선보인다. 대표작인 필사 책 『꽃멍』 시리즈는 식물 세밀화와 서정적인 시를 한 권에 담은 콘텐츠다.
소용의 전시 공간에는 대형 꽃 일러스트 패브릭과 책 속 문장을 읽어볼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놓였다. 관람객이 꽃 그림을 바라본 뒤 문장을 천천히 따라 읽고 써보는 흐름으로 구성됐다. 스마트폰 알림이나 업무 메시지에서 한발 물러나 식물의 색과 문장에 집중하도록 만든 자리다.
꽃을 바라보는 시각적 경험과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필사 활동이 하나의 아날로그 휴식 과정으로 연결된다. 전시 공간에서는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기거나 문장 앞에 잠시 머무르는 관람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만의 언어를 찾는 사전
창작팀 나란은 힐링 노트 『스물두 번째 사전』을 전시한다. 이 책은 이미 정해진 낱말의 뜻을 확인하는 일반적인 사전과 달리,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독자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직접 기록하고 정의하도록 구성된 자기 탐색형 도서다.
전시대에는 여러 권의 샘플 노트가 정돈된 상태로 펼쳐져 있다. 관람객은 페이지를 넘기며 제시된 질문을 읽고, 자신이라면 그 단어를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책 표지에는 넓은 초원과 하늘 풍경이 담겼다. 부스 역시 빠른 답을 요구하기보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로 생각을 정리하도록 설계됐다. 정답을 고르는 대신 자기 언어로 감정의 뜻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 이 콘텐츠의 핵심이다.
전통의 빛을 되살린 조명
쿨리불리는 전통적 소재를 현대의 일상 공간에 맞게 재해석한 회전 조명 오브제를 내놓았다. 옛 주마등과 몽유도원도의 세계관을 결합한 작품으로, 조명 내부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주변에 부드러운 빛과 그림자를 만든다.
강한 화면 빛이나 빠르게 바뀌는 영상 대신 은은한 불빛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쇼케이스 안에서 이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관람객이 서두르지 않고 작품을 바라보게 한다. 전통적인 이미지와 현대적인 조명 기능이 결합된 인테리어 오브제의 성격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앞에서는 움직이는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거나 잠시 멈춰 서 있는 관람객이 눈에 띈다. 전시가 제시한 네 가지 아날로그 활동 가운데 ‘바라보기’를 직접 보여주는 공간이다.
카드로 들여다보는 마음
무의미의 탐색은 타로와 심리 상담 카드를 소개한다. 이 브랜드의 크라우드 펀딩 누적액은 2억 원을 넘었다. 전시장에는 한국 전통 색채를 활용한 타로카드와 섀도우 오라클, 무속인이 제작한 ‘신령님의 말’ 오라클 등이 놓였다.
각 카드는 감각적인 그림과 질문을 함께 담았다.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도구로만 제시하지 않고, 카드의 상징과 질문을 매개로 복잡한 감정을 꺼내 보고 삶의 방향을 정리하는 데 활용하도록 구성했다.
테이블 위에는 색채와 표현 방식이 서로 다른 카드가 펼쳐져 있다. 관람객은 카드의 그림을 먼저 살펴본 뒤 그 안에 담긴 질문과 의미를 차례로 확인할 수 있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아트워크가 전시의 시각적 요소를 한층 넓힌다.
나를 발견하는 타로 체험
전시장 한편에서는 상시 체험 프로그램 ‘나를 발견하는 타로’가 운영된다. 전시 기간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창작자의 서재 공간에서 진행되며, 참가비는 없다. 참여는 현장 선착순 대기 방식이다.
점심시간에 전시장을 찾은 직장인들은 카드를 직접 고르고 상담을 나눈다. 소규모로 둘러앉은 참가자들이 일상적인 고민이나 직장 생활에서 느낀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고, 카드에 담긴 메시지를 살펴보는 모습이 이어진다.
짧은 점심시간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시간을 낮 시간대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전체 체험 공간은 비교적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손글씨로 만나는 솔직한 감정
원형 테이블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글쓰기 힐링 구역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나 사용 설명서』 워크북과 여러 질문 카드가 비치돼 있다.
질문은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묻거나, 자신이 감정 그 자체가 됐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질문지를 한 장 뽑아 답을 생각하고, 이를 손글씨로 천천히 적어볼 수 있다.
키보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신 연필로 글자를 눌러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진다. 주변에서는 종이 넘기는 소리와 필기하는 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진다. 평소 지나치기 쉬운 감정을 한 문장씩 확인하는 것이 글쓰기 구역의 중심 경험이다.
창작자와 도민을 잇는 자리
이번 팝업 전시는 경기도와 경기 콘텐츠코리아 랩의 지원을 받은 창작자들이 판교라는 비즈니스 거점에서 대중을 만나는 자리다. 참여팀은 소용, 나란, 무의미의 탐색, 쿨리불리 등 모두 네 곳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콘텐츠를 하나의 ‘회복 처방소’라는 주제로 묶었다. 식물 세밀화와 시, 자기 탐색형 기록 노트, 전통 소재의 회전 조명, 심리 상담 카드가 각각 읽기와 쓰기, 응시와 대화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문화 창작자에게는 작품과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소개할 기회를 제공하고, 관람객에게는 일상 가까이에서 창작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분명하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커피를 든 직장인들이 전시장에 들러 글을 쓰거나 카드를 살펴보는 모습도 이어진다.
전시 일정과 현장 프로그램
| 전시명 | 2026 경기 콘텐츠코리아 랩 우수기업 팝업 전시 오늘의 회복 포션 |
|---|---|
| 기간 | 2026년 10월 13일 화요일부터 11월 2일 월요일까지 |
| 운영 시간 |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
| 휴관 | 주말과 공휴일 |
| 장소 |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7층 POPUP7@판교 |
| 참여 브랜드 | 소용, 나란, 무의미의 탐색, 쿨리불리 |
| 관람료 | 무료 |
| 주차 | 3시간 무료 |
무료 타로 체험 ‘나를 발견하는 타로’는 전시 기간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 선착순 대기로 운영된다. 행운권 추첨 행사는 평일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된다.
2026년 10월 29일에는 향기와 카드를 활용해 심리를 알아보는 점심 힐링 프로그램과 저녁 펀딩 전략 무료 특강이 예정돼 있다.
전시 장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645번길 12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7층 POPUP7@판교다. 전시 관련 공개 문의 전화는 경기콘텐츠진흥원 032-623-8041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