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m로 가까워진 공익

Last Updated :
4km로 가까워진 공익

아이와 함께한 가족부터 전동 휠체어 이용 시민까지, 서로 다른 속도의 발걸음이 수원 만석공원에서 하나의 공익 메시지로 이어졌다. 시민 참여형 러닝 행사 ‘달리는 만큼, 우리 사회와 가까워집니다. 공익RUN’이 2026년 10월 31일 수원 만석공원에서 열렸다.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청년 활동가 네트워크 ‘청플’ 3기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기록 경쟁보다 참여와 공감에 무게를 뒀다. 참가자들은 약 1.3km 코스를 세 차례 돌며 전체 약 4km를 달리거나 걸었다. 빠르게 완주하는 것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코스를 이동하며 사회적 의제를 접하는 데 행사의 초점이 맞춰졌다.

기록보다 메시지를 품은 출발

행사 현장에는 달리기를 즐기는 시민뿐 아니라 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 등이 함께했다. 누군가는 달렸고, 누군가는 천천히 걸었으며, 각자에게 알맞은 속도로 같은 코스를 이동했다. 참가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공익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한 공간을 공유했다.

청플 3기 활동가들은 의제 사례 공유회에서 살펴본 사회적 문제를 시민과 나누기 위해 성소수자, 고립·은둔 청년, 정신질환, 평화와 관련한 수원 군공항 문제를 행사 주제로 정했다. 행사장은 해당 의제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참여는 자신만의 배번호를 만드는 활동에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관심을 두거나 공감하는 사회적 이슈의 메시지를 선택하고, 직접 전하고 싶은 문장을 적어 배번호를 완성했다. 일반적인 배번호가 숫자로 참가자를 구분한다면 이날 배번호에는 각자가 고른 생각과 메시지가 함께 담겼다.

배번호에 붙일 문구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참가자들은 여러 메시지를 차분히 읽었다. 어떤 말에 공감하는지 생각한 뒤 한 문장을 골라 몸에 달았다. 선택한 문구는 코스를 이동하는 동안 참가자와 계속 함께했다. 출발선에 서기 전부터 사회적 의제를 읽고 생각하는 참여가 시작된 셈이다.

서로 달라도 함께한 4km

약 1.3km 코스를 세 차례 이동하는 방식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몸 상태와 속도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달리기를 이어가는 시민과 걸음을 택한 시민이 같은 길 위에서 자연스럽게 섞였다. 공원을 찾은 가족 단위 참가자도 무리 없이 행사에 동참했다.

코스에서는 아이와 보폭을 맞추는 가족, 전동 휠체어로 이동하는 시민, 각자의 속도로 달리거나 걷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같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장의 주요 장면으로 나타났다.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사람보다 서로 다른 시민이 한자리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공익은 거창하거나 특별한 활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공원에 나오고, 코스에 놓인 메시지를 읽고, 관심 있는 부스를 방문하는 일상의 행동이 참여로 이어졌다. 시민이 익숙한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며 사회적 문제를 접할 수 있도록 공익 참여의 문턱을 낮춘 구성이었다.

한 번의 행사만으로 여러 사회적 이슈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번 행사는 평소 깊이 살펴보지 않았던 문제를 읽고, 해당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시민의 일상을 떠올려 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데 의미를 뒀다. 참가자들은 코스를 이동하는 동안 곳곳에 배치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마주했다.

네 가지 의제를 만난 체험 부스

러닝 코스 주변에는 네 가지 사회적 의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부스를 돌며 의제별 설명과 메시지를 확인하고, 직접 손을 움직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활동을 마친 참가자에게는 참여를 기억할 수 있는 키캡이 제공됐다.

체험 프로그램다룬 내용
무지개로 채우는 우리 동네다양한 얼굴을 함께 채우며 성소수자와 다양성에 관한 메시지를 살펴보는 활동
처방전에는 없는 한마디자신만의 속도로 글을 쓰며 정신질환과 관련한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
문 너머의 너에게고립·은둔 청년에게 안부를 전하며 관계와 일상을 생각하는 활동
들리지 않는 이야기수원 군공항 소음과 평화 문제를 함께 살펴보는 활동

각 부스는 같은 형식의 설명을 반복하기보다 의제의 특성에 따라 표현 방식을 달리했다. 참가자들은 얼굴을 채우고, 글을 쓰고, 안부를 전하고, 소음과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며 네 가지 주제를 차례로 접했다.

체험의 핵심은 참가자가 설명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는 데 있었다. 손을 움직이고 문장을 적는 과정에서 각 의제가 건네는 질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짧은 체험만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낯설게 느껴졌던 주제에 관심을 두고 이후에도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출발점은 마련됐다.

리본으로 완성한 공동 작품

행사 마지막에는 참가자들이 리본을 활용해 공동 작품을 만드는 활동이 진행됐다. 여러 사람이 리본을 하나씩 묶어 ‘공익런 0km’라는 글자를 완성했다. 리본 하나만으로는 전체 형태를 만들 수 없었지만 각자의 손길이 차례로 보태지면서 하나의 작품이 모습을 갖췄다.

참가자마다 배번호에 담은 문구와 관심을 둔 의제는 달랐지만 마지막에는 같은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함께했다. 서로 다른 색과 위치의 리본이 한 문구를 이룬 모습은 다양한 시민이 공익이라는 주제 아래 모인 이날의 구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 전동 휠체어를 이용한 시민, 청년 활동가 등은 저마다 가능한 방식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청플 3기는 청년 활동가들이 살펴본 의제를 러닝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시민에게 제시했다. 시민들은 배번호 문구를 고르고, 코스를 이동하고, 체험 부스를 방문하고, 리본을 묶는 행동으로 제안에 응답했다.

일상 가까이 들어온 공익

이번 행사는 달리기와 사회적 의제를 결합해 시민이 공익 활동을 일상에서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운동을 위해 공원을 찾는 것과 사회 문제를 살펴보는 일을 한 행사 안에 담아, 공익 참여가 반드시 특별한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약 4km의 이동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는 자신이 배번호에 담았던 문구와 코스에서 마주친 메시지, 함께 움직인 시민들의 모습이 남았다. 폐회와 기념품 전달까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는 기록을 비교하기보다 참여 과정을 되짚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달리는 만큼, 우리 사회와 가까워집니다’라는 행사명처럼 이날의 걸음은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시민의 일상 가까이 가져왔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었고, 모든 의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는 첫걸음은 내디딜 수 있었다. 수원 만석공원의 약 4km 코스는 달리기의 거리를 넘어 다양한 시민과 사회적 의제를 연결하는 참여의 공간이 됐다.

4km로 가까워진 공익
4km로 가까워진 공익
4km로 가까워진 공익 | 경기진 : https://ggzine.com/15693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경기진 © gg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