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산 물들인 가을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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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산 물들인 가을 선율

640년 된 은행나무가 가을빛을 더해가는 설봉산 영월암과 시민을 위한 산사음악회가 이천의 역사·문화·예술을 한자리에서 보여줬다. 천년 고찰의 고즈넉한 풍경은 경기도자미술관 잔디광장에 울려 퍼진 음악과 이어지며 시민들에게 휴식과 화합의 시간을 선사했다.

설봉산 품에 자리한 영월암

이천을 대표하는 명소인 설봉산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과 교육을 폭넓게 품고 있다. 그 깊은 산자락에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영월암이 있다. 설봉산이 관광지를 넘어 고장을 지키는 진산이자 간절한 마음이 모이는 발원지로 여겨지는 데에는 영월암의 역사적 존재감도 큰 몫을 한다.

영월암까지 등산로를 이용하면 설봉공원에서 약 1.3㎞를 걸어 올라야 한다. 차량이 다니는 길을 이용해도 약 700m의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다소 숨이 차는 길이지만 사찰에 도착하면 시야가 탁 트이며 이천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산길의 수고를 잊게 할 만큼 시원한 조망은 영월암을 찾는 이들이 마주하는 첫 풍경이다.

가을의 설봉산은 숲길의 차분한 색채와 맑은 하늘, 사찰의 단정한 공간이 조화를 이룬다. 산길을 따라 영월암에 들어서면 도심과 다른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사찰 곳곳에서는 계절이 천천히 깊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천년 고찰에 깃든 역사

영월암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국난 극복과 민심 수습을 위해 북악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호국 사찰로 전해진다. 긴 역사를 품은 사찰은 특히 가을 풍경이 빼어난 곳으로 꼽힌다.

사찰 입구에는 수령 약 640년의 보호수인 거대한 은행나무가 서 있다. 고려 말 고승 나옹대사가 머물 당시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아두자 뿌리를 내려 나무가 됐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은행잎은 계절이 더 깊어지면 영월암 마당을 황금빛으로 채운다. 오랜 나무와 고찰이 어우러진 모습은 설봉산 가을 풍경의 중심을 이룬다.

사찰의 높은 곳에는 영월암의 상징이자 설봉산의 중심축으로 불리는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이 자리한다. 높이 9.6m의 거대한 자연 암석을 다듬어 조각한 불상이다. 비스듬히 자리한 마애여래입상은 온화한 모습으로 이천 시내를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전한다.

마애여래입상을 둘러본 뒤 내려오는 길에는 영월암 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석탑 주변의 나무와 풀도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며 차분한 산사의 분위기를 더한다. 이곳에서는 이천 시내의 넓은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가을 정취가 머문 산사

10월의 영월암에는 푸른 하늘과 가을빛이 함께 내려앉았다. 길목에 핀 국화가 산사의 계절감을 더했고, 보호수 은행나무는 잎을 노랗게 바꾸며 만추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찰 마당에서는 가을 다식이 정성스럽게 마련됐다. 한쪽에는 도토리가 놓여 있었고, 영월암에서 지내는 황금빛 반려견 보리도 햇살 아래 머물렀다. 고요한 공간에 일상의 정겨움이 더해지면서 영월암은 엄숙한 종교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방문객이 편안하게 계절을 마주할 수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영월암은 산사 안의 가을 정취를 시민과 나누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시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경기도자미술관 잔디광장으로 무대를 옮겨 음악회를 마련했다. 고찰이 품은 문화적 가치와 시민의 일상을 연결하려는 취지가 공간의 선택에도 담겼다.

시민 곁으로 내려온 산사음악회

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오후 3시, 경기도자미술관 앞 잔디광장에서 ‘2026년 이천시민과 함께하는 산사음악회’가 열렸다. 행사는 이천시가 주최하고 이천불교사암연합회와 영월암이 주관했다.

이번 음악회는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소외계층을 비롯한 다양한 시민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소풍을 즐기듯 공연장을 찾아 음악과 함께 휴식과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선선한 가을 햇살이 비친 잔디광장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가족과 이웃, 어르신과 젊은 세대가 넓은 잔디 위에서 함께 무대를 바라보면서 현장은 자연스럽게 활기를 띠었다. 산사에서 시작된 가을의 정취가 시민 생활 가까이에 있는 야외 문화 공간으로 이어진 모습이었다.

합창으로 시작된 화합의 무대

첫 순서는 영월암 합창단이 맡았다. 합창단의 조화로운 목소리가 야외무대에 울려 퍼지며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이어 이천불교사암연합회장이자 영월암 주지인 원교 스님이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다음으로 캔디샵이 밝고 경쾌한 공연을 선보이며 현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LMB 싱어즈는 가을과 어울리는 깊이 있는 선율로 공연의 흐름을 이어갔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무대가 차례로 펼쳐지면서 관객들은 대중음악과 합창, 국악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었다.

국악그룹 이상 밴드는 흥겨운 국악 가락으로 객석의 호응을 이끌었다. 특히 앙코르곡 ‘얼씨구 이천’이 연주되자 시민들은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공연을 즐겼다. 지역 이름을 담은 노래와 국악 특유의 신명 나는 리듬이 어우러지면서 잔디광장의 열기는 한층 높아졌다.

가수 길려원은 정감 있는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흥을 전했다. 어르신들도 공연에 호응하며 야외음악회의 분위기를 함께 만들었다.

고향 무대에서 오른 절정의 흥

마지막 순서에는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가 고향이며 이천고등학교를 졸업한 가수 춘길이 무대에 올랐다. 지역과 인연이 깊은 가수의 등장에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공연 분위기도 절정으로 향했다.

넓은 잔디광장에서는 남녀노소가 한데 어우러졌다. 객석과 무대가 음악으로 연결되면서 공연장은 단순한 관람 공간을 넘어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호흡하는 가을 축제의 장이 됐다.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문화행사가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영월암에서 준비한 다식과 떡, 차도 음악회 현장에서 시민들과 나눴다. 산사에서 정성스럽게 마련한 먹거리와 따뜻한 차는 야외공연을 찾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돕는 요소가 됐다. 음악과 가을 풍경, 먹거리가 함께 어우러지며 공연의 온기를 더했다.

역사와 문화가 연결된 가을

영월암에서 바라본 이천의 조망과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 경기도자미술관 잔디광장을 채운 음악은 서로 다른 장면처럼 보이지만 설봉산이라는 공간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640년 은행나무와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 삼층석탑은 영월암이 품은 시간의 깊이를 보여준다. 시민과 함께한 산사음악회는 이러한 역사적 공간이 오늘의 문화예술과 만나는 장면을 만들었다. 이천시가 주최하고 지역 불교계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지역사회 화합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공연이 열린 잔디광장에는 합창과 대중음악, 국악이 차례로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가을 햇살 아래 각기 다른 장르의 무대를 함께 즐겼고, 지역과 인연을 지닌 출연자의 공연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영월암이 마련한 다식과 차는 산사의 따뜻한 정서를 공연장까지 이어줬다.

설봉산의 자연과 영월암의 역사, 이천시의 문화 행정, 시민들의 참여가 맞물리면서 산사음악회는 가을날의 쉼과 공동체 화합을 함께 담아낸 자리로 마무리됐다.

영월암과 공연 장소 정보

구분내용
영월암설봉산에 자리한 고찰로, 설봉공원에서 등산로 기준 약 1.3㎞ 거리에 있다. 차량 통행로를 이용해도 약 700m의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주요 볼거리수령 약 640년의 보호수 은행나무, 보물 제822호 마애여래입상, 영월암 삼층석탑, 이천 시내 조망
음악회 일시2026년 10월 17일 토요일 오후 3시
음악회 장소경기도자미술관 앞 잔디광장
주최이천시
주관이천불교사암연합회와 영월암
주요 출연영월암 합창단, 캔디샵, LMB 싱어즈, 국악그룹 이상 밴드, 길려원, 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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