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잇는 활의 길

부천과 예천, 두 도시가 오랫동안 간직해 온 전통 활 문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부천활박물관에서 열린다. 2026년 K-뮤지엄 지역순회전 ‘활의 길, 도시를 잇다’는 우리 활의 역사와 각궁 제작 기술, 전승을 이어 온 장인들의 이야기를 실물 자료와 문헌으로 풀어낸 기획전이다.
전시는 2026년 10월 15일부터 11월 29일까지 부천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어린이와 함께 전통문화의 의미를 알아보려는 가족 관람객에게도 부담이 없다.
부천과 예천을 잇는 순회전
부천시 원미구 소사로에 자리한 부천활박물관은 국궁과 활 문화의 가치를 후대에 알리기 위해 2004년 문을 열었다. 상설 전시를 통해 활의 역사와 종류, 제작 과정, 활쏘기로 이어지는 전통문화를 소개해 왔다.
이번 기획전은 부천과 경북 예천의 활박물관을 오가는 지역순회전이다. 같은 제목의 전시가 예천의 활박물관에서 2026년 9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린 뒤 부천으로 이어졌다. 전시 제목에 담긴 ‘도시를 잇다’는 표현처럼 두 지역에 전해진 각궁 제작의 흐름과 활 문화가 하나의 전시 안에서 연결된다.
관람객은 활을 단순한 과거의 무기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기술과 쓰임, 이를 보존하고 전한 사람들의 삶이 함께 담긴 문화유산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선조들이 활을 쏘는 모습을 담은 그림도 마련돼 신라 화랑들이 생존과 전쟁을 위해 무예를 익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장인의 손에서 완성된 각궁
전시의 중심에는 국가무형유산 궁시장인 고 김장환 장인의 문하에서 각궁 제작 기술을 전수받은 장인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고 김장환 장인과 김박영 선생이 기증한 전통 활도 함께 소개된다.
각궁은 한 가지 재료로 만드는 활이 아니다. 물소뿔과 대나무, 참나무, 뽕나무, 소 힘줄, 자작나무 껍질, 민어 부레 등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재료를 결합해 완성하는 복합궁이다. 전시장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활에서는 재료를 다듬고 붙여 형태를 완성한 장인의 정교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완성 직전 단계의 재료도 전시돼 있다. 대나무뿐 아니라 뽕나무와 참나무 등이 활의 몸체를 이루는 과정이 드러나며, 각 재료가 어떻게 하나의 활로 조립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원재료인 대나무를 다루기 시작해 완성품을 만들기까지는 약 1년이 걸린다. 재료를 손질하고 활 몸체를 만든 뒤 물소뿔을 붙이고, 심줄을 올려 건조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전시장에는 이 과정을 도식으로 정리한 자료가 있어 활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람객도 제작 순서를 따라갈 수 있다.
낯선 이름에 담긴 제작 기술
각궁 제작에 사용하는 전통 도구도 눈길을 끈다. 뒤짐, 조막손, 삼바, 사련칼, 사련톱날, 꽈끼, 환, 대칼, 밀쇠 등 오늘날 일상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이름의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독특한 형태의 톱에는 ‘조선톱’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들 도구는 재료를 자르고 깎거나 활의 형태를 잡는 과정에서 사용된다. 완성된 활만 볼 때는 알기 어려운 제작 노동과 기술을 도구와 재료를 통해 함께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됐다.
전시장 초입부터 장인이 직접 만든 여러 활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름과 형태가 낯선 활을 가까이에서 비교할 수 있고, 대나무와 뽕나무, 물소뿔, 소 힘줄 등 여러 재료를 붙여 만든 각궁의 구조도 확인할 수 있다. 차분하게 배치된 유물과 제작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활에 축적된 긴 시간과 세밀한 손기술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목적에 따라 달라진 화살
전시에는 쓰임이 서로 다른 다양한 화살도 등장한다. 화살촉은 모두 뾰족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끌처럼 생긴 촉이나 끝이 둥근 촉도 볼 수 있다. 목적에 따라 화살촉의 형태와 기능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실물로 비교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종류 | 쓰임과 특징 |
|---|---|
| 신전 | 부대 사이의 연락을 위해 쏘아 신호를 보낸 화살 |
| 편전과 통아 | 적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 화살과 관련 도구 |
| 명적 | 전쟁의 살상 목적이 아니라 사냥에 사용한 화살 |
| 박두 | 시험이나 연습에 사용하며 촉 끝이 둥근 화살 |
| 유엽전 |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촉을 버들잎처럼 만든 화살 |
큰 경사나 조사가 있을 때 조총을 쏘듯 화살을 쏘아 의례를 행했다는 기록도 소개된다. 활과 화살이 전쟁과 사냥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신호와 연습, 의례 등 여러 생활 영역에서 활용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명적은 신라와 고구려, 가야 등 당시 국가에 따라 화살 끝의 모양이 달랐다. 관람객은 작은 화살촉의 차이를 통해 각 나라가 지닌 문화적 특징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오늘까지 이어지는 활 문화
활쏘기 전통은 현재도 전국의 활터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부천 원미산 기슭의 성무정을 비롯해 경인지방의 황학정, 충청도의 덕유정과 우암정, 전라도의 핑야정과 관덕정, 경상도의 충무정과 무학정, 열무정 등이 전시 내용에서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활 제작 기술이 다른 지역으로 전해진 과정과 전통을 지켜 온 방식, 후대에 활 문화를 알리는 흐름을 실물과 문헌으로 보여준다. 과거에 머문 유물이 아니라 세대와 지역을 잇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활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전시의 핵심이다.
부천활박물관은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직접 활을 만들고 쏘아 보는 체험도 운영한다. 체험은 정해진 기간에 신청해야 하며 일정은 부천활박물관의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전시 관람 정보
| 전시명 | 2026년 K-뮤지엄 지역순회전 ‘활의 길, 도시를 잇다’ |
|---|---|
| 기간 | 2026년 10월 15일 목요일부터 11월 29일 일요일까지 |
| 장소 | 부천활박물관 기획전시실 |
| 소재지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로 482 |
| 관람 대상 | 누구나 |
| 관람료 | 무료 |
| 문의 | 부천활박물관 032-614-2678 |
전시장에서는 각궁의 재료와 제작 도구, 완성된 활, 여러 형태의 화살, 역사 기록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활의 구조와 쓰임을 실물로 배우는 기회가 되고, 성인 관람객에게는 지역과 세대를 넘어 이어진 전통 기술의 흐름을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