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선으로 다시 본 평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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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시선으로 다시 본 평택

평택의 하천을 매달 함께 걸으며 발견한 풍경을 각자의 예술 언어로 풀어낸 전시 《거꾸로 걷기 월간 사생 프로젝트》가 교차공간818에서 열린다. 박용화, 변우리, 정다미, 하현정, 현경희, 홍현조 등 평택에서 작업하는 여성 작가 6명이 통복천과 서정리천, 안성천, 진위천을 걸으며 이어온 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작가들이 걸었던 길은 시민들이 산책하거나 운동하고 출퇴근 과정에서 지나치는 익숙한 생활 공간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물가의 풀과 나무, 잠시 머무는 새와 나비, 다리 아래 구조물과 통제선, 기울어진 표지판과 파헤쳐진 땅까지 평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 새롭게 드러난다. 같은 하천을 함께 걸었지만 여섯 작가가 선택하고 기록한 풍경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전시 일정과 장소

전시명거꾸로 걷기 월간 사생 프로젝트
참여 작가박용화, 변우리, 정다미, 하현정, 현경희, 홍현조
전시 기간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관람 시간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휴관전시 기간 중 무휴
장소교차공간818
소재지경기도 평택시 평택로57번길 12, 2층
주최 및 주관하현정
지원경기도, 경기문화재단, 평택시, 평택시문화재단
지원 사업2026 전문예술 지원사업 모든예술31 선정작

여관의 흔적을 품은 전시장

전시가 열리는 교차공간818은 평택역 인근에 자리한 문화전시 공간이다. 본래 식당 건물 2층에 있던 여관을 전시장으로 바꿔 지역의 기억을 담아왔다. 평택역 광장과 주변 골목 사이에 놓인 장소의 특성을 바탕으로 평택역 일대와 도시의 변화, 그 안에 남은 기억을 예술로 다시 바라보는 활동을 이어가는 곳이다.

내부에는 오래된 타일 벽과 노출된 콘크리트 등 기존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정돈된 일반 전시장과는 다른 시간의 결을 보여주는 요소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택 하천에서 발견한 장면들이 이 같은 공간의 흔적과 나란히 배치됐다. 하천 주변의 자연과 도시 구조물을 기록한 작품이 오래된 건물의 표면과 어우러지면서, 장소와 기억을 함께 살피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매달 한 번 하천으로 향한 작가들

《거꾸로 걷기 월간 사생 프로젝트》는 평택에 거주하는 여성 작가 6명이 매월 한 차례 평택의 하천을 걸으며 사생한 작업에서 출발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꾸준히 창작을 이어갈 힘을 얻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각자의 작업실에서 홀로 작품을 만드는 시간을 넘어 함께 걷고, 바라보고, 그리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작가들은 평택의 통복천과 서정리천, 안성천, 진위천 등 네 곳의 하천길을 함께 걸었다. 같은 길 위에서도 저마다 다른 자리에 멈춰 주변을 관찰하고 간단한 사생을 진행했다. 이후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과 순간을 작업실로 옮겨 자신만의 관점이 담긴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익숙한 풍경을 다시 보는 일이 놓여 있다. 늘 곁에 있어 배경처럼 여겨졌던 풀과 나무, 물의 흐름, 새와 나비, 하천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은 작가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순간 작품의 소재가 됐다. 하나의 장소를 함께 걷더라도 무엇을 발견하고 기억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화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시에서 확인된다.

거꾸로 걷기에 담긴 의미

전시 제목인 ‘거꾸로 걷기’는 가수 어반자카파의 노래에서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거꾸로 걷는다는 말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해당 노래에는 서로 헤어지기 아쉬워 뒤돌아선 채 마지막까지 상대를 바라보며 거꾸로 걸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작가들은 그 장면이 작업의 소재를 발견하는 자신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봤다. 무심히 통과할 수 있는 풍경 앞에서 잠시 멈추고, 눈길을 거두지 않은 채 바라본 순간을 각자의 작품으로 옮긴다는 의미다. 제목은 단순히 이동 방향을 뒤집는 행위가 아니라 익숙한 장소를 바라보는 속도와 시선을 바꾸는 프로젝트의 성격을 드러낸다.

작은 생명에 머문 하현정의 시선

하현정 작가의 작품에서는 흰 들꽃 사이에 놓인 노란 나비와 흰 나비가 크게 등장한다. 넓게 펼쳐진 하천 전체를 한눈에 보여주기보다 길을 걷다가 자칫 놓치기 쉬운 작은 생명에 시선을 집중한 작업이다.

하천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물이나 긴 산책로가 아니라 그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화면 중심으로 불러냈다. 들꽃과 나비를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은 가까이 다가가야 발견할 수 있는 하천의 세부를 강조한다. 관람객의 시선도 넓은 풍경에서 작은 존재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얽히고 이어지는 현경희의 자연

현경희 작가는 하나의 대상을 가까이 바라보는 데서 더 나아가 자연이 서로 얽힌 모습을 작업에 담았다. 풀 한 포기나 나뭇가지 하나를 따로 떼어 제시하기보다 여러 형태가 겹치고 이어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하천 주변의 식물이 서로 독립된 채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큰 풍경을 이룬다는 점이 화면에서 두드러진다. 개별 식물의 모습과 전체 자연의 관계를 함께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된 작품이다.

물의 흐름을 옮긴 정다미의 작업

정다미 작가는 이전부터 물의 흐름에 관심을 두고 작업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평택의 하천을 직접 걸으며 현장에서 관찰한 물을 작품 안으로 가져왔다. 작품에는 수면과 새, 계속 이어지는 하천의 흐름이 등장한다.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새의 모습과 한자리에 고정되지 않는 물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직선이 두드러지는 도시 구조와 달리 여러 방향으로 번지고 이어지는 물의 흐름도 눈에 띈다. 평택의 실제 하천에서 출발한 관찰이 기존의 관심 주제와 연결된 결과다.

현실과 상상을 겹친 박용화의 풍경

박용화 작가의 작품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든 자연과 본래의 자연이 어디에서 나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익숙하게 바라봤던 하천 풍경이 과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인지 질문하는 작업이다.

실제 장소에서 출발한 화면에는 ‘구’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졌다. 현실에서 관찰한 하천과 상상으로 만든 요소가 한 화면 안에 함께 놓이면서 익숙한 풍경이 낯선 장면으로 바뀐다. 실제와 상상의 경계가 겹치는 구성을 통해 일상적인 하천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한순간을 붙잡은 변우리의 기록

변우리 작가의 작업은 같은 장소에 머물렀다고 해서 반드시 넓은 풍경 전체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하천에서 우연히 마주친 우아한 새 한 마리가 단숨에 물고기를 사냥하는 순간처럼, 그날 유독 눈길을 붙잡은 대상이 오래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멈춰 대상을 바라본 뒤 그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한다. 이렇게 모인 관찰과 상상은 그림이나 콜라주로 이어진다. 전시장에 놓인 작은 작품들을 차례로 살펴보면 산책 중 시선이 머문 대상과 순간을 따라가듯 감상할 수 있다. 거대한 전경보다 개인의 기억에 남은 장면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방식이다.

도시의 경계를 기록한 홍현조의 작품

홍현조 작가는 도시가 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경계와 그 자리에 남겨진 흔적을 바라봤다. 누군가 설치한 통제선과 기울어진 표지판, 파헤쳐진 땅처럼 평소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았던 대상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됐다.

이러한 구조물과 흔적은 자연스러운 하천 풍경을 방해하는 요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화면에서는 그것들 역시 현재의 도시를 구성하는 풍경의 일부로 제시된다. 불편하고 어중간해 보이는 장면도 변화하는 도시를 보여주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같은 길에서 갈라진 여섯 풍경

이번 전시는 여섯 작가가 같은 하천길을 걸었으면서도 서로 다른 대상을 선택했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하현정은 들꽃과 나비 같은 작은 생명에 집중했고, 현경희는 식물들이 겹치며 이루는 관계를 살폈다. 정다미는 물의 흐름과 새가 머무는 순간을 기록했으며, 박용화는 실제 풍경에 상상의 요소를 더했다. 변우리는 우연히 만난 대상과 그 순간에서 이야기를 확장했고, 홍현조는 도시 변화가 남긴 경계와 흔적을 작품으로 옮겼다.

작가들의 차이는 관찰 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림과 콜라주를 비롯한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은 같은 장소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택의 네 하천은 하나의 배경이 아니라 여섯 개의 시선이 출발하는 공동의 현장이 됐다.

일상의 하천을 다시 바라보다

평택의 하천은 특별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과 가까운 공간이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운동하는 길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출퇴근하며 지나가는 길이나 익숙한 산책로다. 반복해서 오가는 장소인 만큼 물가의 풀과 지나가는 새, 다리 아래 구조물은 의식하지 않으면 쉽게 배경으로 남는다.

《거꾸로 걷기 월간 사생 프로젝트》는 바로 그 익숙함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게 한다. 물의 움직임과 작은 생명, 서로 얽힌 자연뿐 아니라 도시의 구조물과 경계까지 여섯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다시 드러난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장면만 골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천을 둘러싼 도시의 현재 모습도 함께 기록했다는 점이 전시의 흐름을 이룬다.

오래된 여관의 흔적을 간직한 교차공간818과 평택 하천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장소의 기억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전시장에 남은 타일과 콘크리트, 작품에 담긴 물과 식물, 새와 구조물이 한 공간에서 마주하면서 평택이라는 도시를 여러 층위로 살펴보게 한다.

늘 보던 길도 어디에 멈추고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이번 전시는 평택의 통복천과 서정리천, 안성천, 진위천을 여섯 작가의 서로 다른 시선으로 기록하며 일상적인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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